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공립 초등학교의 레벨 테스트와 소그룹 활동
1) 킨더 때 친구가 우리 반으로 전학 왔어요!!!
<2020년 8월 26일 수요일>
온라인 개학 셋째 날, 아이의 온라인 접속은 처음보다 훨씬 순조로웠다. 그래서인지 아이도 비교적 괜찮은 기분으로 선생님을 맞이했다. 여전히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했지만, 그래도 교사의 말에 잘 집중했다.
아이가 원격수업에 적응을 잘하게 된 첫 번째 계기는 전에 다니던 몬테소리 스쿨에서 만났던 킨더 친구 일란(Ilan)이 같은 반으로 전학을 왔기 때문이다. 원래 전학생은 낯선 학교에서 낯선 선생님과 낯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게 마련인데, 다행히 이 두 아이는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활짝 미소를 지었다. 이전 학교에서 1년 이상 함께 공부하고 놀고 생활하면서 친하게 지냈던 사이라서 서로에게 더 힘이 되는 듯 보였다.
셋째 날 이후로 아이는 수업이 끝날 때마다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했고, 목소리도 무척 활기차 졌다. 다행히 선생님도 한층 더 밝아진 아이의 모습을 보고 기뻐했다. 8시에 시작된 라이브 수업은 9시에 끝났고, 오전 9시 45분부터 10시 25분까지는 스페셜 수업 5과목 - 라이브러리(Library), 테크(Tech), 음악, 미술, 체육(P.E) - 이 일주일에 1시간씩 있었다.
스페셜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는 온라인 과제를 하는데, 생각보다 공립학교 온라인 프로그램은 무척 훌륭했다. 3월에 네바다의 공립학교가 모두 문을 닫은 후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선생님들은 온라인 개학을 염두에 두고 카운티 교육구와 학교를 오가며 교육을 받으면서 온라인 수업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기대치 않게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 나름 우수했다.
공립학교의 학습 진도는 물론 사립학교에 비해 느렸다. 그리고 선생님이 말한 대로 첫째, 둘째 주는 킨더 때 배웠던 것을 복습하고 학생 개개인의 레벨을 테스트하는 기간이라고 했으니, 그것을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교육 프로그램이 괜찮으리라 예상했다.
월요일 테크 수업(일종의 컴퓨터 코딩 수업)에서는 컴퓨터 사용법에 대해 교육을 해주는데, 키보드 타이핑을 하는 연습을 시킨다. 이제 막 6살이 된 아이들이라 컴퓨터와 키보드 사용이 처음인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 대부분이 멘붕이 온 것 같았지만, 다행히 아이는 비교적 컴퓨터 사용에 빨리 적응했고 타이핑 연습도 성실하게 잘 수행했다.
<2020년 8월 27일 목요일>
넷째 날도 아이의 온라인 수업은 비교적 순조로웠으나 개인 과제(assignment)를 해서 구글 클래스룸에 올리는 과정에 다소 문제가 생겼다. 매일 꼬박꼬박 숙제를 해왔던 아이의 결과물이 missing 빠졌다고 온라인 시스템에 제시가 된 것이다.
As you finish your classwork on Google Classroom, remember to turn it in by clicking view assignment then ‘Mark as done’.
선생님과 텍스트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그 이유를 찾았는데, 숙제를 다 하고 ‘Mark as done’을 누르지 않아서 submit이 되지 않았다.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모두 숙달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소한 하나를 놓쳐서 하루 반나절을 고생했다. 다행히 아이가 한 숙제가 그대로 있으니 다시 하지 않아도 되며 ‘완료로 표시’하면 된다고 했다.
숙제를 마치자마자 아이와 나는 한국학교 온라인 등록을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일주일간 만나지 못했던 친구 집에서 잠시 놀다가 함께 한국학교 등록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친구 집에서 함께 놀리고, 나는 혼자 한국학교로 가서 친한 아이들 셋을 함께 등록시키고 돌아왔다. 학교 수업은 영어로, 집에서 그리고 한국 친구들과는 한국어로 이야기하며 나름 이중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 아이는 이렇게 1학년의 첫 주를 맞이했다.
2) 드디어 금요일! 레벨 테스트를 받았어요.
<2020년 8월 28일 금요일>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금요일이 다가왔다. 이 날은 정말 모든 것이 수월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온라인 수업을 받아야 하는 아이 옆에서 뭐가 필요한지 시중을 들어야 하는 엄마들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나름의 긴장이 풀렸을 것이다.
아이들도 낯선 온라인 수업을 듣느라 꽤 지쳤을 것이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도 있고, 식사 시간도 있으며, 잠시 뒤뜰에 나가 몸을 움직이며 산책할 시간도 있긴 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꽤 길어서 지칠 법도 했다.
