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직접 해야 할 일들 중 가장 부담스럽고 두려웠던 것은 단연 인테리어였다.
인테리어 방식은 크게 턴키(Turnkey)와 셀프 인테리어(반셀프, 찐셀프)로 나뉘는데, 여기서 ‘셀프’라고 해서 우리가 직접 철거를 하고 전기 공사를 하고 타일을 붙이는 건 아니다. 셀프 인테리어란, 전체 과정을 직접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사의 순서를 정하고, 일정과 디자인을 계획하며, 각 분야의 전문가를 선정해 계약하고, 마지막까지 일정에 맞춰 현장을 관리 감독하는 일까지 우리 손으로 책임지는 방식이다.
문제는, 우리가 인테리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경험도 없었고, 어떻게 진행되는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셀프 인테리어에 대해 이것저것 공부를 시작했는데, 알아갈수록 ‘이건 진짜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와이프에게 말했다. “돈을 조금 더 들이더라도 턴키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그런데 오히려 와이프는 단호했다. 본인이 공부해서 다 해볼 테니 셀프로 가겠다고 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우리가 세워둔 인테리어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이 금액으로 턴키를 진행하면 결과가 애매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둘째, 돈을 더 들이더라도 턴키로 진행하면 우리가 원하는 세세한 디테일을 살리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인테리어를 진행하다 보면 10명에서 많게는 15명 가까운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 그런데 간혹 턴키 업체에서 일부 공정을 대충 처리하거나, 급하게 작업자를 섭외해 어설프게 진행하다 하자가 생겼다는 후기가 적지 않았다. 문제는 단순히 A/S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그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마침 얼마 전, 정말 친한 친구가 턴키로 인테리어를 진행했는데 공사 후 누수가 발생해 입주가 한 달이나 미뤄졌다. 결국 소송까지 준비하며 지쳐 있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 겁이 덜컥 났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 알겠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말해. 정말 열심히 해볼게.”
우선 인테리어의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1) 아파트 인테리어 동의서 받기 (전세대 동의률 60% 이상), 복도 및 엘레베이터 보양, 엘레베이터 사용료
아파트 인테리어 준비를 하면서, 처음에는 ‘이 정도라면 우리가 직접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관리사무소와 협의하고, 위아래 전 세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공사 동의서를 받는 일, 그리고 보양 작업까지… 처음엔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고, 사람이 없으면 다시 찾아오고, 그 과정을 몇 번씩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미 지치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그 시간과 체력을 감당하는 것보다는 비용을 들이더라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숨고에서 여러 업체를 비교해 가장 합리적인 비용의 곳을 선택해 의뢰했다. 대신 우리와 가장 맞닿아 있을 6개 세대에는 따로 작은 선물을 준비해 문고리에 걸어두었다. 최소한의 예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들었던 비용은 45만 5천 원.
돈이 들긴 했지만, 그만큼 마음의 부담을 덜어낸 선택이었다.
2) 욕실 리모델링 - 철거/공사 - 3일
욕실 두 개 중에서 메인 욕실만 철거하고 타일 시공에 휴젠뜨까지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처음 견적을 받을 때만 해도, ‘욕실 하나 고치는 게 뭐 이렇게까지 크게 느껴질까?’ 싶었지만, 직접 발품을 팔며 전문가를 찾고, 상담하고, 가격 협상을 거쳐 받은 최종 금액은 407만 원이었다. 분명 저렴하게 잘 잡은 금액이긴 했지만, 단 3일 남짓한 공사에 이렇게 큰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인테리어라는 세계의 스케일이 확 와닿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공사 과정은 비교적 순조롭게 흘러갔다. 특히 와이프가 거의 매일 현장을 찾아가 작업자분들께 음료를 챙겨 드리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신경 써 준 덕분이 컸다. 그 정성이 더해져서였을까, 공사는 예상보다 훨씬 깔끔하게 마무리되었고, 우리는 처음으로 “아, 잘했다”라는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 뒤로 2번이나 A/S를 불렀던 것은 비밀)
3) 전기/조명 - 실링펜, 다운라이트 시공, 각 가구당 전력 개선해서 위치 및 콘센트 배정, 스위치, 콘센트 교체
전문가를 고용하면, 당연히 알아서 센스 있게 딱 맞춰 잘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공사를 맡은 사장님은 모든 요소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짜증 섞인 말투로 질문을 퍼부었다.
