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식은 5월에 이미 마쳤지만, 신혼여행은 10월로 미뤄 두었기에 우리는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흩어졌다.
결혼은 했지만, 원룸 계약이 6월 말까지 남아 있어 한동안은 여전히 각자의 작은 방에서 하루를 이어갔다. 결혼이라는 커다란 사건이 있었음에도 삶은 놀랍도록 담담하게 흘러갔다.
그러다 문득, 잠시 미뤄 두었던 입주 계획과 앞으로의 시간들이 현실처럼 다시 다가오기 시작했다.
중도금: 5월 15일
잔금일 및 등기일: 6월 30일
세입자 전세금 반환: 8월 20일
인테리어: 8월 21일~9월 22일
이사: 9월 22일
가전/가구: 9월 22일~9월 30일
신혼여행: 10월 9월
중도금 마련기
중도금과 잔금일이 가까워지면서 가장 중요한 일은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주식이 올라 여유 있게 잔금을 치를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상황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결국 다른 방법을 찾기로 하고 퇴직금 중도해지 가능 여부를 알아보았다. 규정을 확인해 보니 ‘무주택자가 1주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중도해지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문제는 기존에 보유한 오피스텔 한 채였다. 이 오피스텔이 주택으로 분류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가능 여부가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이었다. 오피스텔은 경우에 따라 주택으로 보기도, 주택이 아니라고 보기도 해서 판단이 쉽지 않았다.
담당 은행에 문의하자 A 직원은 잘 모르겠다고 했고, 이후 연결된 B 직원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그 말을 믿고 필요한 서류를 모두 준비해 은행을 찾았다. 창구에서 접수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본사 검토 결과, 오피스텔에 대해 주택으로 재산세를 납부하고 있으므로 1주택자로 판단된다는 답을 받았다. 그로 인해 퇴직금 중도해지는 불가능하다는 최종 통보를 받았다.
결국 여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취득세 해결기
다음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취득세였다. 집을 매수하는 시점에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한 번에 낼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취득세를 6개월 무이자 할부로 나누어 납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당시 취득세 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진행하던 곳이 NH카드뿐이어서, 해당 카드 발급부터 진행했다. (나중에 이것이 독이 될 줄이야...)
카드를 발급받는 것만으로 끝나는 일은 아니었다. 이후 다시 은행을 방문해 취득세 납부를 위한 한도 상향 심사까지 받아야 했고, 그 과정이 생각보다 꽤 번거로웠다. 그렇게 하나하나 절차를 밟으며 취득세 문제도 겨우 정리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법무사 영수증이었다. 나는 셀프등기를 할 계획이어서 애초에 법무사를 이용하지 않았고, 따라서 영수증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행에서는 해당 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며 융통성 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고민 끝에 상황을 설명하고 법무사 사무소에 연락해 견적서를 받아 대체 자료로 제출했다. 다행히 그 견적서로도 접수가 가능해서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취득세 감면 받기
생애최초로 집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취득세를 최대 200만 원까지 감면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흥미롭게도 은행에서는 내가 보유한 오피스텔을 1주택으로 보았지만, 취득세 기준에서는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보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나는 무주택자로 인정되어 생애최초 취득세 감면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다만 아내와 집을 50:50으로 공동명의로 취득했기 때문에, 감면 역시 내 지분에 해당하는 100만 원만 적용받을 수 있었다.
취득세를 감면받기 위해서는 관할 구청에 관련 서류를 모두 모아 제출해야 했다. 직접 방문해야 할 줄 알았지만 다행히 팩스 접수가 가능해, 일을 하면서도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취득세 문제도 하나씩 정리해 나갔다.
부동산 잔금 당일
부동산 잔금 당일에는 매도인과 매수인에게 각각 필요한 서류가 달랐다. 나 혼자만 준비를 잘해 간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고, 상대방이 서류를 빠뜨리면 그만큼 절차가 지연된다. 실제로 우리도 매도인이 전세계약서를 챙겨오지 않아, 등기를 다음 주에야 등기로 받아 처리하게 되었고 그만큼 시간이 더 걸렸다.