아이도 짧은 온라인 라이브 클래스를 아쉬워했고, 숙제도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서 해야 했기에 학습 레벨이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컴퓨터 시스템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사실 아이는 선생님과 친구들과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함께 협력하여 무언가를 배워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하루 2시간도 채 되지 않는 라이브 수업은 아이의 사회적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매주 금요일 모닝 미팅은 선생님과 친구들이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scavenger 게임이라고 하여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어떤 모양이나 어떤 색의 다양한 물건을 찾아오라고 시키면 아이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신나게 물건을 찾으러 나선다. 이렇게 자신이 찾은 아이템들을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소개하면서 아이들은 조잘조잘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이렇게 게임을 하며 무언가를 매일 배워나간다.
동글동글 구 모양의 형태를 찾으세요.
빨간색 아이템을 찾으세요.
폭신폭신 코지하고 포근한 것을 찾아오세요.
이렇게 아이들은 신나게 온라인 놀이를 즐긴다. 아이도 이 놀이를 좋아했다. 이 놀이를 마친 후 주어진 개인 학습과 과제를 수행한 아이는 체육 선생님과 온라인 체육 시간을 라이브로 하게 된다. 역시 아이들은 몸으로 하는 거라면 뭐든 좋아한다. 100% 아주 만족스러운 원격수업(distance learning)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100점 만점에 85점 또는 90점 정도는 주고 싶다. 이 수업에 불만이 있을 부모들과 아이들도 있을 텐데 내가 너무 후한 점수를 주었나?
한 주를 마무리하면서 아이는 금요일 12시에 잡힌 선생님과의 개인 미팅에 참여한다. 아이는 선생님과 사적인 대화를 잠시 나눈 후 30분간 레벨 테스트를 했다. 레벨 테스트는 1분간 주어진 텍스트 읽기(한 페이지 가량의 긴 텍스트를 읽게 하는데 아이는 단숨에 다 읽었다.), 주어진 시간 동안 덧셈과 뺄셈 하기(선생님 말로는 1분이라고 했는데 아이가 잘 맞추니 어느 정도까지의 레벨까지인지 시간을 조금 더 준 것 같다), 1분간 두 숫자 중 큰 숫자 찾기를 시킨다. 예를 들면 37과 58 중에서 큰 숫자를 찾아 읽기를 하는데, 주어진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문제를 풀며 100까지의 숫자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지 그리고 큰 수와 작은 수 개념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길게 시간을 할애한 것은 sight words 테스트로 1단계부터 최고 44단계까지 있는데 아이의 레벨만큼 주어진 단어를 읽게 하는 것이었다. 아이가 1단계를 너무 쉽게 통과하자 선생님은 바로 30단계로 껑충 뛰어넘어 아이의 어휘력을 테스트했다. 이 역시 쉽게 통과하자 아이는 선생님에게 40 단계로 챌린지 하고 싶다고 말했고, 선생님은 웃으면서 알았다며 40 단계의 어휘력을 테스트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particular와 determined를 어려워했으나 다른 어휘는 비교적 수월히 통과하여 42단계까지 갔다.
그런데 시간 관계로 선생님은 더 이상의 레벨 테스트는 하지 않았다. 이만큼 통과한 아이는 아무도 없다며 선생님은 아이가 무척 높은 수준이라고 칭찬을 해 주었다. 사립학교에서 킨더를 다녔기 때문에 아이의 학습 진도는 공립학교만 다닌 다른 아이에 비해 1년 이상 빠른 편이다. 수학도 리딩도 최고 단계라며 다음 주부터 다소 분량이 많은 챕터북 소설(novel)을 읽는 소그룹(스몰그룹 활동)에서 아이가 활동할 것이라며 다음 주 금요일에 책을 주겠다고 했다.
아이는 호기심이 많고 뭐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색칠하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며 사람들과 지식을 나누는 것을 즐긴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잘 알고,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조금 더 노력해서 잘해 보려고 한다. 친구가 자신보다 더 잘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질투하지 않고 잘한다고 부럽다며 칭찬도 하고 너스레도 떨 줄 안다. 아마 마음속으로 부러워하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자신에게 크게 실망하지도 않으며 별로 개의치 않는다. 다행히 자존감이 있고 자신에 대한 믿음도 있으며 부모가 그것마저도 모두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사람은 모두 다르다고 말한다. 비슷한 취향도 있으나 잘하는 장끼는 조금씩 다 다를 수 있으므로 서로 잘하는 것을 칭찬하면 다 같이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아이에게 항상 말한다. 이렇게 아이는 서로 잘하는 점을 칭찬하고 존중하는 것을 배워나간다.
이렇게 1학년 아이의 디스턴스 러닝, 온라인 수업 첫 주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주말에 푹 쉬면서 아이와 힐링의 시간을 가지고 산책도 좀 하고 수영도 하면서 우리 가족 모두 옹기종기 모여서 사랑을 확인하는 주말을 가져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