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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책 쓰기의 괴리감

2021년, 청춘 작가 된다는 것은?

by 강준
이제 갓 글쓰기 세계에 입문한 새내기 주제에 감히 글에 대해 논하는가?

지금의 나는 글쓰기에 대해 느낀 감정을 정리해보기 좋은 단계라고 생각했다. 다른 업에 종사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 '책 쓰기'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경험들을 지금 풀어야 '따끈따끈하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겪게 될 분들이 분명 브런치 작가님들 중에 있을 것이며... 특히 청춘 작가님들에게 다양한 정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찾고 싶었던 솔직하고 현실적인 내용들을 공개하시는 분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결과가 좋든 나쁘든... 출간한 책이 망했더라도 그것 또한 새로운 글의 소재라고 생각한다. 나의 시작은 글쓰기였지 책 쓰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의미 있는 경험과 길을 공유한다면 누군가에겐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안타까운 현실을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마음을 조금 단단히 먹고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타인에게 상담을 자주 해주는 편이다. 상담에도 다양한 스타일이 있는데 나는 에둘러 말하는 타입은 아니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타입이다. 순간의 입에 발린 달콤한 말보다는 따끔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편이다. 가끔은 상처를 받고 불편하여 따뜻한 위로를 받기 위해 떠나는 사람도 있으나, 결국 영혼 없는 자본주의의 따뜻함에 배신감을 느끼고 다시금 돌아오곤 한다.


서론이 길었다. 내가 느꼈던 글쓰기와 책 쓰기의 괴리감에 대해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해보겠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언급하는 모든 내용에 대한 생각은 '에세이' 장르로 한정합니다.)


<글쓰기>

글을 쓰는 순간은 항상 나에게 무아지경의 순간이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겠고, 야근을 하고 와도 피로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왜 이제야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아쉽기까지 했다. 글을 쓰면서 순수한 동심도 찾게 되기도 하고, 깊은 내면의 생각도 고민해보고, 나 자신에 대해 많이 공부도 한 것 같아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이었다. 자아실현의 욕구가 달성된 기분이었다. 그다음은? 글이 남들에게 잘 읽히고 싶었다. 나 혼자 '지적 유희'를 느끼고 끝나는 글보다는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쉬운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딱 글쓰기의 단계라고 생각했다.


<책 쓰기>

그다음 단계는 바로 책 쓰기이다. 이 부분은 인간의 본능적인 자아실현의 욕구, 존경의 욕구, 사회적 욕구, 물질적 욕구가 복합적으로 섞여있을 수밖에 없다. 책을 낸다라는 것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고 시대에 따라 혹은 개인에 따라 그 의미가 매우 다르다. 나의 경우에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많이 차지했던 것 같다. 사람은 살면서 한 번쯤 '이름을 남겨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 나는 이미 학계에는 여러 편의 논문으로 남겼으나, 실제 일반인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그 가치에 대해 전혀 모른다. 오히려 책 한 권을 출간했다고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가는 것이다. (내가 논문 9편을 써도 반응이 없던 부모님이 책 한 권으로 기뻐하신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자아실현의 욕구와 인정의 욕구가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선의'와 만나 책을 쓰기로 결심을 한 것 같았다. 혹자는 돈을 벌기 위해 출간했냐고 묻기도 했지만, 요즘 출판업계의 상황을 안다면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반 작가 (유명 작가 x)가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투자한 노력과 시간을 최저 시급으로만 환산하더라도 무조건 밑지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비단 나도 냈으니 말이다. 책에 대한 공급은 상당히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독서율은 급감하여 현재 비정상적인 시장구조를 이루고 있다. 지금의 사회에서 2030의 관심사는 활자보다는 영상으로 변하였고, 잔잔한 독서보다는 자극적인 투자를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읽는 도서도 주식이나 코인에 대한 내용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니, 앞으로의 미래는 계속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그래도 일단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면 이때부터는 더 이상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글과 작가 사이에 출판사와 돈이 들어오게 된다. 최근 업계에서는 (특히 에세이류) 책을 팔기 전에 작가를 팔아야 한다는 말이 흔하게 얘기되고 있다. 우수갯 거리로 말하지만 좋은 글을 쓰는 신인작가보다 인기 있는 유투버나 연예인이 쓴 글이 낫다고 생각하고, 대형 문고에 매대 광고를 하는 것보다 유튜브에 노출되는 것이 더 좋다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아쉬운 것은 대중들도 그 시대의 화제 키워드나 스타성이 높은 사람의 책들을 소비하게 되면서 이런 상황들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신인 작가, 특히 청춘 작가 들은 마치 경력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획 출간에서 배제되고... 유명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도 밀리는 현실이 된 것 같다. 또한, 출판사도 작가와 함께 홍보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예전처럼 대형 출판사 이름만 보고 책이 팔리던 시절은 지나고, 홍보 채널을 잘 활용하는 소형 출판사가 잘 팔리는 세상이 되었다. 즉, 책을 출간하고도 내 책이 재고로만 쌓여 파쇄되지 않기 위해서는 (작가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은 충격이다.) 작가도 능동적인 것을 요구받거나 나서서 해야 되는 현실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원래 인간은 상황에 적응하고 돌파구를 찾아보는 동물이다. 특히 초보 작가라면 (나와 같은) 그냥 막무가내로 들이밀어버리는 들이대 기질이 필요하다. 대형 출판사가 아니어도 성공 가능성은 비슷하니 모두 찔러봐도 된다. 조금 더 자신을 가지려면 신인 작가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본업으로 삼는다면, 정말 멘탈이 단단해야 하고 고된 시간들을 견뎌야 한다... 성공에 대한 보장 없이 말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괴도에 올라서 팬층이 생기기 전까지는 경제적인 부담이 가지 않도록 다른 일과 '병행'하면서 하기를 청춘 작가들에게 추천한다.


솔직히 현재 출판 시장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청춘 작가'가 설 자리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실 기획출판이 되는 것도 매우 낮은 확률이고, 운이 좋게 하게 되어도 출판사 내에서도 수많은 책 중 홍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업계에서는 100권도 채 팔리지 못하고 재고로 쌓인 신간 책들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1,000권을 판다고 할지라도, 작가에게는 100만 원이 채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 쉽지 않은 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신인작가 (에세이)에게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기회의 장은 브런치라고 본다. 글을 사랑하는 많은 작가님들 사이에서 글을 소개할 수 있고 소통을 할 수 있고 응원을 받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다. 심지어 책이 나오면 기꺼이 구매하고 읽어봐 주시는 작가님들 덕에 '신인 작가'는 큰 힘을 얻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카카오 브런치가 광고는 배제하면서 글에 대한 고유의 가치를 잘 살리는 플랫폼임을 알고 있다. 앞으로 '글이 주는 힘'을 알리고 '바른 독서 문화'를 형성하는데 큰 뜻으로 기여하고자 한다면 '신인 작가'를 많이 발굴하고, 그들의 '좋은 책'이 대중들에게 소개해주는 넓은 장을 만들어주길 소망한다. (카카오 탭에 신인 작가의 책을 소개해줘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같은 명곡도 뜨지 못했던 것은 다양한 사람에게 소개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책 쓰기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이라고 믿을 것이다. 홍보는 그다음의 문제일 뿐이다.

책이 출간되는 것 자체로도 매우 감사하고 뜻깊은 일이며 좋은 경험이다. 으레 겁먹고 포기하지 말고 한번 경험해보길 권한다.





다음 편: 그렇다면 신인작가에게 필요한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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