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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Apr 17. 2023

카푸치노는 커피가 아니에요?

카푸치노의 정체성

달그락달그락. 말라카 엄마가 카푸치노라며 책상에 찻잔을 내려놓으신다.

요즘은 집에서도 나름 거품이 풍성한 인스턴트 카푸치노를 먹을 수 있어 좋다며 고맙다고 말하는 순간.

말라카의 손에도 카푸치노가 전해졌다.


"어? 말라카가 커피 먹어도 되나요?"

"아~커피는 안 먹어요. 카푸치노는 먹고요."


이게 무슨 말인가. 카푸치노는 커피인데.

"카푸치노는 커피인데요?"

"카푸치노는 카푸치노예요. 커피가 아니고요"


what?

천지가 개벽할 소리를 들었는데 공부가 될 리가 있나. 내 머릿속에는 온통 카푸치노가 왜 커피가 아닌지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말라카가 찻잔을 들어 커피가 아니라는 그 정체불명 음료를 홀짝홀짝 마실 때마다 내가 눈으로 계속 정말이니? 정말이야? 하고 물어보는 통에 결국 말라카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듯이 말했다.  


"선생님, 계속 카푸치노 생각하는 거죠? (너무 티 냈나) 그만 생각해요. 이거 저 마셔도 되는 거라니까요~!"


"아니야 말라카야, 커피숍에 가봐 봐. 카푸치노는 커피라니까.(이쯤 되니 나는 거의 울먹이고 있다.) 근데 너희 나라에서는 아이들도 카푸치노를 먹는구나?"


"네, 이건 커피가 아니니까요(복장을 치겠지만 커피가 아니라는데 어쩌랴). 저는 다섯 살 때부터 마셨어요"


"뭐? 다섯 살?"


그날 내가 무슨 정신으로 수업을 마쳤는지 모르겠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전화를 걸어 이래저래 해서 카푸치노가 커피인지 아닌지 말해달라고 하니 열이면 열 하나같이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한다. 내가 그걸 알았으면 전화를 그렇게 돌렸을 리 없지. 구글에게 물어봐도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 뜨거운 우유, 그리고 우유 거품을 재료로 만드는 이탈리아의 커피 음료로서, 여기에 코코아 가루나 계피 가루를 뿌려 먹기도 한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는데 말이다.


친구들도 가족들도 모두 나와 같은 반응뿐이다. 답은 모르고 다들 궁금하기만 한 상태로 카푸치노의 정체성 놀란은 그렇게 미제사건이 되어 종결되었다.


그리고 처음 카푸치노를 대접받은 날 내가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는 걸 말라카 엄마가 기억해두셨나 보다.

커피가 절대 아닌 카푸치노를 수업 할 때마다 계속 계속 가져다주셨고, 아마 당분간은 그 어디서든 카푸치노를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이 마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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