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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현 Oct 22. 2015

Control

마음 다스리기

올해 겪은 많은 일들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중 가장 가치 있는 가르침은 '마인드 콘트롤'이다. 10년 동안 e스포츠 기자 생활을 하면서 '프로게이머는 마인드 콘트롤을 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정작 나 본인은 이걸 전혀 못하고 있었던 듯 싶다. 34살을 2달 앞둔 요즘에서야 '콘트롤'에 대한 방법을 익힌 것 같으니 말이다.


'마인드 콘트롤 좀 잘해라'


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이었던가! 이것은 이론적으로 배운다고, 주변에서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줘도 하기가 힘든 것이다. 개인의 타고난 기질에 따라 누군가는 이것을 잘하기도 하지만, 만약, 천성적으로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기질을 타고 났다면 '마인드 콘트롤 좀 잘해라'는 말은 거의 폭력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요즘 내가 느끼는 '마인드 콘트롤'의 비결은 바로 경험이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배우고, 경험을 통해 잘못된 행동과 생각을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경험만 해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이 '마인드 콘트롤'이다. 경험만 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나이를 충분히 먹고서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어른들과, 경험이 부족함에도 마음을 잘 다스리는 어린 사람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올해 많은 일을 겪은 와중에 나는 끊임 없이 내게 되물었다. 무엇이 원인이었나,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다음에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와 같은 '피드백'부터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상황에 마음이 설레는가, 나는 어떤 상황에 판단력이 흐려지는가와 같은 '자아성찰'까지. 


이전에는 이런 생각들을 그냥 흘려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33살을 보내고 있는 2015년을 내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피드백'과 '자아성찰'을 통해 얻은 결론들을 잊지 않기 위해 외우고, 계속 되뇌였다.


마음이 조용한 가운데 지점에 있다가, 좌 혹은 우측으로 빠져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이 때 '마인드 콘트롤 능력 수치'는 평정심을 얼마나 빠르게 찾게 해주느냐를 좌우한다. 완벽한 사람은 없을 것이고, 그 어떤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 역시 없다. 나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요즘따라 마음을 잘 다스리는, 즉, 극도의 흥분 상태에도 잘 도달하지 않고, 극도의 슬픔 상태에도 잘 도달하지 않는 능력을 갖게 된 것 같다.


이 같은 능력은 일을 할 때, 사람을 만날 때, 일상 생활에서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원만하고 평화로운 삶을 원했고, 겉으로는 그렇게 사는 척 했었지만 정작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큰 파도가 치고 있었던 나였다.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포장했으나 결국 그냥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대신, 요즘은 노래를 듣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영화를 보거나 할 때 다른 주변의 것들을 신경쓰지 않고 가사, 멜로니, 줄거리 등에 푹 빠져 있다가 나올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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