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대출은 빚인가, 지렛대인가?

좋은 빚 vs 나쁜 빚

by 글쓴이의 관점

Q. 빚은 정말 패가망신의 지름길일까?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빚은 무능력의 상징이자 언젠가 우리 가족의 행복을 파괴할지도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적금을 부어 내 돈만으로 집을 사고 차를 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정작 자본주의 사회에서 큰 부를 이룬 사람들을 보면 빚이 없는 사람이 거의 없다. 기업은 은행 돈을 빌려 공장을 짓고, 건물주는 대출을 끼고 빌딩을 산다. 그들은 빚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은행이 돈을 빌려주지 않을까 봐 걱정한다.


도대체 왜 부자들은 위험한 빚을 사랑하는 것일까? 부자들은 자신이 그 빚을 모두 갚을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들은 빚을 갚아야 할 부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자산을 들어 올리는 지렛대로 보기 때문이다. 이 챕터에서는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레버리지 효과와 좋은 빚과 나쁜 빚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내 힘만으로 바위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물리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나에게 충분히 긴 지렛대와 지탱할 장소만 준다면 지구도 들어 올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경제에서도 이 원리는 똑같이 적용된다. 내 힘(자본금)은 미약하지만, 타인의 힘(대출)을 지렛대 삼으면 내 능력보다 훨씬 큰 자산(바위)을 움직일 수 있다. 이것을 레버리지 효과라고 한다. 한국은행의 <경제금융용어 700선>에 따르면 레버리지 효과는 타인으로부터 빌린 자본을 지렛대 삼아 자기 자본이익률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5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첫 번째 방법은 5억 원을 다 모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매년 2천만 원씩 저축한다면 25년이 걸린다. 그사이에 집값은 훨씬 더 올라있을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내 돈 2억 원에 은행 대출 3억 원을 더해 지금 당장 집을 사는 것이다.

1년 뒤 집값이 10%(5천만 원) 올랐다고 치자. 내 돈 5억 원을 다 주고 산 사람(A)의 수익률은 10%다. 하지만 내 돈 2억 원만 투자한 사람(B)의 수익률은 25%가 된다. (수익 5천만 원 / 투자금 2억 원). 물론 대출 이자를 비용으로 빼야겠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자기 자본 대비 수익률은 대출을 활용한 쪽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속도전에서 승리하는 공식이다. 노동 소득만으로 자산을 사는 것은 맨손으로 바위를 들어 올리려는 것과 같고 대출을 활용하는 것은 지렛대를 쓰는 것과 같다. 부자들은 이 원리를 알기에 빚을 이용해 더 빠르게 자산을 불려 나간다.


3-2.png 레버리지는 적은 돈으로 큰 자산을 굴릴 수 있는 수단이다.



좋은 빚 vs 나쁜 빚


그렇다면 대출은 무조건 좋은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지렛대는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도구지만 잘못 쓰면 사용자의 턱을 부숴버릴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대출의 유무가 아니라 그 대출의 사용처이다. 우리는 빚을 '좋은 빚'과 '나쁜 빚'으로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좋은 빚은 나중에 내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자산을 사기 위해 빌린 돈이다. 예를 들어, 대출 이자보다 월세 수익이 더 많이 나오는 상가 대출, 혹은 향후 가치 상승이 이자 비용을 상회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동산 담보 대출, 사업 확장을 위한 시설 투자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빚은 나를 위해 일하는 든든한 고용인이다.

반면 나쁜 빚은 내 주머니에서 돈을 빼가는 부채를 사기 위해 빌린 돈이다. 할부로 산 고가의 자동차, 신용카드로 긁은 명품 가방, 생활비 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이것들은 사는 순간부터 가치가 떨어지며(감가상각), 매달 이자 비용까지 발생시킨다. 이것은 빚이 아니라 족쇄다. 당신이 빚을 내는 이유가 생산과 투자를 위해서라면 그것은 레버리지이지만 소비와 과시를 위해서라면 그것은 갚아야 할 빚일 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튼튼한 지렛대라도 부러질 수 있는 법이다.



지렛대가 부러지는 순간


레버리지 효과에는 치명적인 단서 조항이 붙는다. 바로 자산 가격이 상승하거나, 수익이 이자보다 많을 때만 유효하다는 점이다. 만약 집값이 10% 하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전액 내 돈으로 산 A는 5천만 원 손해를 보고 끝난다(수익률 -10%). 하지만 대출을 끼고 산 B는 내 돈 2억 원 중 5천만 원이 날아갔으므로 수익률은 -25%가 된다. 손실 역시 지렛대 효과로 인해 증폭되는 것이다. 게다가 집값은 떨어져도 은행에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는 그대로다.


미국의 유명 투자자 레이 달리오는 그의 저서 <금융 위기 템플릿>에서 경제가 성장할 때는 부채가 성장을 가속화시키지만 거품이 터지고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디레버리징)에는 그 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충격으로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레버리지를 쓸 때는 반드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현금 흐름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금리가 오르고 자산 가격이 떨어지는 시기에 무리한 대출을 안고 있다면 그 지렛대는 당신을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짓눌러버릴 것이다.


대출은 양날의 검이다. 잘 쓰면 요리사의 칼이 되지만, 못 쓰면 강도의 칼이 된다. 빚을 무작정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그 위험성을 통제할 수 있는 실력(금융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대출 버튼을 누르는 것은 도박과 다름없다.



<3줄 요약>

1. 레버리지 효과란 타인의 자본(부채)을 지렛대 삼아 자기 자본의 이익률을 극대화하는 투자 기법이다.

2. 미래의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 매입을 위한 대출은 '좋은 빚'이지만, 소비재 구매를 위한 대출은 '나쁜 빚'이다.

3. 레버리지는 수익뿐만 아니라 손실도 증폭시키므로, 금리 인상이나 자산 가치 하락 시기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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