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의 미국 주택가 조깅 사건
califonia
큰일이다. 핸드폰이 꺼졌다.
손이 곱아지도록 꽉 쥐고 있던 핸드폰이 꺼졌다는 건 그나마 의지했던 구글 지도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어차피 지도가 있어도 잘 못 보는, 방향 감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태어난 종류의 인간이지만 지도가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
왜냐하면 여기는 캘리포니아 어느 주택가 한복판이니까.
캘리포니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1순위.
그건 바로 미드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조깅을 하는 것이었다. 짐을 풀고 어느 정도 시차 적응이 끝난 어느 오후. 운동화를 단단히 묶고 드디어 꿈꾸던 조깅을 시작했다.
그 유명한 캘리포니아 선셋이 바로 눈앞에 있고 간간이 지나가는 사람들과 ‘헬로, 하이’ 인사도 하니 드라마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에 취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꺼지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 같은 조깅은 이제 안녕. 늘 그랬듯, 왔던 길이라고 확신하며 되돌아 가봐도 다른 곳이 나온다. 주변은 온통 지붕 모양이 같은 미국식 주택이었고, 이 동네는 어둑해지면 사람들이 집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전설이 아니었다.
돌고 돌고 또 돌고. 숙소는 어디쯤인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제발 누구든 만나기만 해 주세요. 하는 기도가 절로 나올 즈음. 어디선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향해 정신없이 뛰어가서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렇게 30분짜리 조깅은 한 시간이 훌쩍 넘는 공포의 주택가 헤매기가 되어 끝이 났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달 동안 난 다시는 조깅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