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잠정적으로 팔레스타인 소녀들과의 마지막 수업이다.
개인적인 일정들이 생겨 고민을 하다 마리암 엄마에게 사정을 말하고 당분간 수업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내가 더 아쉬운 마음에 수업 전에 초콜릿 케이크를 샀다. 초는 큰 걸로 세 개. 마리암과 나다와 살마와 함께 촛불을 끄며 우리의 헤어짐을 기억하고 싶었다. 집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반긴다. 마리암 엄마는 일이 있어 조금 늦는다고 하고, 대신 아이들 아빠가 나를 반겼다.
수업을 못한다고 하니 아이들은 괜히 더 공부가 하고 싶은가 보다. 갑자기 문제집을 들과 와서는 내가 없는 동안 어디까지 해놓느냐고 물었다. 코끝이 찡해졌다. 그래도 먹을 건 먹어야지. 우리는 빨리 초콜릿케이크를 먹고 싶으니까 우선 초를 꽂고 불을 붙여 후 하고 불었다.
사이좋게 접시에 담아 케이크를 먹는데, 마리암 아빠가 주저주저 말을 꺼냈다.
마리암 아빠는 10년 전 한국의 한 대학교 연구실에서 3년을 공부했다고 한다. 여러 명과 3년을 함께 지냈는데 연구가 끝날 때쯤에야 겨우 한 명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땐 자기가 문제가 많아서 친구를 사귀지 못한 줄 알았단다.
"선생님, 하지만 지금은 제 아이가 4명이 한국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4명 모두가 친구가 없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저만 친구가 없던 게 아니었어요." 이렇게 예쁜 내 딸들이 왜 친구가 없는 건지.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가 없어 묻는단다.
세상에서 어려운 질문 중 하나가 아이에 관한 고민 아니겠는가. 초콜릿케이크의 달콤함이 되려 쓰게 다가오던 그 순간. 타지에서 가족들을 지켜내고 있는 아빠의 마음은 내 머릿속을 흔들어 놓는다.
하필 돌려 말하는 것도 못하는 한국인 선생님을 앞에 두고 그렇게 물어오면 안 되는데. 솔직해야 되나? 아니면 책에 나올 법한 문장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그런 말을 해야 하나? 지난 일 년 간 나 역시도 아이들에게 듣고 싶었던 말. 오늘은 친구와 재미있게 놀았다는 그 한마디를 듣지 못했기에 내 마음도 타들어간다.
사실 저도 팔레스타인 친구들을 가르친다고 했을 때 걱정이 되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도 하고 책도 읽고 있지만 다 이해하기는 어려웠어요. 일 년이 지난 지금은 처음보다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팔레스타인은 한국에서 거리상으로 멀기도 해서 저희가 알아갈 기회가 적었어요. 그래서 학교 친구들의 마음에는 아직 팔레스타인이 먼 나라일수도 있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지금은 뭐라 말씀드릴 수가 없어 답답하지만 함께 고민해 볼게요.
어설픈 내 답을 듣고도 다행히 마리암 아빠는 고맙다고 했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그저 웃기만 했던 나. 해 질 녘이 되어 점점 어두워지는 거실에서 아이들은 아무 일도 없는 듯 다시 말을 걸어온다.
나는 다만 시간이 되어 열심히 기도하는 마리암 아빠를 조용히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