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추고 되돌아보게 한 꿈 같았던 시간들
1. 벌써 한 달이라니, 설날은 긴 쉼에 앞서 새해 계획을 자각하게 만드는 일종의 1차 경고 메시지 같은 느낌이다. 신년 다짐을 적었던 종이 쪼가리를 펼쳐봤다.
2.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국 AI 시장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니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 중 몇 개를 꼽자면, 뜻 있는 사람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과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절대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양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딥시크의 등장 자체가 중소, 스타트업에 기회를 주었고, 영원한 1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었다.
3. 위 충격이 컷던 탓일까, 현 커리어에서 깊게 심화해 가야할 방향을 전해주었다. 작년은 생각에 그쳤지만, 올해는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동기를 전해 주었다. 27일 티스토리 기술블로그를 만들고, 28일 첫 글을 완성했다.
4. '회사 내 개인의 성장이 가능한가', '회사의 업을 부업화 할 수 있는가'에 물음표를 던지고, 답을 적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새해가 되어 투자사에서 투자동호회장을 맡아 새로운 2기 출발을 맡았다. 한 기업이 세계도 바꾸는데, 한 사람이 기업을 바꾸지 못할까.
5. 원문으로 된 보고서를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AI, Robot 과 같은 과학 기술 관련 내용은 더.. 그렇다. 멍때리며 읽는 내 모습을 보며 그저 의지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에 벽을 느끼고 있다. 이번 생애에 될까 싶으면서도, 일단 해보자는 주의로 바뀐 요즘 울며 겨자먹기로 하고 있다.
6. 20대까지 나를 포장해 사회를 속일 수 있었다면, 30대부터는 포장했던 나를 풀어 보여주는 시기로 느껴진다. 포장지를 풀 때마다 부풀리기 위해 주입했던 공기들이 요즘 늘어만 가는 한숨의 양과 같다는 점을 절실히 느낀다.
7.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이 말을 빨리 배우지 못하는 이유가 단시간의 영상, 약어, 단어로 상황을 정의하는 환경, 기타 휘발되는 매개 수단 제공 등이라 한다. 오히려 목표와 꿈이 정의되지 않고 현실을 살아가기 바빴던 과거 부모 세대의 위인전 한권 던져주던 그 시절은 조금 더 낫다. 꿈을 이루기까지의 구체적인 삶의 기승전결을 눈으로 읽고 해석해가는 과정을 아이들에게 제공해 맥락을 이해해보고, 단어와 연관된 정적의 그림들을 연계해가며 차곡히 눈과 귀와 머리로 담을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지 않았을까. 최근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의문과, 판서의 재평가 또한 동 맥락에 있다고 보여진다.
8. 최근 전문가들과 함께 기업 컨설팅 진행 후 작성한 진단 보고서 건을 제출했고 윗 선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자찬이라기 보다 전문직이 가진 식견 이상의 인사이트를 담은 보고서의 퀄리티를 내기 위해 '조삼모사 전략'이 통한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현장 그 자리에서 기업 BM을 이해하고 즉시 작성하는 한편, 본인은 컨설팅 전 BM을 이해하고 질문을 정리해 가는 시간이 필요했고, 마무리 후 이해되지 않은 기술들을 찾아보며 그들이 가진 차별성을 고민해야 했다. 그동안의 벌어진 갭을 메꾸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 더 시간 쏟으면 충분히 전문가처럼 행동할 수는 있다. 다만 예정된 자리에서는 전문가가 될 수 있으나, 평소는 준비되지 않은 전문가이기에 호평에 취해 착각할 필요는 없다. 물론 부지런한 행동이 축적되면 또 다른 이야기긴 하다.
9. 가끔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제너럴리스트 이후 스페셜리스트, 스페셜리스트 이후 제너럴리스트, 무엇이 우선일까? 사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직업 특성상 제너럴의 경험을 3년 이상 조금 해본 결과 무엇에 몰입해야할지 찾은 상태이긴 하다. 순서가 그리 중요한 건 또 아닌 것 같다. 요리사가 외식 경영을 한다고, 의사가 의료 기업을 경영한다고 성공하지 않는 것처럼 전문직이 답도 아니다. 고객 수요에 신뢰성을 높여줄 뿐, 그 외는 잘 모르겠다. 제너럴 역시 막상 겉핥기 정도로 알면서 판단하고 짐작하는데, 세 번만 질문하면 바닥이 드러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따라서 본인이 가진 관점에 사로잡혀 타인을 판단하지 않을 것이 첫째고, 순서에 얽매여 기회비용에 대한 모든 것을 무시한 채 몰입하면 안 되는 것이 둘째다. 마지막은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길지 않은 것 같다.
10. 설 연휴가 정말 마무리 되었다. 시작점을 앞둔 대학초년생, 취준생, 창업가들은 연휴가 아니었겠지 하는 마음에 한 문장 쓰기가 조금 무겁다. 바쁜 속에서도, 오랜만에 소중한 가족과 밥 한끼한 그 자체가 살아가는 이유라는 건 잊지 않은 채 다시 펜을 잡고, 신발을 고쳐신고 일상을 마주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