“이건 어디에 둘 건가요?”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요!”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시간 없어요, 빨리 결정하세요!”
이 대사가 거의 며칠 내내 반복됐다. 이미 많은 고민 끝에 디자인 콘셉트를 정해 가져갔는데, 오히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짜증을 내기까지 해서 괜히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싶은 불안감까지 들었다. 결국 비위를 맞추느라 음료수 챙기고 간식 챙기고, 눈치 보며 공정을 따라가야 했던 시간들이 꽤나 고되고 지치게 느껴졌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했다. 실링팬 세 개를 설치하기 위해 보강 작업을 진행했고, 집 전체에 다운라이트만 무려 37개를 설치했다. 주방 가전이 들어올 것을 미리 고려해서, 인덕션 같은 건 단독 배선으로 부탁했고, 그 과정에서 전기 관련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 했다. ‘전기’라는 분야가 이렇게 복잡한 줄, 그때 처음 알았다.
다행히 이 과정에서 조금은 보람 있는 순간도 있었다. 실링팬과 다운라이트는 와이프가 직접 을지로까지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하고, 발품을 팔아 가장 합리적인 제품을 찾아와 비용을 꽤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그렇게 들어간 총 비용은 195만 원.
4) 전체 철거
철거야말로 가장 쉬울 줄 알았다. 솔직히 “그냥 다 뜯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가장 만만해 보이던 철거가 오히려 가장 스트레스가 큰 공정 중 하나였다. 철거 소음이 시작되자마자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하루에도 관리사무소에서만 세 번 연락이 오고, 입주민들한테서도 두 번이나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 속 짜증이 그대로 전해졌고, 나는 그저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끝내겠습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데, 그 불편과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역할은 결국 우리 몫이었다.
철거는 또 생각보다 훨씬 ‘섬세한 작업’이었다. 그냥 맡겨두면 알아서 알아볼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옆에서 붙어서 “이건 남겨 주세요”, “이건 제거해 주세요”를 하나하나 다 설명해야만 제대로 진행됐다.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하면,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래서 와이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붙어서 챙겼고, 그렇게 철저하게 관리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밤에 내가 퇴근해서 와 보니 여전히 떼지 않은 부분들이 남아 있었다. 결국 뻰찌를 들고 내가 직접 철거를 마무리했다. 인테리어를 한다는 건 결국 집주인도 함께 노동자가 되는 과정이라는 걸, 그날 뼈저리게 느꼈다.
철거 비용 110만 원. 돈보다 더 큰 건, 그 과정에서 쌓였던 정신적 체력의 소모였다.
5) 필름 - 문, 문선, 손잡이, 신발장, 현관문, 창문, 붙박이장 필름
필름 공사를 앞두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필름은 왜 이렇게 비싸지?”
250만 원이라는 견적이 나왔을 때, 솔직히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이렇게 얇은 필름이 도대체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라는 생각도 잠깐 스쳤다.
그런데 막상 작업이 시작되고 보니, 오히려 이 공정이 가장 편안했던 과정이었다. 필름 사장님은 말을 길게 하지도 않았고, 불필요한 요구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히, 그리고 굉장히 ‘프로답게’ 자신의 일을 해냈다. 특별한 사건도, 스트레스도, 문제도 없었다. 그저 알아서 잘 진행되고,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인테리어 과정이라는 게 늘 사건 사고의 연속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공정도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정리했다.
“그래, 무난하게 넘어간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6) 목공 - 천장 몰딩, 중문 가벽 신설, 날개벽 수리 등
“인테리어에서는 목수가 가장 귀하다.”
