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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영 Nov 22. 2022

괜찮을 줄 알았다

나는 괜찮을 줄 알았다.

 

언제 어디서든 무슨 방법으로든 네가 나 없이도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무렇지 않게 다행이라 여기고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항상 감성보단 이성 쪽에 가까웠던 나였기에, 그래서 종종 너의 마음을 다치게 했던 못난 놈이었기에. 나만큼은, 정말 나만큼은 괜찮을 거라 쉽사리 단정 지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예상외로 옹졸하기 짝이 없던 나의 마음은, 가끔씩 몰래 보던 너의 SNS에서 좋아 보이는 최근 모습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덜컹 내려앉았다.


하나도 괜찮지가 않았다.

아니, 괜찮지 않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부끄럽지만 너를 원망했다는 표현이 조금 더 적확할 것 같다.

 

“네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

“무슨 일을 하든 응원할게.”

“꼭 행복해야 해.”


이별을 앞에 두고도 쿨한 척, 성숙한 척, 배려하는 척하며 내뱉었던 말들이 무색하도록 나라는 인간의 본모습은 이기적이고 추접스러웠다. 입만 살아서 어른인 척 번지르르한 말로 포장해댔지만, 거짓 진심 뒤에 숨은 진짜 나는 그저 서툰 아이였을 뿐이었다.

 

네가 좀 더 힘들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그렇게 밝게 웃을 수 없었으면 좋겠다.

나 같은 건 다 잊고 아무렇지 않더라도 그 모습을 SNS 같은 곳에 올려 내가 보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런 나의 본심을 알게 된다면 너는 나와 헤어진 것을 참 잘한 일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미숙하고 유치한 모습까지 보이지 않고 너를 떠나보낼 수 있었던 것이 나조차 다행이라 생각될 지경이니까.

 

못난 생각 해서 미안하다. 최소한 이건 진심이다. 하지만 그 못난 생각들도 어쩔 수 없는 진심이다. 아무리 애써봐도 찌질함은 성숙함의 가면을 비집고 나오더라.

 

언젠가는, 그래도 언젠가는 내가 했던 말과 솔직한 마음이 같아지는 때가 오리라 생각한다. 그때가 되면 진심으로 너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겠지.


물론 별 의미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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