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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준우 Apr 18. 2024

기록 시작

멈추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기까지

대학생 시절,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블로그에 나의 일상이나 생각을 가끔씩 업로드하곤 했었다.

그러나 마지막 학년을 보내던 어느 날, 포스팅한 모든 게시물들이 정제되지 않은 너무 사적인 감상 모음처럼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다.

문득 올라온 부끄러움에 그때까지 올렸던 글을 전부 삭제했었다.


포스팅을 그만둔 후 취준의 시기를 거쳐, 한 IT기업에서 플레이스 리뷰 개발자로 일하게 되었다.

업무로 개발하는 서비스를 나도 실제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거기에 나의 맛집 리뷰들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특정되지 않은 주제의 글을 업로드하던 예전과 달리, 맛집 리뷰의 경우 주제와 포맷이 딱 정해져 있고, 짧은 텍스트를 요하기에 글이 이전보다 술술 써지는 느낌이었고, 부끄러움도 크게 들지 않았다.


600개 정도의 리뷰들이 쌓여가니,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좋은 점이 하나 있었다.

보통 어디에서 식사를 하고 나면, "아 맛있다" 등의 단순한 감상평 정도에 그치고 기억에서 잊히는데, 기록이 풍성해지니 이전에 방문했던 장소들에 관한 기억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최근 리뷰들만 보아도, 여러 기억들이 슥슥 스쳐 지나간다.

예를 들어 위 리뷰들 중 서울시 반포동에 위치한 "성천막국수 논현점" 편을 다시 보았을 때,

성시경 먹을텐데에 나온 집이고, 슴슴한 간의 물막국수가 궁금해 한 번쯤 가보고 싶었는데

그 근처를 지나갈 일이 없어 기억에서 잊혀져 있다가

마침 회사 공가 내고 받은 건강검진이 오전에 끝났고

점심 때 웨이팅 10분을 한 뒤 막국수집에 들어가 제육 반접시와 물막국수를 주문했고

썸네일에 있는 무짠지를 빨간 양념과 식초+겨자에 슥슥 비벼먹으니 묘하게 맛있었던

추억이 소환된다.


리뷰를 쓰는 동안에는 2분 남짓의 시간이 걸리지만 나의 리뷰 피드를 들여다볼 때마다 추억이 다시금 되새겨지고, 누군가에게 그때의 기억을 술술 풀 수 있는 소소한 점부터 시작해, 원래는 휘발되었을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변환되며, 거창하게 표현하면 삶이 좀 더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에 맛집 외에도 여러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전의 내가 인스타/블로그 글들을 셀프 삭제했던 전적이 있었던지라, 번엔 그렇게 하지 않길 바라며 그때 느낀 부끄러움의 원인을 깊이 돌아보았고, 다음의 생각에서 기인한 것을 알게 되었다.

짧고 가벼운 글도, 긴 호흡으로 생각을 담아내는 글도 쓰고 싶은데, 한 플랫폼에 가벼움과 진중함이 섞여있을 때 글들 간 일관성이 다소 떨어져 보였음.

그래서 주제 및 길이별로 여러 플랫폼에 글을 분산시키면 괜찮겠다고 생각했고, 이에 다음 다섯 곳에서 기록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1. MY플레이스: 맛집 리뷰
2. 왓챠피디아: 영화/책 리뷰
3. 미디엄: 개발기록
4. 브런치스토리: 생각기록


1~2짧고 가벼운 리뷰글을 남기려고 하고, 3~4엔 직업나 일상에서의 정보나 생각을 긴 글로 포스팅할 예정이다.


앞으로 다양한 주제들로 많은 글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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