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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준 Mar 04. 2024

스타트업, 그 절박함과 절실함에 대하여

우리는 굉장히 힘들고 위태롭거나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절박하다]라는 말과 [절실하다]라는 표현을 쓴다. 얼핏 들으면 이란성쌍둥이처럼 비슷한데 실제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절박하다는 현재 처한 상황을, 절실하다는 현재의 심리 상태를 의미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다. 절박함고 절실함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필자 역시 이 글을 쓰기 위해 국어사전을 찾아보기 전까지는 잘 몰랐다. 어쨌든 중요한 건 맥락이다. 


절박하다.

1. 형용사 어떤 일이나 때가 가까이 닥쳐서 몹시 급하다.

2. 형용사 인정이 없고 냉정하다.


절실하다

1. 형용사 느낌이나 생각이 뼈저리게 강렬한 상태에 있다.

2. 형용사 매우 시급하고도 긴요한 상태에 있다.


최근 몇 달간 스타트업 대상 투자유치 강의나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정말로 절박하고 절실한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나 역시 유사한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서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투자유치가 되지 않고 자금이 떨어져 직원들에게 급여를 줄 돈은커녕 임대료 낼 돈도 없어 공동창업자 세 명이 사비를 털고, 대출을 받고,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면서 6개월 이상을 버틴 적도 있다. 


노무사들이 들으면 깜짝 놀라겠지만 40명이었던 직원들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20여 명을 내보내고, 남은 20명의 급여는 50% 삭감했다. 사무실은 10평 남짓한 곳으로 옮겨 20명이 함께 근무했는데 책상을 놓을 공간이 없어 한 개의 책상에서 2명이 근무했다. 가끔 옆자리 직원이 어깨가 부딪칠 땐 서로 겸연쩍은 미소를 보내야 했다. 매달 매달 사업을 접어야 하는지 고민했고, 폐업 절차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아보았다. 스타트업 임원으로서나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정말로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7~8개월을 버텼고 결국에는 투자유치가 되어 밀린 급여나 퇴직금을 모두 주고 모두 보전해 주었는데 투자유치 이후 첫 회식 때 직원들이 공동창업자 세명에게 감사장을 수여해 주었다. 이 감사장은 내가 살면서 받았던 상장이나 감사장 중에 가장 값지고 의미 있는 상이다. 어쩌다 보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도 받았었는데 나에게는 장관상이나 그 어떤 상보다 이 감사장이 더욱 소중하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듯이 스타트업의 현실 또한 냉혹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달달한 스타트업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남주혁이나 수지는 스타트업에서 일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뭔가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할 것 같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루틴하고 지루한 업무의 연장이다. 스타트업에 취업하면 뭔가 힙하고 수평적이고 자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처럼 운영된다.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또는 직원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왜 그렇게까지 하냐?

너무 무리하지 마라?


그럴 때 난 이렇게 대답한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 하나?         살아남기 위해 한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무리를 해야 생존할 수 있다. 


우연이라도 이 글을 보는 당신이 스타트업 임원이든, 직원이든, 아니면 구직활동을 하고 있거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사람이든 어떤 형태로든 현재 불편하고 위태로운 상황이거나 간절히 원하는 게 있다면 우선 절박함과 절실함으로 무장하자. 그리고 절박하고 절실한 만큼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조금만 더 기다리고 버티자. 당신이 원하던 기회가 다음 주 또는 다음 달에 올 수도 있다. 그러면 누군가로부터 또는 본인 자신으로부터 유무형의 감사장을 받을 수 있다.    



강의 및 멘토링 연락처: junsm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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