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의 커리어가 갈리는 시점

이 일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

by Junsung Hyun

요리사로 일을 시작하면 언젠가 한 번쯤은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이 일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
“주방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는 걸까?”


대부분의 요리사에게 커리어의 갈림길은 단순해 보인다. 계속 현장에서 일하거나, 혹은 창업을 고민하거나.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요리사가 할 수 있는 창업은 식당뿐’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요리사가 가지고 있는 건 ‘요리’만일까?

10년 넘게 현장에서 일하면서, 그리고 그 이후 기획 일과 컨설팅 일을 병행하면서 보게 된 장면들은 이 생각을 조금씩 흔들기 시작했다. 요리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문제는 그 모든 걸 ‘요리’라는 단어 하나로 너무 쉽게 묶어버린다는 데 있다.


현장에서 오래 일한 요리사라면 누구나 주방 운영과 인력 관리에 대한 감각을 갖게 된다. 원가와 재정 흐름을 이해하게 되고, 설비와 동선이 왜 중요한지도 몸으로 익힌다. 팀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어떤 방식이 사람을 지치게 하고 어떤 방식이 오래 가는지도 경험을 통해 배운다. 상권과 입지에 대한 감각 역시 마찬가지다. 헤드셰프가 아니어도, 경력이 쌓이면 이 중 한두 가지는 자연스럽게 잘하게 된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이런 장면들을 자주 보게 된다 요리 실력은 평균 수준이지만 재정 관리나 상권 분석에 강점이 있어 식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들. 반대로 화려한 파인다이닝 경력을 가졌음에도 사업에서는 계속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이 차이는 재능이나 운이라기보다는, 무엇을 자산으로 만들었는가의 차이에 가까워 보였다. 요리를 잘하는 것과, 요리로 안정적인 결과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걸 현장에서 계속 확인하게 됐다.


질문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요리사로서 쌓아온 이 지식과 경험을 꼭 식당 안에서만 써야 할까? 요리를 계속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요리사로서 어떤 형태의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내 선택의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방식

나는 식당 창업보다 먼저 온라인에서 내 경험을 정리하고 전달하는 일을 선택했다. 영상과 글을 통해


- 내가 어떤 현장을 겪어왔는지

- 어떤 문제를 자주 봤는지

- 어떤 방식이 효과적이었는지

를 하나씩 기록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사업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정리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도 더 명확해졌고, 그 기록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시작했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말에 대해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말은 조금 거창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퍼스널 브랜딩은 특별한 이미지 메이킹이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알 수 있게 만드는 과정”에 가까웠다. 과거에는 그 역할을 TV나 대형 미디어가 맡았다. 지금은 누구나 직접 기록하고 전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요리사에게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생긴 것들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하지 못한 기회들이 생겼다.


협업 제안

자문과 컨설팅

강의와 워크숍

브랜드와의 프로젝트


이 모든 게 ‘유명해져야만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외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누군가는 수익으로, 누군가는 커리어 확장으로 이어간다.


온라인이 쉬워 보이는 이유

가끔 온라인 사업이나 퍼스널 브랜딩이 쉬운 길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정반대다. 식당은 상권을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온라인은 아무도 보지 않는다. 오랫동안 무료로 나누고, 신뢰를 쌓고,

꾸준히 기록해야 비로소 반응이 생긴다. 그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요리사에게 하고 싶은 말

이 글은 모든 요리사가 퍼스널 브랜딩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요리사라는 커리어를 ‘주방 안에서만 끝나는 것’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요리를 통해 쌓은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방향으로 쓰일 수 있다. 그걸 언제, 어떤 방식으로 꺼낼지는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요리사는 손으로만 일하는 직업이 아니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구조를 이해하는 직업이다. 그걸 기록하고 전달하기 시작하는 순간, 커리어의 선택지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요리를 중심에 두되, 주방만을 기준으로 나를 정의하지는 않으려 한다. 이 방향이 맞는지 틀린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내가 왜 이 선택을 하고 있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확신을 바탕으로, 이 글을 쓰고 이 방향으로 계속 나아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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