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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Sep 05. 2024

프랑스 출산율은 왜 높을까?

프랑스는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키운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여자는 아이를 1.68명 낳고, 한국 여자는 0.72명을 낳는다. 왜 프랑스 여자는 한국 여자보다 애를 2배 넘게 더 낳을까?


프랑스는 누구나 아이를 가질 수 있다. 하룻밤 불장난에 생긴 아이라도, 10대라도, 불륜이라도, 애아빠가 누군지 몰라도, 애아빠가 도망가고 없더라도, 돈 한 푼 없는 미혼모라도 자기한테 생긴 이 아이를 낳고 싶다면 낳을 수가 있다.


사회적으로 따가운 시선이 없다. 부모형제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다. “그건 니 인생이고 니 선택이야. 니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와 같은 태도로 대한다. 옆에 프랑스 남편한테 물어보니 실제로 이렇게 영화처럼 쿨내나고 멋있게 말로 하는건 아니고, 그런갑네, 하고 내버려 둔다고 한다. 부모도 젊은 시절 지멋대로 살았기 때문에 자식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한국처럼 자식 머리 끄댕이를 잡고 애아빠를 찾아서 다리 몽뎅이를 분질러 버린다며 씩씩거리며 따지러 간다던가, 책임을 물어 억지로 결혼을 시킨다던가, 그것도 안되면 억지로 애를 지우게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했다. 


프랑스는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키운다. 프랑스는 한국처럼 결혼, 임신, 출산, 모든 것을 계획하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아주 화려한 결혼식을 하고, 부모의 도움과 대출을 받아서 매매나 전세로 30평대 새 아파트에서 살림 완벽하게 다 갖춰놓고, 계산된 날짜에 맞춰 아이를 계획임신해서 낳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한다.  


프랑스에서는 아주 허름한 곳에서 애를 낳고 키운다. 젊은 사람들이 돈이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에는 한국처럼 부모가 자식에게 목돈을 주면서 “집 사는데 보태써라.”하는 경우가 전혀 없다. 프랑스에서는 미혼모라면 작은 원룸에서 혼자 월세 살면서 애를 키우고, 커플이라면 작은 투룸 정도에서 월세 살면서 애를 키운다. 경제적인 형편이 좀더 좋아지면 허름한 아파트, 오래된 주택 정도로 집을 넓혀간다. 쭉 월세로 살기도 하고, 대출을 받아 30년, 40년 다달이 갚아가며 매매를 하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일단 애엄마가 되면 월급처럼 나라에서 보조금이 매달 꼬박꼬박 나온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애엄마한테는 보조금이 더 많이 나온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애 기저귀값, 분유값 정도는 낼 정도는 된다. 어린이집은 미혼모 가정 우선으로 아이를 받아주고,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미혼모라고 해도 직장 구하는데 큰 차별이 없다. 프랑스는 대부분 맞벌이를 하고, 대부분 직원들이 모두 아이가 있기 때문에 상황이 다들 비슷하다. 다들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다보니 아이 하교시간에 맞춰 정시퇴근을 해야 하고, 애가 아프면 결근하는 일이 잦다. 방학 때 애 봐줄 사람이 없으면 애를 데리고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가 일하는동안 애는 옆에서 놀고 있다. 다들 그러려니 한다. 사장 포함 거의 모든 직원이 다들 애 키우며 고만고만하게 산다. 그러니 굳이 미혼모라고 해서 다를 일도 없고, 차별해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사교육도 없다. 피아노, 영어, 제2외국어, 수학, 과학, 각종 운동 학원 따위가 없다. 배워둬야 한다는 그런 강박 자체가 없다. 한국처럼 아이들을 될 수 있으면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고, 일찍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다. 부모 본인이 그런 사교육을 겪어본 적이 없고,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도 없고, 대학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 자체도 없다. 본인도 대학을 안 나왔으니 대학이 어떤 곳인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사교육 수요가 없으니 사교육 공급도 없다. 학원도 없고 과외도 없다. 아이들은 학교 가고, 주말이나 방학이면 집에서 있는 장난감 가지고 놀고, TV 좀 보다가, 놀이터 가서 놀고, 자전거 타고, 수영장 가서 놀고, 공원가서 공놀이 좀 하다가 하루를 보낸다. 강아지 키우듯이 마음 편하게 키운다. 


굳이 내 아이에게 특별하게 뭔가를 가르치고 싶다면 일부러 수고를 해서 찾아가야 한다. 한국처럼 대중적인 단체 교육은 없다. 1:1 과외가 전부다. 학원차나 대중교통이 아예 없기 때문에 부모가 일일이 따라 붙어서 차로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한다. 한국에 비하면 수업이 전문적이지도 못하고, 수업시간이 워낙 짧은데다, 비용이 너무 비싸다. 실제로 배워서 결과를 보기도 어렵다. 이 나라에서 사교육이란 돈 좀 있고, 여유 넘치는 사람들이나 “우리 애는 이런 것도 배운단다!”하는 뽐내는 용도로 쓰인다. 실제로 아이가 배우고 있는지, 아이가 얼마나 배웠는지는 하등 중요하지 않다.


프랑스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아이를 잘 먹이고, 잘 씻기고, 잘 입히지 않는다. 외식이 워낙 비싸니 집에서 집밥을 먹기는 하는데, 한국같은 정성 어린 집밥이 아니다. 한국처럼 영양소 챙겨가며 신선한 제철 채소, 과일, 야채, 고기를 사다가, 매끼마다 다듬고, 찌고, 끓이고, 볶아서 먹는 경우가 드물다. 


