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록 남기기
한 달 가까이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지 못했다. 여행 준비로 바쁘진 않았는데 여행 가기 전에는 뭐든 미루고 싶었다. 글은 여행 다녀와서 써야지. 스페인어 공부도 여행 다녀와서 해야지. 여행만 다녀오면 뭐든 할 것처럼 미루고 또 미뤘다.
14박 15일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오니 피곤하다. 여행 중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예민하고 불안이 높은 성격 탓에 숙소의 청결도가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내 몸에 이불이 닿는 것도 불쾌했다. 자기 전에 들리는 소리나 떠오르는 생각이 내 마음을 자극하면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을 뒤척였다. 여행 중 몸이 피곤하면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못된 말을 내뱉고 곧 후회했다.
이번 여행은 나답지 않게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숙소, 맛집까지 검색이 끝나야 가방을 싸던 기존의 나를 버렸다. 여행지만 대략적으로 정해놓고 숙소는 2, 3일 전에 예약했다. 호텔은 부킹닷컴에 차고 넘쳤다.
12살, 13살 아들이 제법 커서 여행이 수월했다. 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감사하게도 우리 가족 모두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여행이 끝났다. 여행 내내 기도했다.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여행할 수 있게 해 주세요.'에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로 바뀌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의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체력이 있어야 여행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은 여행이 즐거운가 보다. 나도 여행이 좋긴 하지만 여전히 두렵다.
집에 돌아오니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다. 세끼 밥을 차리고 있다. 산티아고에 있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청소와 밀린 빨래를 했다. 다음 날 시장에 가서 배추를 사서 김치를 담갔다. 일상이 주는 편안함과 평화로움을 느끼고 있다. 몸이 아파야 건강의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처럼 집을 떠나봐야 집의 소중함을 안다. 집이 최고다.
좋은 추억으로 남을 여행의 기억을 앞으로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나 혼자 보는 글로 남기려다 더 성의 있게 쓰고 싶어서 발행하기로 했다. 내가 제일 재미없어하는 것이 남의 여행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 여행지를 안 가본 사람은 남의 여행에 전혀 공감할 수가 없다. 다행히 글은 재미없으면 안 읽으면 되니 재미가 없다는 것을 미리 밝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