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스물여섯에 교대생이라고?

'하필' 지금 이 시대에 교사 부모를 되돌아보며

by 주니지니미니혀니
"여보! 지금 영철이가 뭐라고 하고 나간 거야? 잠결이라 꿈인가 싶고...."

"공대 때려치우고 교대 간다고 하잖어. 당신은 애가 스물다섯에 수능 본다고 하는 동안 집에서 뭘 한 거야?"

"고대……. 고대 아닌가? 고대였으면 좋겠다."


내 아들 영철이는 뭐든 잘하는 아이였고 우리 집안의 기둥이었다.

국민학교 시절, 선생님이 되고 싶다 말했던 아이였지만,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대 가면 선생님 된다"는 말을 해주자 아무런 반항도 없이 묵묵히 공부만 했었고,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가 되고 싶다 말했던 아이였지만, "남자가 딴따라 해서 뭐 하려고? 서울대 가야지"라는 말에도 어떠한 저항도 없었던 아이였고,

글 쓰는 게 좋다며 문과를 가고 싶다 말했던 아이였지만, "남자는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 공대 가서 취직해야지"라는 말에도 묵묵히 이과를 선택해 준 아이였다. 엄마의 뜻대로 움직여주었던 아이.


꿈같은……, 아니 꿈이길 바랐던 그 밤이 지나고 분위기 어두운 아침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래! 그렇게 하고 싶다면 열심히 해 봐야지. 그런데 서울대가 아니어도 취업이 되는 거냐?"

"엄마! 누나를 보세요. 학교와는 상관없이 임용고시만 통과하면 돼요"

"…… 엄마가 네 6년을 허비했구나. 몰랐어. 미안해"


인터넷이 무언지도 몰랐고(물론, 지금도 스마트폰을 다룰 수 없을 정도로 컴맹이다.), 정보도 부족해 아들의 미래를 너무 멀게 돌아온 것은 아닌지 미안함에 영철이의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속엔 남아있었다. 끝내 되묻지 못한……

'남자가 국민학교 선생은 해서 뭐 하게?'

'공대 1년만 더 다니면 알아서 취직이 될 텐데, 버려질 그 시간들은?'

'국민학교 선생 처음 월급 200만 원으로 어떻게 살건지 생각은 해봤니?'


3월이 되기까지, 적성과 꿈을 찾은 아들놈의 얼굴은 환하게 피어갔지만, 나와 남편은 하나도 즐겁지가 않았다. '또다시 1년 다니다 그만둔다고 하겠지. 4년 치 등록금은 또 어떻게 마련하나, 자취를 해야 해서 돈도 많이 들 텐데 백화점에 다시 연락해보아야겠다.'


'폭삭 속았수다'를 몇 번이나 보았는지 모른다.

그 드라마가 조금 일찍 나왔다면, 이제 60을 바라보는 중년 부부의 걱정 가득한 2000년 3월의 봄날이 아니었을 텐데……

동명이를 잃은 애순을 향해 동네 어른들은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살민 살아진다"고...

나름 전도유망한 공대생활을 접고, '고작' 선생노릇을 선택한 '쪼잔한' 남선생이 내 아들 영철이가 아니었으면 했는데…… 그래도 "살민 살아지겠지"


자취를 시작하는 영철의 바리바리 짐 한 덩이에 머그컵 한 세트를 넣어주었다.

"영철아!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참한 여선생 하나 데리꼬 온나. 이 엄마 소원이다."


부부교사에 성공했을까? 교대는 무사히 졸업했을까? 교육대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울까? 등록금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교사가 되는 길의 전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궁금한 것이 많은가? 그 이야기는 내 아들의 목소리로 들어보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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