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5년 차 육아 3년 차
아이(성큼이)가 부쩍 자랐다. 이제 카시트에 앉히려고 성큼이를 들면 뒷좌석 윗 틀에 머리가 닿을랑 말랑해서 조심해서 아이를 들어야 한다. 성큼이의 식탁의자의 높이도 조절해야 할 만큼 다리도 길어져서 아이가 앉은자리와 다리를 놓은 자리 사이 간격이 좁아졌다. 올라가지 못하던 사코빈백을 올라가서 큰 테이블까지 올라가질 않나, 돌침대까지 왼다리로 중심을 잡고 오른 다리를 침대 난간에 기어코 올려서 침대에 올라가질 않나, 몇 달 전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높이만큼 아이는 손을 뻗고 물건을 꺼낸다.
키와 몸무게의 변화만큼이나 더 느끼게 되는 것은 아이의 언어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간다는 점이다. 언어가 늘어간다는 점은 신체의 접촉 변화와 아울러 소통방식의 변화를 이끌게 된다. 아이는 이제 장난을 칠 수 있다. 몰래 빨래 건조대 뒤에 숨어있다가 "성큼이 어디 있을까?" 하면 고개를 빼꼼히 내밀면서 웃는다. "고기 더 줘"라고 말했을 때, "다음에 먹자" 하면 "내일 또 먹자"라고 한다. 유명한 상어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면 상어가족을 찾아서 틀어줘야 한다. 어린이 집에서 들었는지 '원숭이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는데, 멜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원숭이 제목이 들어간 노래를 틀어주면 '이거 아니야' '이거 아니야'를 반복하다가 결국 못 찾는다. 통통통통 노래 틀어달라고 했을 때, 아내도 한참 지나서야 통통통통 털보 영감님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고, 단편적인 정보로 아이의 언어체계 하에서 소통하는 일은 만만한 일은 아니다.
실랑이가 25개월 성큼이에게 일어나는 가장 커다란 변화일 것이다. 몇 주 전부터 아이는 기저귀를 자기가 벗고 자기가 입으려고 한다. 그에게는 큰 변화이며 팔다리가 자신의 의지만큼 세밀한 동작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바지를 벗고, 색깔이 변한 기저귀를 벗고 다시 새 기저귀를 입고 바지를 입어야 한다. 지금 글을 쓰는데 30분 전에 기저귀 벗기가 시작되었는데 이제 기저귀를 입고 나서 바지를 입는데 실랑이가 있다. 아이가 분홍색 뽀로로 의자에 앉아 왼 다리를 바지 왼쪽통에 넣었음에도 오른 다리를 굳이 왼쪽통에 넣으면서 안된다고 하거나, 입다가 벗어서 바지가 몇 번이고 뒤집어지고 있다. 뽀얀 엉덩이 위에 기저귀를 낄 때도 왼쪽으로 다리를 넣었다가 오른쪽 구멍으로 다리를 빼는 바람에 기저귀 뒷면이 앞면으로 홀랑 뒤집어져 보인다. 아이는 약간의 동작오류와 상당한 장난을 통해서 계속 기저귀와 바지 입기에 시도하고 실패하며 웃는다.
결국 30분이 지난 시점에 바지를 입고 나서 노트북 있는 책상으로 달려와서 키보드를 눌러보겠다고 내 무릎으로 올라왔다. 키보드를 닫고 엄마에게 같이 가려는데, 아이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의자에 올라 책상 위에 노트북으로 손을 내밀려다가 의자에 미끄러지면서 꽈당 바닥에 부딪혔다. 내 품에 안겨 2~3분 엉엉 울다가 냉장고에 붙어 있는 작은 오르골을 보며 울음을 그쳤다. 아이에게 위험하다며,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니 울다가 벌겋게 된 얼굴로 '응, 알았어'라고 한다.
이처럼 아이가 언어를 배우고 몸동작이 함께 증가하는 이 시기, 아이의 안전과 더불어 나는 더욱이 나를 돌아보게 된다. 현관의 중문을 열고 맨발로 택배를 받으려다가 아이가 맨발로 현관에 서있던 장면이 기억났다. 몸으로 내가 솔직하지 못하면 어떤 발언에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 아이는 냉정할 정도로 솔직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지 못하는 행동을 아이에게 강요할 수도 없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어가야겠다. 분리수거할 재활용이 가득 쌓일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일주일에 두 번은 버릴 수 있도록 하고,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그리고 내 일에 대해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내가 그러지 못했는데 아이에게 너는 그래야 한다를 반복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랑이의 기쁨 속에서 때론 벅차고 자주 부담스럽게 나를 다스려야 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