프랑스 사람들은 아주 가끔 차를 몰고 대형마트에 가서 가공식품과 냉동식품을 산더미처럼 사서 집에 쟁여놓는다. 그래서 가정집에 다들 냉장고 외에 대형 냉동고와 대형 창고방을 하나씩 더 구비하고 있다. 야채와 고기는 대부분 냉동을 사고, 오븐에 데워 먹는다. 


프랑스 사람들은 입에 단 것을 달고 산다. 일상적으로 쿠키와 초콜렛, 콜라, 과자, 사탕, 케이크, 아이스크림 따위를 먹는다. 아침은 무조건 단 것을 먹고, 점심 때 약간의 고기와 야채를 먹고, 디저트로 꼭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오후 간식도 꼭 챙겨 먹는데, 초콜렛쿠키와 콜라를 먹는다. 저녁에도 약간의 고기와 야채, 치즈를 먹고, 디저트로 단 것을 꼭 챙겨 먹는다. 학교 급식도 마찬가지다. 매 끼니마다 디저트, 디저트를 외친다. 단 것을 먹어야 식사가 끝난다고 생각한다. 


디저트 사랑은 남녀노소 불문이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기부터 지팡이 짚고 다니는 할매까지 모두 매끼 디저트를 꼭 챙겨 먹는다. 재미있는 것은 디저트의 양이다. 입가심 수준이 아니고, 끼니보다 더 많은 양과 칼로리를 디저트로 꼭 챙겨 먹는다. 사람마다 자기 몫으로 한 접시 듬뿍 차린 디저트를 꾸역꾸역 먹는다. 먹는 쿠키는 내 얼굴만하고, 한국 조각케이크의 두세배 크기 정도 된다. 한국에서는 두세명이 나눠먹을 양을 프랑스에서는 한 사람이 다 먹는 셈이다.


그러니 다들 치아가 엉망이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양치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루에 한두번 할까 말까 한다. 여기는 자기 전에 한번쯤 생각나면 하는게 양치다. 아무도 양치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도 아이들 급식은 하고, 디저트는 꼬박꼬박 먹이지만, 양치를 안 시킨다. 선생님도 양치 안하고, 애들도 양치를 안한다. 그래도 나는 한국사람이라 우리 애들한테 학교에서 점심먹고 꼭 양치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며 가방에 칫솔, 치약 챙겨 보냈으나, 아이들은 양치를 번번이 안했다. 왜 안하냐 물었더니, 프랑스에서는 양치를 하면 유난스럽다고 놀리고 따돌림 당한다고 했다. 어이가 없어서 정말 그러냐고 프랑스 남편에게 물으니, 그런 분위기라고 했다. 그래서 나도 애들 점심 양치는 포기했다.


그 덕에 여기는 어른들도, 아이들도 이가 안 썩어있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치과도 부족한데다 비용도 비싸다. 치과에서도 치료할줄 모르는건지, 치료하기 싫은건지, 하도 아프니 그냥 생이빨을 뽑는 경우도 많다. 나는 처음에 프랑스에 와서 젊은 사람들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이가 빠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의아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가 썩어서 치과에서 뽑았다고 했다. 이가 썩으면 치료를 해야하는데 프랑스에서는 그냥 뽑아버린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머리에는 다들 머릿니가 소복하다. 나는 한국에서 이를 구경도 못했고, 그게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 프랑스에 온지 일년이 지나면서부터 우리 애들도 머릿니가 생겼다. 아무리 독한 머릿니 퇴치 샴푸를 쓰고, 침구를 소독하고, 청소를 열심히 해도 소용이 없었다. 우리 식구들이 퇴치해봤자, 다른 사람들이 머릿니가 소복하기에, 아이들이 학교, 유치원만 갔다오면 바로 옮아왔다.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참빗을 사다가 여전히 온가족 머릿니를 잡고 있다. 이잡는 것도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서 매일밤 드라마를 보면서 서로 이를 잡아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프랑스에서는 애를 키우는데 한국만큼 대단한 부모의 수고와 희생이 필요없다. 한국 부모의 10분의 1의 수고도 안할 것이다. 그러니 다들 감히 애를 낳고 키운다. 이왕 생긴 아이라면 그냥 낳고 키운다. 


대충 씻기고, 대충 먹이고, 기본 공교육만 보내고, 대학도 안갈거고, 행여나 대학 간다해도 학비가 거의 무료이니 걱정이 없고, 돈드는 사교육은 시킬 일이 없고, 애가 있어서 조금 수고스럽고 성가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애가 내 곁에 있으니 덜 외롭기도 하고, 때로는 웃을 일도 생기고, 애가 생겼다고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질 일은 없기 때문에 이왕 생긴 아이, 그냥 키우는 것이다.   


우리 애들도 한국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정도로 프랑스에서는 거의 거지꼬라지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마음껏 놀고 있다. 머릿니는 소복하고, 이빨은 다 썩었으며, 공부는 학교에 가서 조금 하는 게 다이고, 수요일도 방학, 틈만 나면 방학인 나라에서 놀이터 가서 놀고, 친구집 가서 놀고, 노는 것 밖에 안하고 산다. 경쟁도 없고, 스트레스도 없고, 뭘 잘해내야 한다는 생각도 없고,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는게 다다. 이 점이 프랑스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람인 나에게는 한계로 비춰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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