그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실제로 목수를 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숨고를 뒤지고, 여기저기 수소문해 봐도 목수는 정말 ‘부르는 게 값’이었고, 다들 바빠서 일정조차 쉽게 잡히지 않았다. 마치 시간표가 꽉 찬 인기 의사를 예약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전기 기사님이 지인 목수를 소개해 주면서 상황이 조금 숨통이 트였다. 그렇게 간신히 일정이 잡히고, 드디어 목수 작업이 진행되었다. 목수 아저씨는 아주 명확했다. 우리가 지불한 비용만큼, 그 범위 안에서 딱 그 수준의 일만 해주고 가셨다. 지나치게 정성을 쏟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대충 하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가격만큼의 결과’였다. 총 비용 80만 원.
7) 마루 - 마루 시공
마루는 와이프가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였다. 집의 인상을 좌우하는 큰 요소이다 보니, 색감부터 폭과 패턴까지 선택의 고민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업체를 비교하고, 샘플을 보고 또 보며 충분히 시간을 들인 끝에 결국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389만 원에 계약을 했다.
그리고 결과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시공이 끝난 후 완성된 모습을 보며, 그동안의 고민과 선택의 과정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8) 도배 - 도배 시공
도배는 어쩌면 인테리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집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분위기를 좌우하는 건 벽과 바닥, 그중에서도 도배의 힘이 크다. 그래서 우리는 실크 벽지를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가격에, 그러나 확실한 실력의 업체로 하고 싶었다. 와이프는 을지로를 직접 돌아다니며 샘플을 비교하고 여러 곳을 상담한 끝에,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곳을 찾아 330만 원에 계약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도배를 하는 날, 하필이면 장대비가 쏟아졌다. 기존 벽지를 모두 뜯어내자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시멘트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벽은 평탄화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작업자들은 난감한 표정으로 “이 상태로는 도배가 어렵다”며 손을 멈췄다. 상황은 순식간에 긴장 분위기가 되었고, 그 와중에 와이프는 비를 맞으며 급하게 시멘트를 구해 현장까지 가져다주었다. 결국 첫날은 예상했던 도배 작업 대신, 시멘트를 덧바르며 벽을 다시 잡는 데 하루를 거의 다 써야 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터지면서 작업자들의 표정도 점점 굳어졌고, 추가 비용 이야기가 오가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도배는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었다. 주름 하나 없이 깔끔하게 입혀진 벽지를 바라보며 우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9) 주방가구 - 상하부장 + 냉장고장 + 아일랜드 + 선반 등
주방 가구는 인테리어 과정 중에서 내가 가장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구축 아파트의 주방은 생각보다 훨씬 좁고 제약이 많아서, 예쁘게 디자인하면서도 실용적으로 가구를 배치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정말 수십 가지의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정리하면서 1cm 단위까지 계산해 가며 여러 가지 디자인을 시도했다. 그리고 여러 업체와 상담을 거쳐, 그중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곳과 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
처음 업체에서 제시한 금액은 250만 원. 다만, 실측 후 최종 견적을 다시 산출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실측까지 진행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지금 우리가 계획한 디자인은 구조상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디자인을 수정해 다음 주에 새로운 설계를 제안했고, 그로부터 다시 실측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받은 최종 견적은 510만 원. 단순히 조금 오른 수준이 아니라 거의 두 배였다.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아 어떻게 이런 금액이 나올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업체는 각종 논리를 들이밀며 어쩔 수 없다는 태도였다. 이미 시간은 촉박했고, 다른 업체를 새로 찾기에는 여유가 없었다. 결국 협상 끝에 10%를 할인받는 선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주방 가구는 모든 가전의 크기, 깊이, 문 여는 방향까지 하나하나 계산해야 해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조금만 틀어져도 전체가 어긋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끝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봤고, 다행히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되었다.
10) 중문 시공
중문은 와이프가 가장 애정을 쏟은 작업 중 하나였다. 집의 첫인상과 전체 분위기를 결정짓는 요소가 중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자인부터 위치, 크기, 형태까지 전부 직접 고민하고 결정했다. 그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목공 작업을 통해 중문 틀을 새로 만들었고, 그 위에 중문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완성된 중문을 마주했을 때,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지만 아쉬움이 전혀 없던 건 아니었다. 와이프가 머릿속에서 그려온 디자인과 완성품이 아주 조금 달라 있었기 때문이다. 미묘한 차이였지만, 오랫동안 고민하며 준비한 만큼 그만큼 아쉬움도 남았다. 다행히 업체에서 그 부분을 인정하고 비용 일부를 할인해 주었고, 우리는 그 정도면 충분히 수긍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그 작은 아쉬움마저도 이 집을 완성해 가는 과정의 한 조각으로 남게 되었다.
