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인 일

돈이 되지 않아도 괜찮겠지?

아들이 EBS 강의를 듣는 틈틈이 이벤트에 응모한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했더니 공짜 선물에만 열심이다. 한국에 있을 때 편의점 상품권, 커피 쿠폰, 텀블러, 팽수 담요를 상품으로 받았다. 적고 보니 많이 받았다. 당첨되었다는 알림이 뜨면 흥분하던 아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얼굴이다. 성취감으로 들뜬, 칭찬을 잔뜩 기대한 얼굴. 아이들은 사소한 것에도 기쁨을 느끼는 능력을 가졌다. 부럽다.


며칠 전, 아침에 자고 있는 나에게 아들이 다가왔다. 편의점 상품권에 당첨되었다고. 1,000원인데 괜찮겠냐고. 겸손을 가장한 자랑을 하는 아들이 귀여웠다. 나는 그게 어디냐며 이모에게 주면 좋겠다고 했다. 어제는 커피 쿠폰에 당첨이 되었단다. 우리 아들, 평생 쓸 행운을 지금 다 쓰는 게 아닐까. 살짝 걱정된다. 마음이 걱정으로 자동으로 변환된다. 나는 걱정 machine 인가.


언니에게 카톡으로 커피 쿠폰을 보내겠다고 하니 언니가 말했다.

"칠레에서 다들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구나! 응급실에 가는 너 빼고 ㅎㅎ"

살짝 찔린다. 나는 진정 돈 잡아먹는 귀신이었나.

"칠레 의사를 만나는 것도 나에게는 신선한 일이야! 엄청 생산적인 일이라고."

나는 대답했다.


'생산적인 일'

나에게 생산적인 일이란 뭘까. 처음 칠레에 와서 살게 되었을 때, 아니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히는 것이 그것이었다. 나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 직장에 다니지 않아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쓸모없는 사람 같았다.


'브런치'에 집착했다. 정확히 말하면 '브런치 앱'에.

실시간으로 자주 앱에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었고 다음 메인 화면에 오르기를 기대했다. 조회 수와 라이킷을 확인하며 나를 평가했다. 인기 작가를 부러워하다 못해 질투했다. 질투하는 나를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했다.


글쓰기를 하며 얻은 게 많다. 내가 글을 아주 못쓰지는 않는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글쓰기를 통해 나에 대한 성찰도 가능해졌다. 그 좋은 것들을 계속 할 수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나를 인기 작가들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나의 글쓰기 능력으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작가들까지. 마치 아이돌 연습생이 BTS를 질투하는 것처럼.


내가 결국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자책과 함께 글쓰기에 대한 나의 기대를 확인했다. 글쓰기가 뭐라고. 브런치가 뭐라고.


휴대폰에서 브런치 앱을 삭제했다. 브런치는 노트북으로만 확인하기로 했다. 글을 쓰고 싶을 때 브런치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것은 글쓰기 초기에 내가 했던 결심이다. 나는 게으름 빼고는 꾸준하기 어렵구나. 놀랍게도 내가 브런치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금단 증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브런치 앱을 확인하려고 휴대폰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글쓰기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그냥 열심히 쓰겠다'라고 다짐하고 싶지만 나는 그 다짐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기대하고 속상해하고 다시 정신 차리고 다시 쓰고를 반복할 것이다. 나는 꾸준히 실패할 것이고 꾸준히 정신 차릴 것이다. 다만 나에게 글을 쓰는 일은 생산적이라는 것을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 확인한다.


지금 나에게 생산적인 일이란?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것, 부지런히 여행 계획을 세우고 여행하는 것,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기 위해 장을 보고 요리하는 것, 부실한 위장을 위해 커피는 하루 한 잔만 마시는 것, 산책하는 것, 책을 읽는 것, 불안해질 때마다 호흡하는 것...


20221221_2.jpg 프로젝트 마무리 해야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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