보통은 법무사를 통해 등기를 진행하면 법무사가 현장에 함께 동행하지만, 나는 셀프등기를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모든 서류를 직접 준비해야 했다. 기본 서류들은 비교적 어렵지 않았지만,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서와 위임장이었다.
우리의 경우 매도인도 부부 공동명의로 두 명이었고, 매수인인 우리 역시 부부 공동명의였다. 그래서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서를 각각 작성하면서 매도인 A의 지분 25%, B의 지분 25%를 이전받아 각자 50%가 되도록 두 부를 따로 작성해야 했다. 여기에 신청인과 매도인 두 사람을 포함해 총 세 개의 도장을 간인까지 정확하게 찍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하나라도 잘못되면 등기 반려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은 조금이라도 자신이 없다면 법무사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느꼈다.
위임장 역시 쉽지 않았다. 매도인 두 명에 대해 각각 위임장을 따로 받아야 했고, 여기에도 도장을 정확하게 받아야 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해 빈 종이에도 여분으로 도장을 하나씩 더 받아 챙겨두었다.
셀프 등기
보통 등기를 맡기면 법무사 비용이 약 50만 원 정도 든다. 한 번 직접 해보고 나니 과정 자체가 아주 어렵지는 않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 써야 할 것이 생각보다 많고 절차도 꽤 까다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다시 한다면 경험이 있으니 셀프등기를 선택하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냥 50만 원을 쓰고 법무사에게 맡겼을 것 같다. 그래서 처음 등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비용을 아끼기보다 법무사를 이용하는 편을 추천하고 싶다.
집을 매수하기 시작하면 돈은 정말 눈 녹듯이 사라진다. 계약금, 중도금, 잔금, 복비, 취득세, 채권 매입 비용, 그리고 인지세처럼 이름도 낯선 각종 수수료까지, 하나하나가 다 큰 금액이라 체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끝이 없는 지출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등기 비용이라도 아껴보자는 심산으로 셀프등기를 하게 되었다.
잔금 당일, 우리는 부동산에 모여 잔금을 치르고 필요한 서류들을 모두 챙긴 뒤 등기소로 향했다. 셀프등기를 하려면 그 전날부터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인터넷으로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서를 미리 작성해 출력해야 하고, 취득세를 납부한 뒤 영수필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채권도 미리 매입하고 확인서를 출력해야 하는데, 이때 받은 채권매입필증 번호를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서에 기재해야 하므로 순서를 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 외에도 각종 서류를 빠짐없이 챙겨야 해서, 등기소에 가는 길까지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이렇게 서류를 모두 챙겨 등기소에 가면, 담당 직원이 먼저 서류를 순서대로 다시 정리해 오라고 안내한다. 안내에 따라 서류를 맞춰 정리하고 다시 창구에 제출하면 검사를 받고, 또 수정하고, 다시 확인받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게 된다. 이런 절차를 대략 5~6번 정도 거쳐야 비로소 등기 신청이 접수된다.
등기를 신청했다고 해서 바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서류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반려가 되기도 한다. 우리 역시 도장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번 반려를 당했다. 이후 추가 소명으로 처리는 마무리되었지만, 그 과정이 꽤 신경 쓰였다.
*문제는 이런 과정들을 정확히 알려주는 곳이 없었기에 유튜브, 블로그 등을 찾아보고 직접 부딫히고 시도해보면서 배워가야 한다.
등기를 마치고 나니 한숨 돌린 듯한 후련함도 잠시였다. 곧바로 세입자 전세금 반환 대출은 어떻게 받을지, 인테리어는 어떻게 진행할지 등 또 다른 문제들이 잇따라 떠올랐다. 하나를 끝냈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집을 사는 과정은 그렇게 계속해서 다음 과제를 불러오는 일의 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