기꺼움에 대하여_250728_0800
생각해보면 ‘ㄱ’으로 시작하는 좋은 것이 많다.
고통, 고뇌, 고독 같은 결의 단어들 말이다.
삶은 여전히 그릇에 독을 담아,
뇌를 짓누르고, 통을 남긴다.
이는 행복의 상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더 깊은 불행도 아니다.
그저, 그 무엇도 아닌 또 다른 상태.
행복과 불행 사이, 그 둘의 가느다란 경계.
그것은 너무 깊어 두 눈으로 잡히지 않는다.
속에서 꿈틀대는 이 지독한 괴물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다가도
어느새 눈앞에서 바늘을 들고 선다.
의지할 말 한 필 없이
맨몸으로 그 간악함 속을 헤쳐간다.
피할 수 없다면,
그곳에서 기꺼이 즐기는 자가 되자.
웃으면서 찢기고, 불타고, 깨지자.
그리고 그 무리 속에서,
창에 찔리며 광대처럼 춤추고
끝내 고요한 먼지로 흩날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