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금리의 역습

금리를 올리면 누가 죽고 누가 사는가?

by 글쓴이의 관점

Q. 왜 한국은행 총재가 망치를 두드리면 내 아파트 대출 이자가 오를까?


한 달에 한 번, 목요일 오전이 되면 전국의 증권가와 은행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TV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바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날이다. 잠시 후 한국은행 총재가 나와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말한다. "이번 달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합니다." 고작 0.25%다. 1억 원에 25만 원 차이다. 별것 아닌 숫자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발표가 나오자마자 주식 시장은 폭락하고 영끌해서 집을 산 김 대리의 대출 이자 안내 문자는 공포영화처럼 변한다. 반면, 현금을 쥐고 있던 이 부장은 미소를 짓는다.

도대체 금리가 무엇이길래 이 작은 숫자의 움직임에 온 나라가 울고 웃는 것일까? 이번 챕터에서는 자본주의 경제의 중력이라 불리는 금리의 정체와 중앙은행이 왜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지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려 한다.



돈에도 가격표가 붙어 있다


우리는 물건을 빌려 쓰면 사용료를 낸다. 정수기를 빌리면 렌탈비를 내고 남의 집을 빌리면 월세를 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도 마찬가지다. 돈을 빌려 쓰는 대가로 지불하는 가격, 그것이 바로 금리(이자율)다.

이 돈의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점은 누가 정할까? 바로 각 나라의 중앙은행(한국은 한국은행, 미국은 연준)이다. 한국은행의 <경제금융용어 700선>에 따르면 기준금리란 중앙은행이 금융기관과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금리로 시중의 모든 금리(예금, 대출, 채권 금리)의 기준이 되는 정책 금리를 말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라는 도매가격을 올리면 시중은행은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비싸지므로 우리에게 돈을 빌려줄 때 받는 소매가격(대출 금리)도 덩달아 올릴 수밖에 없다. 즉, 한국은행 총재가 두드리는 의사봉은 전 국민의 지갑에 붙은 가격표를 바꾸는 스위치인 셈이다.


금리는 자산 시장의 중력이다


워런 버핏은 “금리는 자산 가격에 중력과 같이 작용한다”라고 말했다. 중력이 강해지면(금리 인상) 모든 물체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반대로 중력이 약해지면(금리 인하) 물체는 공중으로 둥둥 떠다닌다.

<경제금융용어 700선>에서 설명하는 통화정책 파급경로를 보면 이 원리가 명확해진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사람들은 이자 부담 때문에 대출을 줄이고 소비를 줄인다. 기업은 투자를 축소한다. 시중에 돈이 마르면서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의 가격은 하락한다. 반대로 금리를 인하하면 사람들은 싼 이자로 돈을 빌려 집을 사고 주식을 산다.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자산 가격은 상승한다.


물론 현실은 다른 경우도 있는데 특히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보면 이 공식이 즉각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한국은 전세라는 독특한 레버리지 제도가 있고 서울 및 수도권 선호 지역의 만성적인 공급 부족과 "부동산은 결국 우상향 한다"라는 강력한 심리적 요인(불패 신화)이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정책 자금 지원이나 규제 완화가 금리의 하락 압력을 일시적으로 방어하기도 한다. 그래서 금리가 올라도 집값이 바로 떨어지지 않고 버티거나 오히려 희소성 때문에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왜 중앙은행은 파티가 한창일 때 불을 끌까?


그렇다면 중앙은행은 왜 금리를 올려서 사람들을 힘들게 할까? 계속 금리를 낮게 유지해서 모두가 부자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해 주면 안 될까? 안타깝게도 중앙은행의 최우선 목표는 자산 가격 상승이 아니라 물가 안정이다. 앞서 PART 1에서 배웠듯이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 돈의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미친 듯이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짜장면 한 그릇에 10만 원이 되는 세상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은 경기가 너무 뜨거워진다 싶으면 금리라는 찬물을 끼얹어 열기를 식히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투자자 레이 달리오는 그의 저서 <금융 위기 템플릿>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은 파티가 한창 무르익을 때 펀치볼(술독)을 치워버리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사람들이 빚을 내어 자산을 사들이는 버블 단계가 오면 중앙은행은 필연적으로 금리를 올려 버블을 터뜨리고 긴축의 시대를 연다.



승자와 패자는 금리가 결정한다


그럼 금리가 오르는 시기(긴축의 시대)에는 누가 죽고 누가 살까?


패자: 변동 금리로 과도한 빚을 내어 부동산이나 주식을 산 사람들이다. 이자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자산 가격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위 ‘영끌족’의 비명은 이때 터져 나온다.

승자: 빚이 없고 현금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은행에만 넣어둬도 쏠쏠한 이자 수익이 들어오고, 무엇보다 폭락한 자산들을 헐값에 주워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결국 자본주의 생존 게임의 핵심은 금리의 방향을 읽는 데 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주식을 골라도 거대한 파도(금리 인상)가 덮치면 배는 뒤집힌다. 뉴스를 볼 때 '기준금리 동결' 혹은 '인상 시사'라는 말이 들리면 이것을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내 자산에 가해질 중력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중력이 강해질 때는 몸을 낮추고(부채 축소, 현금 확보) 중력이 약해질 때는 점프(투자 확대)를 준비해야 한다.



<3줄 요약>

1.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정책 금리로, 모든 시중 금리와 자산 가격의 기준점이 된다.

2. 금리는 자산 시장의 중력과 같아서, 금리가 오르면 자산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가 내리면 자산 가격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3.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조절하며, 투자자는 이 금리의 방향을 보고 부채 비중과 투자 타이밍을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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