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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Jun 24. 2019

고객, 그리고 가치(1)

마케팅의 영원한 화두, 아니 존재의 이유

마케팅은 학문인가?

마케팅 이론을 잘 몰라도 마케팅을 잘하시는 분 혹은 잘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죠. 디자이너 출신인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대표님이 대표적인 예일 것 같고요. '그런 의미에서 마케팅 이론을 배워야 돼?'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 사실 마케팅 수업을 들어보면 학문이라기보다 케이스 스터디에 가깝죠. 그 내용도 크게 어렵다기보다 알고 보면 상식적인 수준에 가깝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배우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티브라는 것은 무에서 유가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기존의 것의 모방과 변형을 통해서 태어나기 때문이죠. 우리가 배우는 마케팅 이론은 여러 케이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들이 정형화된 과거의 성공방정식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토대로 우리는 지금에 맞는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공부한 내용들을 정리해 나가고 있습니다.


고객의 의미

피터 드러커와 함께 현대경영의 창시자로 부르는 톰 피터스는 고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A customer is a wife.


무슨 뜻이냐고요?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 합니다. 톰 피터스가 여자였다면 'a husband'라고 했겠죠. 그만큼 그 속을 알기 어려운 게 고객이지만 마케팅은 고객을 대상으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니 우린 고객을 알아야만 합니다.


고객은 영어로 'Customer'라고 번역하지만 사실 고객은 더 많은 의미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Customer : 제품에 대해 값을 지불하는 대상

Consumer : 제품을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대상

Influencer :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대상


만약 배달 앱이라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들이 'Consumer'이고 광고비를 내는 음식점들은 'Customer'이며 회사의 영업조건과 유저의 이용조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통부, 공정위 등이 'Influencer'가 되는 것이죠. 이들을 고객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기업이 이들 모두의 욕구를 발견하고 충족할 수 있어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B2C 사업에 적용되는 고객의 범위이고 B2B 사업이라면 구매담당 직원(Buyer), 재무부서 등 구매부서로 들어오는 정보를 통제하는 다른 부서(Gatekeeper), 구매의사결정자(Decider) 등의 고객의 범위에 추가되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고객 가치

우리가 욕구를 충족시켜야 할 대상인 고객에 대해 알아봤는데, 고객의 욕구 충족은 가치 제공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겠죠? 그럼 '가치' 또는 '가치 있다.'라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고객은 다음 두 가지 상황에서 가치를 느낀다고 봅니다.


고객이 지불 비용에 따라 기대하는 것보다 더 높은 효용 또는 만족감을 제공받을 때

고객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 즉, 목적이 구매를 통해 달성되었을 때


위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 내야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데, 우리는 우리가 이미 제공하고 있는 기존 상품의 가치를 Means End Chain 분석을 통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Means End Chain
쉐보레 말리부 TV Commercial

쉐보레 말리부의 TV 광고를 예로 든다면 Means End Chain은 다음처럼 분석될 수 있겠죠.

이건 제 개인적인 분석에 불과할 뿐이고요.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마케터는 고객에게 전달할 Value를 정한 후 Feature를 담은 상품 개발을 혹은 우리가 보유한 역량 혹은 기술이 구현하는 Feature로부터 Value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통상 PEST, 3C 같은 환경 분석과 STP의 결과 구현될 것입니다. 환경 분석과 STP 전략 수립은 차 후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솔루션적 사고와 경쟁환경의 고려

기업은 기존 상품에 대한 마케팅을 위해 고객 가치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성장을 위해 새로운 상품을 전개해야 하고, 여기에 필요한 고객 가치를 탐색하고 창출해내야 합니다. 새로운 상품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할 가치를 찾는 과정이 기존 상품의 그것과 크게 달라야 할 이유는 없지만, 다음의 주안점이 있다고 합니다.


고객중심 솔루션적 사고 : 고객이 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며,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경쟁환경 고려 : 경쟁 기업들은 어떤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는가?


여기에서 신상품과 고객가치에 대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IBM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IBM은 창립 이래 1990년까지 고성과를 이어가던 명실상부 글로벌 No.1 IT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1991년부터 1993년까지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사상 처음으로 외부인사인 루 거스너를 CEO로 영입했고, 그 후 2002년까지 무려 10년간 IBM의 성과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었습니다.


당시 IBM은 서버부터 PC까지 컴퓨팅과 관련한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전개하고 있었고, 특히 B2B에서는 서버라고 불릴 수 있는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PC 성능의 발전에 따라 기업고객들은 비싼 메인프레임 대신 크라이언트-서버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죠. 또한 Dell이 저렴한 서버를 납품하고 부품 교체 등 유지보수에서 이익을 취하는 B2B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IBM은 위기에 처하게 되죠. 뿐만 아니라, 특정 영역별 전문회사들이 등장하면서 풀 라인업을 전개하는 IBM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자 IBM은 각 영역별로 분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B2B 고객들에게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IBM의 Business Partner 서비스(좌) HOW TO 맥킨지 문제해결의 기술(우)

회사 안팎의 전문가들이 분사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이라고 믿는 상황에서 루 거스너는 '하나의 IBM'이라는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기업 고객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분산된 수많은 공급자보다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통합 솔루션이라는 것을 파악했고, 풀 라인업을 갖춘 IBM이 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루 거스너가 IBM을 다시 성장으로 리드할 수 있었던 건 변화관리 등 다른 요인도 많지만 경쟁상황을 고려하며 고객을 중심으로 한 솔루션적 사고를 한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가 대세지만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솔루션적 사고는 여전히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더 알아보고 싶으신 분은 'HOW TO 맥킨지 문제 해결의 기술'이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만화가 곁들여져 있어서 재미있게 금방 읽을 수 있어요.




다음 글에서는 고객가치를 분석하고 설계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아무리 가치를 설계했더라도 경쟁력이 없으면 안 되겠죠? 경쟁우위의 근원인 핵심역량과 Value Chain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Value





R-EPS 시스템




정밀한 조향 가능




사랑하는 사람의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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