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례식,

Ruby를 추모하며

by 최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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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 업무는 어쩌면 회사 직무 중, 삶과 죽음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업무가 아닐까?
회사의 경조사 업무를 담당하다보면 회사 내의 모든 탄생과 죽음에 대한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된다. 처음에는 감정적으로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점차 무뎌 지며 어느 순간 부터는 사무적으로 탄생과 죽음을 대하기도 했다.

유독 부고가 많던 이번 겨울 어느날, 2007년 캐나다에서 섬겼던 현지 단체의 David 목사님으로 부터 짧은 이메일을 받았다.
‘ Ruby has earned her wings….’
목사님의 어머니신 Ruby가 2년 넘게 요양원 생활을 마치고 승천 하셨다는 소식이었다.
슬픈 활자들 사이로 Ruby의 추모 예배 영상 링크가 있었다.
캐나다 생활을 하며 정말 엄마처럼, 할머니 처럼 따뜻하게 챙겨 주시던 분이라 꼭 참석하고 싶은 장례식 이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가지 못했던 것을 아쉬워 하던 참이었다.

나는 조용한 장소에서 추모 예배 영상을 재생했다.
Ruby 영정 사진을 보며 육개장 한그릇 하고 싶은 밤이었다.
추모 예배의 주제는 '그녀의 인생에 대한 고찰'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상을 보며 나도 몰랐던 그녀의 삶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 얼마 전 결혼 80주년을 맞았다. (80세가 아니다. 결혼 80주년이다!)
- 1960년대 인도로 20년간 장기 선교를 다녀 오셨다. 지금도 열악한 인도. 그 당시에는 정말 어마어마 했단다.
- 대학시절 Queen 으로 선정되어 그 학교 최고의 미녀로 뽑혔단다.
- 그녀의 첫째 딸이 출산 하여 아이를 돌보던 중, 아이가 너무 잠들지 않고 울며 보채자 어쩔줄 몰라 하며 그녀에게 전화 했고, 파자마 차림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단다. Ruby는 밤새 아이를 돌보았고 어렵게 잠든 엄마가 일어나자 아이와 함께 활짝 웃어 주었을때를 잊지 못한다며 70세가 넘은 딸은 회고했다.

David목사님의 아버지인 David Sr. 목사님 과 Ruby는 항상 손을 꼬옥 잡고 다녔다. 나이를 짐작케 하는 잘 건조된 주름진 손을 맞잡은 모습이 그렇게도 보기 좋았고, 나의 결혼 로망도 그분으로 인해 생겨났다.

'쭈글쭈글 할아버지가 되어도 와이프와 함께 손잡고 다니기'

거의 한세기를 함께한 커플이기에 혼자 남으신 목사님의 심경을 짐작할 수조차 없지만 예배당 한켠에서 천사가 된 그녀를 향해 조용히 미소 짓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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