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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Jul 17. 2024

조급한 마음

2024. 7. 17.

아이들의 방학이 곧 시작된다. 나는 요즘 조급하다. 방학 전까지 내가 반드시 끝내야 할 일은 없는지 점검하고 방학 후에 아이들의 계획에 따라 나의 일정을 조정한다. 지금까지 내 경험으로는 이렇게 열심히 체크해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으로 당황하는 일이 생긴다. 달력에 중요한 일정을 표시하고 여러 번 확인해야 마음이 편하다.


골프 레슨을 받고 있다. 복직 전까지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골프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매일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연습한다. 부족한 나를 만나는 일이 힘들지만 이제 속상해하지 않고 내가 쏟은 시간을 믿기로 했다. 내가 연습한 시간은 내 몸에 남아 있을 거라고 스스로 나를 위로해야 지치지 않고 연습할 수 있다. 연습하는 동안은 힘들지만 하고 나면 마음이 뿌듯하다.


학교급이 달라 아이들마다 다른 일정대로 움직인다. 아이들의 시간을 관리하는 일이 힘들다. 큰아이는 베이스 기타를 배우고 있고 둘째는 축구를 배운다. 학원에 가는 시간, 요일이 각각 다르다. 아이들이 밥 먹는 시간도 다르다. 지금은 내가 여유가 있어 괜찮은데 내가 일을 할 때는 어떨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남편이 집에 없는 날이 많아 혼자 다 하려고 하니 어떤 날은 벅차다.


오후에 청소기를 돌리고 나니 체력이 바닥이 났다. 문득 나의 부모님은 아이 셋을 기르느라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한 집에서 아이 셋을 챙기느라 쉴 틈이 없었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결론은 항상 같다. 자식들 중에서 나에게만 그렇게 대하면 안 되는 거였다. 막내인 나에게 가장 역할을 하게 하고 나를 자신들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들면 안 되는 거였다.


힘들고 우울한 마음 끝에는 늘 부모님이 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을 때 나는 부모님을 떠올리는 것 같다. 즐거울 때는 그들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몸과 마음 둘 중 어느 하나라도 괜찮지 않을 때 생각은 돌고 돌아 결국 부모님을 원망하는 것으로 끝난다. 나도 좋은 부모를 만났더라면 이렇게 살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모든 것을 그들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싶어 한다.


큰아이의 사춘기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잘 대응하고 있다. 요즘은 둘째의 반항이 시작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둘째의 행동이 많이 거슬린다. 오늘 도서관에 데리고 갔는데 만화책만 읽고 있는 것이 화가 나고 자율학습하는 시간에 공부하기 싫은 마음을 자꾸 질문으로 표현하는 아이가 못마땅하다. 나에게 꾸중을 듣고도 생각 없이 휘파람을 부는 아이에게 나는 분노했다.


누가 나를 쫓아오지 않고 재촉하지 않는데 왜 나는 조급한 걸까. 나는 무엇이 두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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