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에 취한 날

튀르키예 커피(Türk kahvesi) 드셔보신 분

by namtip

나지마가 받아쓰기에 자신감이 붙은 이후로 맞춤법을 손보는 시간이 확 줄었다. 예전엔 1시간 수업 중 40분을 할애했는데 이젠 10분 정도 확인 후 혼자 연습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한국인들도 어려운 게 맞춤법인데 얼마나 어려울까. 어쨌든 한국에 사는 동안 어려움 없이 수업하려면 맞춤법이 필요하니 조금만 더 고생해 보자.


받아쓰기가 수월해지고 나니 재미있는 동화를 읽으며 문제도 풀 수 있고, 남는 시간에는 나지마가 영어책을 나에게 읽어주기도 한다. 이번엔 신데렐라. once upon a time으로 시작하는 영어 동화책을 아이가 읽어주니 색다르네. 새어머니와 언니들의 만행에 함께 광분하고 있을 즈음 나지마 엄마가 커피를 내오신다.


지난번 카푸치노 이후 한동안 물만 주셨는데, 오늘은 다른 커피라며 마셔보라고 하신다. 오호 커피잔이 너무 귀엽다. 튀르키예식 커피는 한 번도 안 먹어 봤을 거라며 주셨는데 가까이서 보기만 해도 심상치 않다.


진. 하. 다.


색깔과 향기만 그래 보일 수도 있으니 겁 없이 꿀떡꿀떡 마셔 보았는데 이게 웬일.


소주보다 강하다.


소주보다 강한 커피를 다 마시니 밑에 진한 초콜릿 같은 게 보인다. 아하! 내가 실수했구나 싶었다.

초코가 밑에 있는데 섞어 마시질 않아 이렇게 쓰고 진하구나. 그런데 분명 아까 나지마 엄마가 설탕은 안 넣었다고 했는데...


어쨌든 초코시럽으로 입을 달래려 손가락으로 푹 찍어 먹어보니 악!

그것은 커피가루.


물! 물!


다급히 소리치는 나를 보며 황급히 나지마가 물을 떠다 주었다. 선생님이라고 매주 가는데 매번 이렇게 일을 내니 참. 나지마가 너무 재미있어하며 웃는데 이미 카페인에 취할 대로 취한 나는 같이 웃지도 못한다.


시간을 보니 남은 시간은 약 10분.

그 10분 동안 나지마가 읽어주는 신데렐라를 어떻게 들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밖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있던 나지마 엄마는 이 모든 상황을 모르시는 듯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가자 커피는 맛있었냐며 물어오시는데 "strong"이라고 하니 손사래를 치신다. 그 정도는 마셔줘야 한다고... 아... 그렇구나.


카페인에 취했다고 음주운전에 걸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 주차장에서 한참을 앉아있다가 다시 출구로 나오면서 혼자 낄낄대고 웃었다.


팔레스타인 소녀들과의 시간은 항상 예측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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