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기대되는 팔레스타인 소녀들과의 수업.
역시나 다들 집안 어딘가에 숨어있고 나는 찾아다니기 바쁘다. 머리만 숨긴 꿩처럼 어딘가 어설프게 다 보이지만 모르는 척해주는 게 포인트. 도저히 못 찾겠다는 시늉을 해야 겨우 나와 인사를 한다.
항상 막내 수아드가 일등으로 수업하러 의자에 앉는데 오늘은 뒤에 또 뭔가 숨겼다. 뭘까?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 궁금한 듯 물어봐 주는 것도 역시 포인트.
짜잔!! 수아드가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 최고!"라고 말하며 직접 쓴 편지를 보여준다.
갑자기 훅 들어온 감동에 그날 수업도 공부로 꽉 채우는 대신 동화책도 읽고 그림일기도 쓰며 여유롭게 보내기로 했다.
오늘 문득 든 생각은 이제 이 소녀들과의 한국어 수업을 끝내갈 때가 돼 간다는 거다. 처음부터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게 백업하는 게 내 수업의 목적이었고, 이젠 학교에서 문제없이 잘 공부하고 있으니 내 역할은 거의 끝나가는 듯하다.
핸드폰에 틈틈이 기록해 둔 메모를 보니 지난해 11월에 수업을 시작했으니 거의 일 년째 이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오늘 수아드 수업이 끝나고 큰 언니 말라카 수업을 하며 '지속적'이라는 말을 공부했는데, 우리가 '지속적'으로 약 1년간 만났다고 하니 깜짝 놀란다.
말라카에게 결혼식 할 때 꼭 부르라고 매번 말하는데, 어떻게 연락하냐고, 그리고 연락하면 올 거냐고 오늘도 묻는다.
얘들아, 선생님 전화번호는 20년째 사용 중이야. 앞으로도 바꿀 계획 없으니 언제든 연락해. 그리고 팔레스타인에서 하는 결혼식도 갈 수 있어. 초대만 해주렴.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