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ction, 2020
'익스트랙션'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액션 시퀀스를 보여준다. '익스트랙션'에는 액션 영화에 대한 개인의 호불호와 관계없이 도무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은 장면들이 몇 있다. 지금까지 '존 윅' 시리즈의 채드 스타헬스키와 데이빗 레이치가 이 분야의 정점에 있었다고 한다면, 이제 관객들은 샘 하그레이브라는 새로운 이름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어떤 기술이나 기법이 영화 전체의 완성도나 작품성을 대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간혹 어떤 영화들은 그것만으로도 영화사에 족적을 남기기도 한다. '익스트랙션'은 그저 넷플릭스 오리지널 킬링타임 영화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액션 시퀀스에 대해 논할 때만큼은, 아마도 꽤 오랜 시간 동안 회자될 만한 영화다. 어떤 식으로든 일종의 획을 그은 셈이고 신기원을 이루었다.
특히 약 12분간 이어지는 롱테이크 액션 시퀀스는 정말 눈을 의심케 한다. 핸드헬드로 역동감을 주는 것을 탈피, 롱샷으로 액션을 날것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게 최근 액션의 트렌드인데, '익스트랙션'은 아예 액션의 동작들을 좇는 시점샷까지 섞어 체감을 극대화했다. '익스트랙션'의 카메라의 존재를 감추고 상황을 충실히 전달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총격과 타격을 바로 옆에서 목격하는 관찰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관객은 마치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하게 액션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기법들이 바로 12분 롱테이크 시퀀스에 함축되었다.
액션의 비중이 과하다 싶을 만한데 아이디어와 액션의 강도를 적절하게 조절했고, 이야기도 최소한의 설득력을 갖췄다. 자기 아이의 마지막을 볼 수 없어 인생으로부터 도망쳤던 주인공에게 이 구출작전은 자기 구원의 과정과도 같다. 구출해야 할 아이가 악인의 아들인지,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그에게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액션이 지나칠지언정 공허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그가 맞서 싸우는 게 단순히 적들이 아니라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의 과거사가 좀 더 제시되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어쨌든 서사도 기본 수준은 맞췄다
'Extraction'은 '구출'을 의미하는데, 이는 한 아이,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구원'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액션 영화의 정수를 '추출'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How Netflix's 'Extraction' Filmed A 12-Minute Fight Scene To Look Like One Take
(Movies Insi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