11) 입주 청소
입주 청소도 꽤 많이 알아봤다. 특히 강마루의 경우 물청소를 잘못하면 수축과 팽창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업체에 그 부분을 꼭 주의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우리는 가능하면 꼼꼼하고 세심하게 청소가 이루어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들어가 보니, 기대만큼 완벽하게 마무리된 상태는 아니었다. 겉보기엔 나름 깨끗해 보였지만, 실제로 살림을 놓기엔 마음이 불편한 부분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결국 몇 번은 내가 직접 다시 청소를 해야 했다. 그래도 이쯤 되니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된다. 인테리어라는 게 원래 완벽을 기대하기보단,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느낌이었다.
입주 청소 비용, 44만 원.
12) 이사 및 가전
이사 역시 큰 공정 중 하나였다. 우리는 짐이 그리 많지 않다고 판단해 1인 이사 업체를 선택했다. 오피스텔에서 옮기는 짐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사 당일,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터졌다. 짐을 옮기다 중문에 부딪히며 스크래치가 생긴 것이다. 막 공사 끝나고 애지중지 바라보던 중문이라, 그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기사님은 미안하다며 3만 원을 빼주었고, 우리는 그저 “괜찮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한동안 그 흠집이 눈에 밟혔다.
가전은 다행히 형이 삼성전자를 다니는 덕분에 삼성 제품으로 전부 맞출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주방 가구를 밀리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설계해 놓았는데, 막상 냉장고를 들이려 하니 사이즈가 애매하게 맞지 않는 것이다. 설치 기사 두 분이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난색을 표했다.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 순간, 와이프가 과감하게 제안했다. “저희가 아래에서 받쳐줄 테니, 위로 들어 올려 넘기는 건 안 될까요?” 기사님들은 가능한 방법인지 한동안 망설였다. 바로 그때, 마침 식기세척기 기사님들이 도착했고, 공교롭게도 냉장고 기사님과 서로 아는 사이였다. 그분들이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나섰고, 그렇게 장정 다섯 명이 냉장고를 공중으로 들어 올려 조심스럽게 넘겨 설치에 성공했다.
그리고 모두 박수를 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마운 나머지 나도 맛있는 디저트를 사와 기사님들께 나눠드렸다.
그저 가전 설치 하나였을 뿐인데, 응원과 협력이 더해져 작은 드라마 같은 장면을 만들어 냈다.
13) 현관 타일 시공 - 셀프
현관 타일 시공 견적을 알아봤을 때 들은 금액은 150만 원이었다. 순간 멍해졌다. ‘이 정도 작업이 그렇게까지 비싸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부터 계산이 빠르게 돌아갔다. 차라리 그 돈이면 다른 공정에 보태는 게 낫지 않을까, 이 정도면 내가 직접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래서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그냥 내가 한다.”
재료를 준비하고, 방법을 공부하고, 하나하나 손으로 붙이며 작업을 진행했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체력도 꽤 소모되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주도해서 만들어 간다는 사실이 묘한 뿌듯함을 줬다. 그렇게 들었던 비용은 재료비 포함 8만 5천 원.
150만 원짜리 작업을 8만 5천 원으로 끝냈다는 사실도 기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집을 직접 만들어 가고 있다’는 기분이 좋았다.
처음 우리가 원하는 인테리어와 디자인으로 턴키 견적을 받았을 때, 작게는 5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 이상 부르는 곳이 많았다. 인테리어를 전혀 모르던 시절, 나는 인테리어로 2천만원을 예산으로 잡아두었다. 고맙게도 와이프는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지켜주었고, 우리는 육체적 정신적 노동력을 갈아 넣어서 약 2400만원에 원하는 수준의 인테리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 중>
<인테리어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