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예산 프로덕션은 왜 효율이 떨어지는가
저자는 원래 요리사였다.
주방에서 시작해 셰프로 성장했지만, 사진과 영상은 내가 선배님들께 배운 요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배우고 싶었다.
요리 세계에서는 도제식, 즉 선배에게 붙어서 한 수 배워가며 성장하는 게 당연한 길이었다. 하지만 영상은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 싶었다. 자유롭게, 더 넓은 범위에서, 스스로 탐구하면서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촬영 기초부터 시작해서 시네마토그래피, 컬러그레이딩, 카메라 무브먼트, 인터뷰 촬영, 광고 영상, 숏폼, 그리고 최근에는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까지, 스스로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1인 촬영으로 모든 걸 책임진 프로젝트부터, 6인 이상이 투입된 소규모 현장까지 경험했지만, 50인 이상의 대규모 세트 현장은 경험하지 않았다.
내가 토론토에서 에이전시를 시작했을 때, 첫 번째로 맡았던 일은 **“SNS 광고용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납품하는 것”**이었다. 광고 영상이라는 건 곧바로 고객의 비즈니스 성과와 연결되기 때문에 효율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경험이 부족했다. 영상 퀄리티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정작 퍼포먼스가 따라주지 않았다. 문제는 기획이었다. 내가 기획 전반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단순히 제작자로만 관여했기 때문에 결과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서는 “영상만 잘 나오면 퍼포먼스도 잘 나오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냉정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좋은 영상이 곧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그 후로는 토론토를 중심으로 점점 다양한 업종의 고객들과 영상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리얼터, 병원, 마케팅 에이전시, 레스토랑, 카페, 타투샵, 전자상거래(e-commerce) 브랜드 등 업종의 스펙트럼은 정말 넓었다.
북미 시장은 업종마다 소비자와 맞닿는 접점이 다르다 보니, 고객마다 영상의 목적도 확연히 달랐다. 어떤 곳은 신뢰도를 높이는 인터뷰 영상이 필요했고, 어떤 곳은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광고 영상을 원했다. 또 어떤 곳은 북미 시장에서 눈에 띄는 숏폼 콘텐츠가 최우선이었다.
그래서 프로젝트마다 카메라와 장비는 늘 바뀌었다.
시네마 카메라
소니 미러리스
캐논 DSLR
니콘 DSLR
후지필름 중형 카메라
핫셀블라드 중형 필름 카메라
아이폰
거의 모든 장비를 다 다뤄봤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카메라와 장비의 가격, 프로덕션 규모가 효율을 결정짓는 게 아니었다.
특히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쇼츠 같은 숏폼 플랫폼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줬다.
도달, 시청지속시간, 그리고 바이럴을 목적으로 하는 콘텐츠일수록 비싼 장비는 오히려 퍼포먼스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화질은 완벽했고 프로덕션 퀄리티도 높았지만, 정작 사람들은 스크롤을 멈추지 않았다.
반대로, 아이폰으로 찍은 B급 톤의 영상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을 멈추게 했다.
특히 레스토랑이나 카페 계정처럼 ‘진정성’이 중요한 브랜드일수록 그 차이가 더 크게 드러났다.
물론 예외도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반드시 찾아보는 정보성 유튜브 영상이나, 고객 후기 인터뷰 같은 콘텐츠는 오히려 고급 장비를 쓸 때 신뢰도가 올라갔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 “이 업체는 진지하다, 믿을 만하다”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결론은 단순하다.
콘텐츠의 목적에 따라 장비와 프로덕션 수준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실제로 한 레스토랑 광고 프로젝트에서 나는 틱톡에서 이미 검증된 바이럴 영상 레퍼런스를 가져와 구조와 기획만 그대로 재활용해서 40초 정도 되는 짧은 B급 콘텐츠를 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단 5일 만에 조회수 3만 2천 회를 기록했다.
또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정보를 설명하는 쇼츠영상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를 던졌고, 자연스럽게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했다. 그 영상은 한 달 만에 조회수 40만 회를 달성했다.
즉, 사람들이 멈추게 되는 건 장비가 아니라 기획력이라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지금의 대다수 소비자는 스크롤 기반 콘텐츠를 소비한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 틱톡 등)
소비자는 길게 앉아서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게 아니라, 짧게 스크롤하며 ‘순간의 관심’을 쏟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을 멈추게 하는 기획과 아이디어가 더 중요해졌다.
물론 모든 콘텐츠를 저예산·B급 톤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브랜드 신뢰도, 기업 이미지처럼 ‘무게감 있는 목적’이 필요한 경우에는 여전히 고퀄리티 장비와 프로덕션이 필요하다. 하지만 마케팅 실무에서 느낀 결론은 분명하다.
고 예산 프로덕션은 이제 모든 기업의 필수가 아니다.
과거처럼 “좋은 장비 = 좋은 결과”라는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 예산 프로덕션은 특정 목적을 가진 일부 기업에게만 필요한 ‘기호식품’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기업에게는 효율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의 스크롤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콘텐츠 기획력이 훨씬 더 큰 자산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저자가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콘텐츠 마케팅은 더 이상 “예쁘게 찍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에이전시조차도 대규모 프로덕션보다는 브랜드 상황과 목적에 맞는 효율적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방향을 택했다. 1인 기업부터 중소기업, 그리고 대기업까지 — 대부분의 브랜드가 당면한 문제는 “더 많은 소비자에게, 더 효율적으로 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카메라가 아니라, 사람들의 스크롤을 멈추게 하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