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혼자살아보는것을 추천하는이유
쉽게 말해 '이제 니가 다해야 돼'라는 뜻이다.
혼자 산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없다. 내가 먹을 밥을 내가 짓고, 내가 입을 옷을 내가 빨고, 내가 만든 쓰레기를 내가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밥도 지어주고, 옷도 빨아주고, 모기도 잡아주던 왕자님/공주님이었다 하더라도, 혼자 살기 시작하면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부터 막힌 변기에 물 새는 천장까지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구나를 뼈저리게 깨닫는 순간이 분명 온다.
그럼에도 나는 누구든지 한 번쯤 혼자 살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롯이 내가 관리하는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생기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 살았다면 알 수 없었던 '내 모습'을 알아가는데 무척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혼자 살다 보면 내가 먹는 음식들을 보면서, 어질러진 집을 보면서, 뜻밖의 외로운 밤을 보내면서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를 약간은 불친절하게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오는데, 함께 살았다면 아마 평생 몰랐지 싶은 것들도 많다. 반대로 집을 꾸미거나,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처럼 온전히 나를 위한 것들을 준비할 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면서 '아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를 깨닫기도 한다. 둘 중 어느 것이든, 함께 살면서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나를 찾았던 지난날들에 비하면, 혼자 사는 지금의 나는 좀 더 나 자신이 어떤 것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 밑바닥부터 들여다보려는 것 같다. 나를 이해하려는 욕구와 함께 그걸 탐구해 볼 수 있는 시간적 자유와 공간이 주어졌달까.
그리고 혼자 살다 보면 혼자 생존하는 방법도 터득하게 된다(밥을 하거나 빨래를 하는 것처럼 육체적인 것 말고, 정서적으로 말이다). 물론 저절로 알게 되는 건 아니고 부단히 노력해서 터득해야 하는데, 이때 혼자 살면서 내가 쟁취하게 된 '오직 나만을 위해 선택할 자유'를 행사하면 된다. 함께 살 때 누리던 남이 주는 에너지, 남이 해주는 케어, 남이 주는 안정감이 사라졌으니 이걸 메꿀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니까, 내가 스스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 내가 나를 케어하는 방법, 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들을 오로지 내 입맛대로 찾아보자. 그 방법만 찾는다면 나는 앞으로 험난한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가동력 발전기'를 하나 만들게 되는 셈이다. 그것도 비스포크 스타일로 말이다.
그때가 '이제 니가 다해야 돼'가 '이제 나도 할 수 있어'가 되는 순간이 아닐까.
그런데 사실 이렇게 한 번쯤 혼자 살아보는 것을 추천했지만 나는 오히려 혼자 살면서 '평생 혼자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없다기보다는 굳이 그러고 싶지 않다. 사람마다 물론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나 혼자서 찾을 수 있는 행복과 누군가와 함께 찾을 수 있는 행복의 종류가 달라 완벽히 교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둘이 합쳐졌을 때 더 큰 행복이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멋들어진 '자가동력 발전기'를 한대 가지고 있다지만, 두 대면, 세대면 더 힘이 세지 않겠는가? 오히려 내 엔진이 꺼지지 않을 자가동력 발전기를 한대 장만했으니 내 사람들이 힘들 때 함께 꺼지지 않고 힘을 보태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결국 혼자 살아 봤기에 나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었고, 함께 살 때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