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못해

2025. 6. 7.

담임교사는 마음 퇴근이 어렵다. 퇴근 후에 아이들이나 보호자에게 연락이 오기도 하고 아이들로 인한 불편한 마음이 계속 따라붙는다. 어떤 선생님은 자신은 퇴근 후에는 학교 일은 모두 잊는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것을 믿기 어렵다. 사람의 마음이 마음먹은 대로 통제가 가능할까?, 혼자 생각한다.


우리 반 아이들과의 '허니문' 기간인 한 달이 지나자 나와 아이들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아이들의 행동이 못마땅하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그런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적당한 거리를 찾고 경계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그 경계는 유지 중이다.


아이들과 속상한 일이 생겨서 마음이 무너질 때 다른 아이는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담임을 맡는 동안 이 사이클이 무한반복될 것 같다. 아니 내가 교사로 지내는 동안은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것 같다. 아이들이 미웠다가 예쁘기도 하고 실망했다가 희망을 발견한다.


이러는 동안 내 몸과 마음은 몹시 힘들다. 휴일에도 불편한 마음에 사로잡혀 있다.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다. 어제는 내가 보낸 문자메시지에 응답이 없는 학생을 생각하며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아이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속상하다.


이것은 직장인의 숙명일까, 아니면 나의 예민한 성격 때문일까. 일과 삶의 분리가 되지 않아 속상하다. 집에서는 직장을 생각하고 직장에서는 집안일에 신경 쓴다.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 잘 정리된 집에 수납된 물건들처럼 내 마음도 착착 제 자리에 정리해두고 싶다.


어제는 하루 내내 침대에 누워있고 싶었다. 이제 나는 안다.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은 몸의 피곤함 때문이 아니라 마음의 피곤함 때문인 것을. 내가 우울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내 우울에 대한 처방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운동을 하러 나갔어야 했는데 나는 잠을 선택했다. 아니 잠으로 도피했다.


오늘은 마트에 가야겠다. 냉장고에 식재료를 채우기 위해서, 내 마음의 우울을 비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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