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기러기 라이프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로버트 풀검의 책이 있습니다. 제가 기억력이 부족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유치원 때는 단편적인 기억의 조각들 외에 뭘 배웠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반면에 초등학교 때는 뭘 배웠는지 대충 기억이 나죠. 어찌 보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초등학교에서 다 배웠다.'는게 좀 더 현실적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때 배웠던 과목을 떠올리며 기러기 가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바르다는 의미는 중의적입니다. 도덕적인 부분일 수도 있고 삶의 태도나 타인을 대하는 자세일 수도 있습니다. 정신적인 부분일 수도 있고 때로는 신체적인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의 기준에 맞게 최대한 바르게 살면 됩니다. 요즘 40대는 불혹이 아니라 유혹이라지만 이런 때일수록 조심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금실 좋은 키싱구라미가 아니라 돌싱기러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우연히 듣게 된 행복 극대화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 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즐겁게 살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타지에 있는 가족도 행복해야 하고 한국에 있는 기러기 아빠 또한 행복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이라도 불행하면 희생에 대한 보상심리, 피해의식, 생색내기, 외로움, 우울증 등으로 가족 전체가 불행해지고 건강한 관계가 지속될 수 없습니다. 행복을 유예하지 말고 각자 위치와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셈에 밝아야 합니다. 관심 없던 글로벌 경제와 환율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매일 아침 날씨나 미세먼지보다 원달러 환율을 먼저 보게 됩니다. 미중 무역분쟁과 북한의 도발, 심지어 이란의 상황조차도 기러기 가족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타지에서 고생하는 가족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경제관념에 눈을 뜨고 공부해야 합니다.
최우선 과제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쉽지는 않겠지만 본업 외에 추가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독수리 아빠는 제외) 여유돈이 있으면 외환통장을 만들어 달러와 금 같은 안전자산을 사놓는 것도 좋습니다. 아빠의 선택이 아이들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고, 잃은 건강을 되찾기 위해 벌었던 돈을 다 쓴다고 합니다. 알면서도 안 되는 게 많지만 이 보다 멍청한 짓이 어디 있을까요? 좋아하는 선배가 말했습니다. 건강해야 술 담배도 하고 산다고. 뭔가 어감이 이상하지만 건강해야 하고 싶은걸 하고 산다는 의미였을 것입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섭생 그리고 주 3회 정도 심장이 벌렁벌렁 할 정도의 운동이 필요합니다. 술은 월 1~2회가 좋으나 힘들면 주 1회 정도, 담배는 끊으면 좋으나 현실성이 부족하니 간헐적 스모커를 추천드립니다. 이 와중에 몸이라도 아프면 정말 가족 모두에게 큰일입니다.
먹고살기도 힘들고 돈 보내주기 바쁜데 무슨 창의적 체험활동이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감대가 부족할 수 있는 얘기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창의적인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업종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직장인 평균 퇴직 연령이 51.7세라고 합니다.(잡코리아 설문조사 / 평균의 함정이 있으니 각자의 상황에 맞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최근에 모 은행에서 30년 넘게 근무하신 선배를 만났는데 요즘 월수금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화목에는 코딩 학원에 다니시더군요. 은퇴 이후의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계신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기러기 생활은 대부분 일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에 아주 눌러앉게 되는 경우가 아니면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4~5년 정도가 많더라고요. 우리는 기러기 이후의 삶도 준비해야 합니다.
2017년에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에 가기로 확정된 유명한 프로야구 투수가 여동생을 성폭행하려던 놈을 폭행해 뇌사자로 만들어 감빵생활을 시작하게 되죠.
모두가 인생 끝났다고 했지만 주인공은 일반인들이 감내하기 힘든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재기에 성공합니다. 우리 모두 '슬기로운 기러기 생활'로 외롭고 힘든 시기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기러기 아빠 모두 브라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