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두 번째 프로젝트 수행
첫 프로젝트를 마치고 추석을 껴서 연차를 썼더니 근 한 달이 되는 시간을 휴가로 보낼 수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이 일을 쉬어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휴가 초반에는 너무 행복했지만... 신입이라 그런지 점점 '아, 나 잘리는 건 아니겠지?'라는 불안감과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강박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지만 다소 불안했던 휴가를 마치고 본사로 출근을 했다. 첫 출근 때와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어색하지 않았다. '다음 프로젝트는 언제 어디서 어떤 것을 하게 될까?' 은근히 기대하며 출퇴근하기를 약 한 달쯤 되던 날,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다. 대기업 보험사였다. 첫 프로젝트를 금융권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보험 쪽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었고, 듣자마자 어쩌지를 반복하며 고객사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했다.
이렇게 시작된 주니어 기획자의 두 번째 프로젝트이자 첫 보험사 프로젝트의 후기를 적어보도록 하겠다.
다이렉트 모바일 앱 내 대출/보상 기능 개발
첫 번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중간에 투입되었기 때문에 설계 단계가 지난 기능 개발 단계부터 업무를 해야 하는 게 맞았지만, 프로젝트의 이슈가 설계 단계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개발이 아닌 설계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이미 2달 전에 착수한 프로젝트인데, 대표 홈페이지의 기존 기능인 대출/보상 서비스를 자회사의 다이렉트 모바일 앱에 추가하는 게 목적이었다. 초기 기획자가 PM제외 1명이 투입되었는데, 고객사에서 업무 범위 이외의 요청사항이 발생함과 동시에 지속된 코로나 확진으로 업무 일정에 차질이 생겨서 설계 단계의 업무가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수행사에 추가 기획자로 글쓴이가 투입하게 되었다.
1. 설계 단계의 진척률 저하
- 고객사에서 무리한 추가 요청사항이 발생해 기존 작성된 화면설계서 등 기획문서를 수정해야 했고, 이미 구현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획자 1명으로는 관리할 수 없는 상태에 놓임.
- 개발계의 HTML 파일 내용과 운영계 HTML 파일 내용이 달라서 확인해 보니 고객사에서는 신규 내용을 운영계에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었음. 따라서 개발계 기준으로 작성된 화면설계서를 다시 수정해야 하는 상황.
2. 테스트 데이터 부족으로 인한 테스트 적합률 저하
- 구현이 끝난 후 단위테스트와 통합테스트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데이터의 계정이 원활하게 수급되지 않아 실제 사용자가 겪을 수 있는 오류의 발견 및 조치가 더뎌짐.
- 고객사에서만 데이터를 갖고 있고 활용했기 때문에 고객사에서 발견한 오류에 대해 수행팀이 확인 불가능하여 조치가 느려짐.
3. 수직적 보고 체계로 인한 업무 처리 지연
- 대기업 특성상 많은 부서와 직급이 존재하여 작은 업무에 대해서 수행팀이 처리 및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시간과 노동력이 상당히 소비됨.
1) 설계
ㄴ 약관 내용 확인: 보험사는 수많은 내용의 약관을 HTML 파일로 보관하고 있는데, 고객사에서는 운영계에만 최신 버전의 내용을 반영하고 있었고, 동시에 수행팀에서는 개발계 내용을 기준으로 화면설계서를 작성하여 퍼블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따라서 개발계와 운영계 HTML 파일 내용이 달랐고, 뒤늦게 발견되어 화면설계서 내 약관 내용을 하나하나 수정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ㄴ 화면설계서 디스크립션 수정: 기획자 1명이 많은 양의 화면설계서를 작성하다 보니 디스크립션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부정확하여 구현 단계에서 각 담당자(개발, 퍼블, 디자인)들이 작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따라서 글쓴이가 각 담당자들과 대화를 하며 디스크립션에 대한 보충 설명 및 수정을 진행했다.
2) 테스트 문서 작성 및 진행
ㄴ 단위/통합테스트 문서 작성: 작성된 IA 및 화면설계서를 바탕으로 단위/통합테스트 시나리오를 작성함.
ㄴ 테스트 진행 및 관리: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단위테스트에 대해 테스트 진행 - 오류 발견 - 조치까지 담당.
또한 고객사와 함께 통합테스트를 진행하며 발생하는 오류에 대해서 PM에게 보고하여 조치 여부를 판단함(발생한 오류에 대해 PM에게 보고하는 이유 - 고객사에서 발견한 오류에 대한 조치 요청은 오류 발생에서 나온 게 아닌 임의적으로 요청하는 업무 범위 이외의 추가 요청사항일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사항에 대해 PM이 판단해야 하기 때문).
1. 나쁜 코로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업무의 과부하가 발생했고 이는 프로젝트 전반적인 분위기 침체를 불러왔다. 대기업이라 그런지 한 건물 내 1명의 확진자가 발생해도 건물 내 모든 사람은 업무를 중단하고 퇴근해야 했으며,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1주에 1일은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또한 업무의 흐름이 자주 끊겨 고객사와 수행사 간 소통의 오해가 생겼고, 이는 수행사에 대한 고객사의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행스럽게도 글을 쓰는 지금은 같은 회사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데 코로나로 인한 제한이 많이 풀려서 그런지 비교적 수월하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2. 설계 단계의 중요성
1) 각 담당자(디자인, 퍼블, 개발)들의 문서 이해도 부족으로 마찰 심화
프로젝트 투입 당시 이미 발생했던 문제이다. 각 담당자들이 화면설계서를 보고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나머지 불만을 토로했고, 기획자는 업무 시간 내내 그들에게 둘러싸일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랬을까? 기획자 1명이 담당하기엔 화면설계서의 양은 너무 방대했고 일에 밀리다 보니 퀄리티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환경은 이런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고, 기획자는 이를 극복해야 한다.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기획자가 길을 잃으면 프로젝트가 길을 잃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2) 화면설계서는 작성자가 아닌 열람자 기준으로 작성
화면설계서를 포함한 기획문서는 작성자의 기준에서 만들어지면 안 된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기획문서를 보게 되는데, 하나의 텍스트, 이미지, 버튼 등 문서의 어떤 요소를 보더라도 모든 이해관계자가 같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든 1명이라도 다르게 받아들인다면, 프로젝트는 쉽지 않게 흘러갈 것이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약 4~5달간 수행했던 것 같은데 첫 번째 프로젝트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낀 프로젝트였다. 첫 프로젝트 때는 아는 게 없어 이리저리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긴 느낌이었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크고 작은 이슈들이 발생했고, 이는 글쓴이가 프로젝트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스스로 고민할 수 있게 만들어준 요인이 됐던 것 같다. 일을 하면서 많이 어려웠고 난감했던 상황이 많았지만, 결국 다 극복했다.
인하우스에서의 안정적인 경험과 성장보다 다양한 환경에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에이전시에 온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