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시차를 못 이기고 먼저 잠이 들었다. 웬만해서 너희들 불편한 거 싫다며 우리 집에 오래 머물지 않는 아빠도 오셔서 늦게까지 계셨고 엄마는 하룻밤 주무셨다. 엄마는 잠든 동생 옆에 누우시더니 한참 동안 동생얼굴을 보다가 같이 잠드셨다.
한국에 도착한 첫날. 7살짜리 조카카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안기며 물었다.
"이모! 생일이 몇 월이야?"
"12월"
"휴~~"
하면서 내 손에 작은 주머니를 쥐어주었다. 겨울이 되면 못 만나니까 미리 내 생일 선물을 가져왔다는데 12월 탄생석인 터키석을 가져왔다. 딱 봐도 박물관에서 파는 기념품인 것 같은데 어찌나 귀여운지.
조카가 준 생일 선물
동생은 어릴 적부터 미국 가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영문과를 가고 북미학으로 대학원을 갔다. 공부한다고 다 미국가나 싶고 본인도 별생각 없는 듯해서 나는 그 말을 귓등으로도 듣질 않았었다. 그런데 제부가 미국으로 취업하면서 동생은 결국 가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나라로 이민을 갔다.
지난여름에는 내가 미국을 이번해에는 동생이 한국으로 왔다. 그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하다 보니 순서라는 게 생겼다. 내년에는 내가 미국행을 할 차례가 됐다. 보통 여름 방학 때를 맞춰 만나다 보니 여름은 으레 동생을 만나는 계절이 되었다.
한국에 있다면 생일파티도 같이 하고 여행도 자주 갔을 텐데 비행기로 13시간은 너무 멀기만 하다.
그래도 나쁘기만 한건 아니다.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던 우리 자매가 예전보다 적게 싸우고 쉽게 화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뭐든 열심히 즐기게 되었다.
미국에서 오기 전부터 계획했던 제주도 여행에서도 우리는 정말 신나게 놀았다.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먹을 수 있는 건 다 찾아 먹어서 이틀 동안 4킬로가 쪘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번갈아 가며 한국과 미국을 오가지만 아이들이 크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우리는 만났을 때 최선을 다해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