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正名)]폐하, 전하, 합하, 각하

논어(論語) 13편(子路편) 3장에서 배운 폐하, 전하, 합하, 각하

by 주종문

논어(論語) 13편(子路편) 3장 중에


子路曰 (자로 왈) 衛君待子而爲政 (위군대자이위정) 子將奚先(자장해선)

子曰(자왈) 必也正名乎(필야정명호)

자로가 물었다. "위나라 군주가 스승님을 기다려 정치에 참여시키려고 하니 선생님께서는 정치를 하시게 될 경우 무엇을 우선시하시렵니까?"

공자는 말했다. "반드시 이름부터 바로잡겠다."

- 논어로 논어를 풀다, 이한우

라는 글이 있습니다.


3장의 내용 전체는

공자는 만사의 출발점을 명실상부(名實相符 )로 보고 명(名)과 실(實)을 바로잡는 것이 정치의 요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먼저 "이름을 바로 잡겠다(正名: 정명)"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자로(子路) 입장에서 그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이상적인 말이었고 그 생각을 좀 무례한 말로 직설적으로 지적합니다.

공자는 자로(子路)의 무례한 지적에 대해 꾸짖음과 함께 정명(正名)의 원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줍니다.

좀 더 자세한 논어(論語) 13편(子路편) 3장의 원문이나 해설을 알고 싶으시다면 '논어로 논어를 풀다'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 내용을 배우며 들은 정명(正名)에 대한 재미있는 내용을 하나 적어 보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하려는 내용의 대부분은 '논어로 논어를 풀다'의 저자이신 이한우 선생님의 말을 정리한 것입니다. 물론 그 내용의 세부는 구글 검색을 조금 했습니다.^^


대한민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권의 국가들은 부인할 수 없는 한자 문화권입니다.

그래서 정치제도 등에 한자가 가지는 이름(名)과 그 내용(實)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에 국가지도자를 높여 부르는 '폐하(陛下)', '전하(殿下)', '합하(閤下)', '각하(閣下)'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4가지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어떤 경우에 사용하는지는 많이 알려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먼저 폐하(陛下)는 일반적으로 제국의 우두머리 황제를 높여 부르는 말입니다.

여기에서 폐(陛)는 섬돌 폐라고도 하고 궁전(宮殿)에 오르는 계단을 뜻합니다.


폐하.jpg

폐하(陛下)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이 계단 아래에 있다는 말인데 어떻게 황제를 높여 부르는 말이 되었을까요?


동한東漢 말기의 채옹蔡邕이 《독단獨斷》이라는 책에서 ‘폐하’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陛,階也,所由升堂也。天子必有近臣,執兵陳於陛側,以戒不虞。…… 謂之陛下者,群臣與天子言,不敢指斥天子,故呼在陛下者而告之,因卑達尊之意也。

<번역> 폐, 계단이다. 천자는 반드시 근신近臣, 임금을 가까이에서 모시던 신하이 있으니 병기를 들고 계단 아래에 서서 호위한다. …… ‘폐하’라 함은 신하가 천자하고 대화할 때 직접 지척指斥, 웃어른의 언행을 지적하여 탓함 할 수 없으므로 계단 아래에 서 있는 사람더러 전달하게 함으로써 자신을 낮추어 황제에 대한 존경의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즉, 신하가 직접 황제와 대화할 수 없으므로 황제를 호위하던 신하에게 말을 전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하게 되었고, 그때 예를 갖추어 ‘폐하’라고 불렀던 것이 후에 황제를 부르는 존칭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용 : 蔣星煜2010, 帝王的稱謂與自稱, 新民晚報 글_백 해파의 글


폐하(陛下)', '전하(殿下)', '합하(閤下)', '각하(閣下)'라는 용어는 모두 건물과 연관이 있습니다.

전(殿)은 전각(殿閣), 궁궐(宮闕)의 뜻이 있습니다.

합(閤)도 대궐(大闕)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각(閣)도 관서(官署), 궁전(宮殿)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결국 폐하(陛下)와 마 친가지로 '전하(殿下)', '합하(閤下)', '각하(閣下)'는 건물 아래에서 건물의 주인을 높여 부르는 말이것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건물에도 품계가 있어서 전(殿), 당(堂), 합(閤), 각(閣), 제(齊), 헌(軒), 루(樓), 정(亭)의 8 품계로 나누어져 있고 각 품계별 건물의 크기와 장식물 등에 절차와 예법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중에 전(殿)은 왕과 왕비의 거치 및 집무실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근정전, 강녕전, 교태전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왕이 거처하는 전(殿) 아래로 폐하(陛下)와 같은 개념으로 왕을 높여 부르는 말을 전하(殿下)라고 한다고 합니다.

합(閤)은 왕실 중 서열이 높은 사람이 거처하던 곳입니다.

합하(閤下)는 조선시대 정 1품 관리를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하지만 단순히 정 1품 관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왕실의 종친이면서 권력을 장악하여 왕 바로 아래의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던 대원군과 같은 사람을 높여 부르던 말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각(閣)은 왕실의 가족이나 정승, 판서의 집무실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각하(閣下)는 대신 즉 장관급을 높여 부르는 말입니다.

예전에 대한민국에 대통령만을 각하(閣下)로 호칭하도록 한 적이 있었는데 이것은 오히려 국가지도자를 낮춰 부르는 정명(正名) 하지 못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폐하(陛下)', '전하(殿下)', '합하(閤下)', '각하(閣下)'라는 단어는 요즘 사용할 경우가 없습니다만 이 이름()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지 안다면 역사를 볼 때 좀 더 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에 '폐하(陛下)', '전하(殿下)', '합하(閤下)', '각하(閣下)'에 대해 정리하며 살펴보니 비슷한 내용으로 정리한 내용이 있어서 많이 참조가 되었습니다. 특히 '각하(閣下)'라는 단어가 일본강점기로 인한 영향이라는 의견도 많았습니다만 동아시아의 한자문화권에서 꼭 그렇게 단정만 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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