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말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기

1. 듣고 말하지 않기


지금도 아들 앞에서 겸손한 제 부모님은 학교 다닐 때 공부하라 마라 말이 없었습니다. 제가 위기감을 느껴했던 공부였네요. 다만 부모님은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온 아들에게 라면과 과일을 내주셨을 뿐입니다. 모르겠어요. 그게 부모님이 의도한 결과였을까요? 의도할 만큼 완벽히 저를 속일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저를 아껴서 그런 거겠죠. 그래서 그런지 저는 제가 필요하면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부족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하고 앉아있네요.



공부를 하다가 다양한 시대의 결과물을 만났습니다. 신을 중심으로 세계를 그렸던 사람들, 신에서 인간의 이성을 중심으로 또 세계를 만들어냈던 사람들, 이성이 존재하느냐 마느냐 만들었던 세계를 부수어댔던 사람들. 한 인간을 무엇으로 규정하며 재단했던 생각들을 들여다봤습니다. 너는 피부색이 무엇이고 성별은 무엇이고 출신은 무엇이니 그렇겠구나 하는 것들과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언어의 결합물을요. 피부색과 지능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며 성별과 성공은 어떤 확률을 보이며 돈이 많고 적음은 성실함과 어떤 그물망에 연결되어있는지 연구도 보게 됩니다. 주디스 버틀러라는 학자는 그런 연구와 생각들, 우리가 흔히 전통이나 시원이라고 불렀던 것들이 근원적인 억압의 결과물이라고 반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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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중세 때 마녀가 태어났고 실제 마녀사냥은 마을에서 튀거나 똑똑하거나 누군가에게 질투심을 샀던 사람에게 그 굴레와 명명이 내려졌습니다. 귀신과 마녀를 지금도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직접 만난 적은 있는지 궁금합니다. 공부를 하다가 누군가를 무엇이라 규정짓던 소위 통념에 살다가 그것을 깨뜨리는 결과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처음엔 너무 받아들이기가 싫습니다. 왜, 나는 원래 살던 대로 살았고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데 왜 그걸 받아들여야 해? 남녀 차이는 원래 있잖아. 근육량 차이 말고도 사회문화적으로 달리 커왔잖아. 그걸 인정해야지 왜 인정 안 해?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얼마나 열심히 살았겠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열심히 일하잖아. 그 돈으로 위험을 감수하면서 잘 굴렸잖아. 그래서 저렇게 떵떵거리며 살잖아. 그런 말들을 합니다. 근육량과 같은 생물학적 특성도 혹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돈은 굴려야 커진다는 사회 문화적 통념도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생각들이었네요. 하늘의 별은 별일뿐인데 인간은 점성술을 만들고 동방박사를 만들고 사주팔자를 만들어왔습니다. 별은 태어나서 사라질 뿐이고 별이 반짝거리는 순간보다 짧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별을 밝다 혹은 흐리다 사라진다 떨어진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한 인간을 무엇이라 규정짓고 한 공동체를 또한 무엇이라 선언했던 말들의 집합이 사회를 만들었고 그 편에 있는 강자와 그 바깥에 있는 약자는 만들어졌습니다. 강자는 그 말들이 힘이요 법이라 이야기했습니다. 약자는 그것을 지켜야 하고 그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하고 다양한 행위들을 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왜 그래야 할까 물어보는 것은 열심히 살아 성공해야 하는 삶에서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이 마음속에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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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말보다는 행동인가 봅니다. 말보다 앞선 강렬한 경험은 사람을 어쩌면 송두리째 바꾸어 놓습니다. 머리로 생각했던 혹은 머리를 지배했던 언어들은 그때쯤 산산조각이 납니다. 근데 정말 짜증 나는 건 그런 새로운 생각과 경험은 이미 머릿속에 들어와서 바꿀 수가 없습니다. 그전에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눈에 거슬리는 통념들과 통념으로 정당화되는 행동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안 하고도 잘 살아왔는데 그 생각 안 하고 피하면 되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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