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지난 4년 동안 저자는 토론토에서 영상 제작사를 운영하고있다.
레스토랑, 카페, 리얼터, 전자상거래 브랜드 등 수많은 업종의 고객들과 광고 영상을 만들고, 마케팅 전략을 짜고, 실제 퍼포먼스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딪혔다.
에이전시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언제였을까?
나는 주저 없이 이렇게 답한다.
기획안으로 고객을 설득하는 일
우리는 의뢰인의 상품 혹은 서비스를 철저한 조사와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안을 준비한다. 데이터와 시장 분석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성공 사례를 근거로 전략을 설명한다. 팀원들과 밤새 토론하며 만들어낸 아이디어를 고객 앞에서 자신 있게 내놓는다.
그런데 현실은 늘 다르다.
어떤 고객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오케이를 내주지만, 어떤 고객은 미묘하게 표정이 굳는다.
심지어는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한숨과 함께 “이건 아닌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럴 때면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아니… 이 정도 기획안이면 진짜 좋은 건데, 왜 못 알아보시지?”
그러다 어느 순간, 입장을 바꿔보게 됐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리스크가 있을 수밖에 없는 거다.
“그렇게 좋은 기획안이면… 왜 직접 해보지 않고 우리한테 돈을 받으려 하지?”
이런 의심이 드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사실 광고와 마케팅이라는 건 결국 투자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돈을 날리는 거고, 성과가 나면 회사가 돈을 버는 원리다.
내부 팀을 꾸리든, 외주를 주든, 에이전시를 쓰든, 결국 기업이 하는 건 투자이고 아무리 세계 최고의 에이전시를 쓰더라도 성과는 보장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결과는 실행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외부 요인에도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결국 에이전시는 고객의 성과를 100% 컨트롤할 수 없다.
제품 문제, 시장 상황, 소비자 반응 같은 외부 변수들은 우리가 어떻게 해도 바꾸기 어렵다. 그래서 퍼포먼스를 끝까지 책임지는 위치에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책임할 수는 없다.
에이전시의 직업의식은 “목표한 성과를 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지만, 주어진 조건 안에서 가장 높은 확률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이렇게 다짐한다.
“성과를 보장할 수는 없지만, 책임감만큼은 누구보다 강하게 가져가자.”
에이전시의 본질은 바로 그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클라이언트의 브랜드가 아니라, 내가 직접 브랜드를 만든다면 어떨까?
기획안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실행의 전 과정을 통제할 수 있다면?
결국 나는 세 가지 이유로 결심을 내렸다.
1. 우리의 마케팅 자유도를 100% 활용하기 위해
클라이언트의 브랜드가 아닌, 내가 직접 만든 브랜드라면 모든 마케팅 활동을 100% 컨트롤 할 수 있다. 기획·실행·테스트·수정까지 전 과정을 마음껏 실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쌓이는 모든 기록과 데이터, 실패와 성공의 축적은 고스란히 나만의 자산이 된다. 그 자산은 다시 에이전시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연료가 된다. 결국 브랜드를 운영하는 경험 자체가, 에이전시를 더 강하게 만드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2.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경험을 직접 쌓기 위해
에이전시로서 고객을 돕는 것과, 실제로 내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 경험에서 오는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 손으로 운영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3. 조금 더 큰 수익화를 위해
아무리 좋은 에이전시라 해도 결국 서비스업이다. 하지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면, 단순히 프로젝트 단위 수익을 넘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내 브랜드를 시작하기로 했다.
사업 모델은 명확했다.
1. 한국에서 제품을 제조하고, 한국 내 풀필먼트 센터로 물류를 옮긴다.
2. 쇼피파이와 연동해, 주문이 들어오면 해외로 자동으로 에어 출고가 되는 구조.
말만 들으면 멋있다. 깔끔하고, 체계적이고, 실행 가능해 보였다.
서류 몇 장 준비해서 풀필먼트 센터랑 계약하고, 제품만 넣어두면 자동으로 배송되는 구조.
머릿속 그림은 완벽했다.
그런데 실제로 뛰어들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문제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 풀필먼트 센터에서 직배송은 생각보다 훨씬 비쌌다. 원가 구조가 아예 맞지 않았다.
- 저자는 한국 국적이 아니라서, 현지 거래처와 연락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 한국 내 은행 계좌도 없으니, 기본적인 거래 절차조차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었다.
- 통관, 관세, 물류, 식품위생법, 수출입 면허증 같은 문제는 셀 수 없이 터져 나왔다.
이 모든 게 한꺼번에 몰려오니, 순간 멘붕이 올 법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웃음이 났다.
“아… 이게 창업이지.”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