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좀 빼자

by 이주리

중국 친구들과 프랑스 남편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규칙이 많고, 무엇이든 지나치게 힘 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사실이다. 한국 사람들은 뭐가 되었든 전투적이다. 일상적인 것도 파이팅이 넘친다. 메이크업도 완벽하게, 머리도 고데기로 세팅해서 보기 좋게, 옷도 핏 맞은걸로 상황과 장소에 잘 골라서 입고, 공부도, 직장일도 스트레스 받아 괴로울 정도로 너무 열심히 하고, 먹는 것도 영양성분, 맛, 가성비 등 온갖 것을 다 따져가며 먹고, 운동도 안하면 큰일날 것처럼 가혹하게 한단다. 육아도 마찬가지. 육아책을 쌓아놓고 읽어가며, 집에서 테레비도 없애놓고, 애한테 절절 매며, 무슨 수행이라도 하듯이 애를 키운다.


그런데 애가 셋 되니까 자동으로 힘 빠지는 육아가 된다. 물리적 한계로 인해 힘주는 육아를 할 수가 없다. 나한테는 하루 일과 중에 티비 보는게 유일한 낙이라서 나 때문에 집에 티비를 못 끊는다. 내 그릇으로 애 공부 가르치려다가 애만 잡고, 애하고 사이만 안 좋아져서 아예 집에서는 공부를 안 시킨다. 공부는 학교에서 선생님하고 하는걸로 했다. (하지만 가끔 수학 시험지를 학교에서 받아오면 욱할 때가 있다! 참을 인 세 번 새기면서 진정하고, 남편에게 수학 지도를 요청한다.)


밥도 반찬 줄줄이 못하고, 되는대로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사와다 썰어서 먹고(불 쓰는 요리 자체를 잘 안한다), 식당에 가서 포장해 와서 먹기도 하고, 남편이 해주면 땡큐 리액션 아주 크게 해가며 먹고 산다. 가끔은 하다못해 남편이 걱정되는지 "우리 애들 너무 대충 먹이는 거 아닐까? 좀 불쌍한데..."라고 한마디 한다. 그러면 큰맘먹고 애들한테 먹고 싶은 메뉴를 물어보고 하나 정도는 제대로 해준다. 생색 어지간히 내면서.


집안 청소도 힘 많이 뺐다. 널부러져 있는 장난감도 애써 분류 안 한다. 어차피 정리하는 속도가 어지르는 속도 못 따라간다. 둘째는 장난감을 섞어서 이런저런 놀이하며 노는 걸 좋아한다. 잠자는 방에 먼지 굴러다니지 않는 정도로 청소한다.


글쓰는 것도 힘 좀 뺄려고 한다.

각 잡고 제대로 글쓰고 싶었는데 애 셋 육아, 살림, 청소, 빨래까지 도무지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낼 수가 없다. 제대로 쓰려다 아예 안쓰는 것보다는 부담없이 대충이라도 조금씩 남기는 것이 덜 후회될 것 같아 이렇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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