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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준 May 27. 2020

결혼기념일에 대한 단상

결혼 15주년 기념 독백



세상 모든 딸의 부모님이 그러하듯 딸이 데려온 남자 친구는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우리 딸은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나 좀 더 안정적인 사람과 결혼하길 바랬다.


딸은 부모님께 이렇게 얘기하며 설득했다. 남자 친구는 어떤 풍파가 와도 이겨낼 사람이라고.

딸의 엄마는 얘기했다. 왜 풍파를 겪어야 하냐고. 풍파를 겪지 않을 사람과 결혼하라고. (역시 현명하시다. ㅎㅎ)


남자 친구는 본인의 능력이나 비전을 내세우기보다 대장금을 지키는 민정호 같은 사람이 되겠다며 여자 친구의 부모님을 설득했다.

그때야 비로소 부모님은 딸의 남자 친구를 사위로 받아들였다.


여자 친구와 남자 친구는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했고 아직은(?) 아내와 남편으로 살고 있다.

그동안 두 명의 아이를 낳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편은 결혼 초반 잘못된 생각과 행동으로 아내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고 남편이 아니라 남의 편으로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남의 편이 아니라 아내의 편으로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남편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는지 이런저런 모진 풍파를 겪고 있으나 아내의 말대로 잘 버텨내고 있다.  

아내는 그런 남편을 보며 단 한마디의 비난이나 불평 없이 묵묵하게 옆을 지켜주며 힘을 주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힘은 놀라울 만큼 위대하다.

특히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아내의 존재는 모든 풍파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준다.


돈을 많이 벌어서 호강을 시켜주겠다는 약속은 아직 소원하고 때로는 허망하다.

하지만 많이 부족하고 윤택하지 않더라도 불확실한 먼 미래가 아닌 오늘 하루에 충실하고 믿음을 주는 남편이 되고자 한다.


아내를 만나 인생의 절반은 성공을 했고, 두 아이를 만나 나머지 절반도 성공을 했다.

이제는 그들에게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남편은 다시 태어나도 아내를 만나고 싶으나 그건 욕심인 듯하다.

아내를 생각하면 좀 더 부유하고 따듯한 사람을 만나 모진 풍파 없이 평안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신 이번 생애 남은 기간만큼은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15년 전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하루하루가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아끼고 사랑하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 눈을 감을 때, '그럭저럭 괜찮은 남편이었어.' 정도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면 나름 성공한 인생이지 않을까...


낯간지러워 표현을 잘 못하지만, 가슴 깊이 사랑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남편이 쓰는 브런치도 안 보는데 언젠가는 우연히라도 보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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