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nie Jun 27. 2021

Phantom, 클래식 뮤지컬의 모든 것

그대는 내게로 와 나의 음악이 되리라

원래 해외뮤지컬 팬이라서 영국에 잠시 있을 때 부지런히 레스터 스퀘어 극장들을 돌아다녔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코로나 때문에 공연장을 가지 못한 지 오래되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된 데다가 김문정 음악감독님의 팬이 된 이후 좋은 국내 라이선스 뮤지컬을 많이 알게 되어서 국내뮤지컬도 열심히 관극하고 있다. 팬텀도 김문정 감독님 지휘 작품으로 처음 매력을 느껴 급하게 힐링차 예매했었는데, 카이 배우의 매력에 빠져서 카이가 소위 말하는 본진이 되어버렸다! 카이의 과거 넘버 영상들도 유투브에 고화질 고음질로 올라와 있고, 지금까지 볼 수 있는 필모도 탄탄한데다가,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시츠프로브 라이브 영상들과 카이클래식, 몬테크리스토 라이브, 그리고 곧 예매 오픈할 엑스칼리버 예습용 과거 영상들까지 행복한 할 일이 넘쳐나서 제대로 힐링 및 현실도피 중이다.


팬심은 잠시 차치하고 공연 리뷰로 돌아오자면, 팬텀은 가히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잡은 최고의 클래식 뮤지컬이라 평할 수 있는 라이선스 작품이다. 기존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오페라의 유령의 시퀄 혹은 스핀오프 형식의 작품인데, 팬텀의 과거를 조명하며 팬텀 캐릭터에 대해 관객이 감정적으로 공감할 여지를 넓힌 동시에 발레,성악,오페라 요소를 적절히 덧입히며 보다 풍성한 클래식의 총체적 경험을 제공한다.


오페라의 유령 작품을 처음 보았던 건 런던 웨스트엔드에서였는데, 그때 느꼈던 웅장한 성악가들의 노래를 다시금 느껴 보고 싶어 카이 팬텀과 임선혜 크리스틴 페어를 선택했었고 역시 그 선택은 옳았다! 두 배우 모두 성악가 출신이라 전율이 흐르는 발성과 성량은 기본이었고, 각자의 캐릭터 해석도 내가 생각했던 해석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단번에 몰입이 되었다. 카릭은 천재적이지만 “무덤 속에 태어나 고통 속에 버려져” 자조하는 마에스트로 팬텀 그 자체였고, 선크리는 유럽 유수의 극장에서 공연하는 유명 소프라노답게 “천사의 음성” 크리스틴을 단박에 이해시켜 버렸다. 특히 수십번씩 돌려 듣고 있는 넘버 <그 어디에>, <비스트로> , <내 고향>은 들을 때마다 공연의 씬들을 머리속에서 생생하게 떠올리게 해준다.

무엇보다 1층 좌측열에서 보니 배우들의 표정을 모두 볼 수 있었는데, 그 세밀한 표정 연기들로 자칫 통속적, 이중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들의 히스토리를 인간의 이중성으로 설명해 버린다. 팬텀과 크리스틴, 카리에르의 심정을 나도 모르게 약간 이해하고 있던 게 놀라웠다. 이게 팬텀 캐스트의 연기력인가 싶었다.


오늘로 팬텀 서울 막공이 끝났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열심히 남은 영상들을 보면서 그리워하고 있어야겠다. 그리고 카이님..그간의 작품들인 프랑켄, 엑칼, 베르테르, 몬테크리스토를 원작이랑 같이 여러번 보고, 카이의 엑스칼리버 아더왕을 곧 볼 수 있다는 걸 위안으로 삼아야지! 원래 하나에 빠지면 엄청 파는 스타일인데 본진을 찾아버렸으니 이참에 뮤지컬 공부도 하고, 영문과 전공수업 때 읽었던 원작도 다시 읽어보며 살아야겠다. 사실은 거의 한두달 동안 회사 외에는 할 게 너무 없고 무료하고 재미가 없어서, 약간 무기력해져서 내게 주는 선물로 예매한 공연이었는데 삶에 활기를 당장 불어넣어 준 것 같아서 신기할 따름이다. 그동안 조금씩 써놓았던 공연 리뷰들도 이참에 꾸준히 쓰면서 아카이빙해봐야지.

결론은 팬텀 카이 제가 너무 사랑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82년생 김지영, 한국사회의 母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