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기도 하지. 비를 쏟아붓던 하늘은 어느새 멀쩡하다. 지난 장마동안 빗물은 갈라진 건물 틈사이로도, 옥상을 타고 창문으로도 제집처럼 들어왔다.
관리소장님은 늘 허허실실인데
말 한마디로 단단한 마음을 한 번에 말랑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소장님과 나. 둘 다 고개를 쳐들고 마냥 똑똑 떨어지는 물을 보며 갸우뚱한다.
나:도대체 빗물은 어디서 어떻게 들어오는 걸까요.
소장님:알면 내가 여기 있겠어요. 뭐라도 차렸겠지. 허허
나:그럼 어떻게 해요. 한번 시작되니 걷잡을 수 없잖아요.
소장님:걷잡을 수 없는 게 어디 물 뿐이겠어요.
걱정 말라며 내 어깨를 툭툭치고 떠난 소장님의 뒷모습을 보며 이젠 물길이 아닌 내 마음길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