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환율의 경고

환율은 왜 항상 우리보다 빠를까?

by 글쓴이의 관점

Q. 나는 해외여행도 안 가는데 왜 달러 가격을 신경 써야 할까?


아침 뉴스를 틀면 어김없이 "원-달러 환율이 1,5000원을 돌파했습니다"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최근 전쟁의 여파로 환율이 다시 급속도로 오른다는 보도도 자주 들려온다. 그러나 막상 해외 직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가 환율에 대해 신경 쓸 일은 일상생활에서 잘 없어 보인다. "환율이 오르든 내리든 내가 쓰는 1,000원은 똑같은 1,000원이잖아?"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주 위험한 착각이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환율은 우리 배가 안전한 곳에 있는지 아니면 폭풍우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가장 민감한 나침반이자 체온계이기 때문이다.


환율이 급등한다는 것은 단순히 달러가 비싸졌다는 뜻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경고음이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시장을 떠나고 있다는 탈출 신호다. 이 신호를 무시하면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자산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번 챕터에서는 환율이 보내는 시그널을 해석하는 법을 알아보자.



돈의 상대적 가치, 시소게임


환율의 정의는 간단하다. 두 나라 화폐의 교환 비율이다. 한국 돈 1,000원으로 미국 돈 1달러를 바꿀 수 있다면 환율은 1,000원이다. 그런데 어느 날 1달러를 사기 위해 1,300원을 줘야 한다면 환율이 상승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소의 원리다. 환율(숫자)이 올랐다는 것은 달러 쪽이 무거워졌다(가치 상승)는 뜻이고 반대로 원화 쪽은 가벼워졌다(가치 하락, 평가절하)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시소는 움직일까?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지난 챕터에서 다룬 금리다. 돈은 이자를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이동한다. 만약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한국은 금리를 그대로 둔다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자를 덜 주는 원화를 팔고 이자를 더 주는 달러를 사서 떠난다. 달러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니 달러 값(환율)은 오르고 원화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것이 미국 중앙은행(Fed)의 말 한마디에 한국 환율이 바뀌는 이유다.



외국인은 우리보다 먼저 짐을 싼다


환율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그것이 주가 하락의 전조가 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그들은 달러를 가져와서 원화로 바꾼 뒤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그런데 환율이 오를 것 같으면(원화 가치가 떨어질 것 같으면) 가만히 있어도 손해를 본다. 예를 들어 1달러=1,000원일 때 한국 주식을 샀는데 나중에 주식을 팔고 나갈 때 1달러=2,000원이 되어버리면 주가가 그대로여도 그들이 손에 쥐는 달러는 반토막이 난다. 이를 환차손이라고 한다.


따라서 환율 상승 조짐이 보이면 외국인들은 주식이 오르건 내리건 상관없이 일단 주식을 팔고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한국을 떠나려 한다. 외국인이 주식을 던지니 주가는 폭락하고 달러를 사서 나가니 환율은 더 오른다. 악순환이다. 그래서 환율 급등은 주식 시장 폭락과 세트 메뉴처럼 움직인다.


4-2.png 외국인이 떠나고 난 뒤에 계좌를 쳐다보면 늦는다.



미국의 투자자 레이 달리오(Ray Dalio)의 저서 <금융 위기 템플릿>에서는 신흥국 부채 위기의 전형적인 패턴으로 자국 통화 가치의 하락과 자본 유출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지적했다. 우리가 "어? 주식이 왜 떨어지지?" 하고 뉴스를 검색할 때 외국인들은 이미 환율 차트를 보고 짐을 싸서 나간 뒤다. 환율은 항상 우리보다 빠르다.



내 월급을 갉아먹는 수입 물가


환율 상승은 주식하는 사람에게만 문제가 될까? 아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오른다. 우리나라는 석유, 원자재, 식량등 대부분의 자원을 수입한다. 국제 시장에서 이런 물건들은 달러로 거래된다. 환율이 1,000원에서 1,300원으로 오르면 똑같은 기름을 사 올 때 30%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한다. 기업은 이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한다. 결국 휘발유 가격이 오르고, 빵값이 오르고, 전기요금이 오른다. 내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오르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경제금융용어 700선>에서는 이를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하나로 설명한다. 결국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국가 전체가 가난해진다는 뜻이다. 내가 가진 원화의 구매력이 전 세계적으로 쪼그라들고 있다는 냉혹한 성적표인 셈이다.



달러라는 보험을 들어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원화라는 배만 타고 있어서는 안 된다. 배가 가라앉을 때를 대비해 구명보트, 즉 달러 자산을 일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산 배분의 관점에서 달러는 훌륭한 헤지(Hedge) 수단이다. 평소에는 원화 자산(한국 주식, 부동산)으로 수익을 내다가 경제 위기가 닥쳐 원화 자산 가격이 폭락할 때 달러 환율은 급등한다. 이때 가지고 있던 달러의 가치가 올라 전체 자산의 손실을 방어해 준다.


현명한 투자자는 뉴스를 볼 때 주가 지수만 보지 않는다. 환율이라는 신호등을 먼저 살핀다. 환율이 안정적일 때는 파란불(투자 적기)이지만 환율이 요동치며 급등할 때는 빨간불(위기 경보)이다. 이때는 욕심을 버리고 현금을 확보하거나 달러 뒤에 숨어야 한다.



<3줄 요약>

1. 환율은 두 나라 화폐의 교환 비율로 금리 차이나 국가 경제력의 차이에 의해 시소처럼 움직인다.

2.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은 외국인 자본 이탈을 유발해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는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3.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상승해 내 실질 소득이 줄어들므로 위기 방어용으로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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