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3.
쉬는 날이다. 투표는 사전 투표일에 했다. 내일은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있는 날이라 수업 준비에 대한 부담이 없다. 어제 1시간 동안 뛰기, 걷기 운동을 해서 몸무게가 늘지 않았다. 아침 식사를 거르려고 했지만 반찬이 애매하게 남았다. 남은 반찬을 처리하려고 밥을 조금 먹었다. 내가 아침에 밥을 먹는 이유는 하나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다. 빈 속에 커피를 마시면 안 된다는 말을 어디서 주워들은 것 같다.
커피를 마시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노트북 앞에 앉아 일기를 쓰는 것이다. 글을 쓸 때는 커피가 꼭 필요하다. 일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커피를 마시며 일하는 습관을 아직 다른 습관으로 대체하지 못했다. 하기 싫고 부담스러운 일을 할 때는 커피가 필수다.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했다. 지금 이대로가 참 좋다고.
남편은 오전에 집에 없다. 남편이 휴일에 골프를 치러 가는 일에 이제 크게 화를 내지 않는다. 아이들이 알아서 밥을 먹고 씻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 논다. 공부를 봐주고 끼니를 챙겨주면 크게 힘든 일이 없다. 이렇게 되기까지 꽤 오래 힘들었다. 몸이 힘들 때는 남편과 자주 다퉜다.
아이들이 제법 커서 귀여운 맛은 없다. 가끔, 아니 자주 아이들이 어릴 때 나에게 했던 사랑스러운 말과 행동을 떠올린다. 학교 가기 전 나에게 하트를 날리던 모습, 생글생글하며 사랑한다고 말하던 모습까지 자꾸 생각난다. 어젯밤 자기 전 아빠를 보러 침실에 온 큰애를 보며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아이들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있어서 힘든 줄 모르고 살았어."
학교 업무와 육아, 살림까지 도맡으며 몸과 마음이 지칠 때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때 나를 삶으로 붙잡아 둔 것은 다름 아닌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큰 슬픔을 겪지 않고 소소한 기쁨을 누리며 살게 하고 싶었다.
나의 아이들은 지금 잘 크고 있는 것 같다. 적당한 공부 스트레스와 결핍도 있어 보인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고 삶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나와 남편의 사랑과 지지 안에서 잘 겪어내리라 믿는다. 나와 남편은 꾸준히 아이들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하고 책을 읽는다.
나이 50을 앞두고 자주 고민한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 건지, 무언가 증명하고 전환하고 시도하고 준비해야 될 것 같은 압박감이 든다. 어제는 후배 교사의 교육부 장학사 서류 전형 합격 소식에 마음이 조금 부서졌다. 내가 그것을 원했던 것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이것은 질투일까, 시샘일까, 시기일까. 남을 부러워하는 것은 내 오랜 버릇일까. 노력하고 도전하지도 않고 좋은 결과만 바라는 도둑놈 심보일까. 마음이 복잡해졌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 답이 없는 질문만 계속하고 있다.
지금이 참 좋다. 배부르지 않고 적당히 고요한 집에서 아이들과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이 상태. 점심에 먹을 음식을 결정해 놓아서 다음 끼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내일 업무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남편과 다투지 않아 남편이 집에 오면 언제든 환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밀린 빨래가 없고 집안일에 대한 부담이 없다. 먹고 싶은 음식을 억지로 참고 있지 않아서 좋고 배부르게 먹었어도 언제든 뛰어갈 수 있는 체력 또한 있다. 오늘은 지금 이대로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