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곳 하나 알아두면 든든하다

- 신안 증도 짱뚱어해수욕장

by 산들

다리 하면 당신은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는 어릴 적 보았던 <콰이강의 다리>나 파리의 <퐁네프의 다리>, 체코의 <카알대교> 등이 먼저 떠오른다. 전 세계에 동물 이름을 붙인 다리가 몇 개나 있을까? 지명을 붙인 경우는 많지만 동물을 붙인 다리는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신안의 짱뚱어다리는 어류에 이름을 붙인 다리이다. 짱뚱어는 남도에서 많이 나오는 생선이다. 우리나라 남부지방 갯벌에 많이 서식하며 조선시대 말 정약전은 『자산어보』에는 눈이 튀어나온 모양을 두고 철목어(凸目魚)라고 기록하고 있다. 짱뚱어는 이름도 특이하지만 생김새 또한 재미있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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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어는 갯벌에 서식하기 때문에 개발 등으로 갯벌이 사라지면 짱뚱어도 함께 사라져 버린다. 실제로 1982년 영산호 방조제와 1993년 영암호 방조제 착공으로 갯벌이 사라지자 짱뚱어 또한 사라진 사례가 있다. 신안과 가까운 순천만에서는 짱뚱어가 대표음식으로 꼬막과 함께 짱뚱어 요리를 꼽을 정도로 대접받는다. 하지만 신안에서 짱뚱어는 그 이상의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다리 초입에는 거대한 짱뚱어 조각상이 있을 정도이다.


다리 옆에 있는 조각만 보아서는 짱뚱어가 상당히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어류처럼 보일 수 있으나 직접 보면 짱뚱어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 언뜻 보기에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하거나 고급 어류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대신 생김생김이 상당히 소박하고 서민적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만약 모양이 궁금하다면 증도에 있는 태평염전 염생식물원 근처에 가면 눈앞에서 꿈틀거리는 짱뚱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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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어 옆에는 커다란 자전거 조형물이 있다. 자전거 여행을 장려하는 신안 입장에서 본다면 딱 어울리는 조형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짱뚱어다리를 찾는 이라면 아쉬운 점도 있다. 차를 주차하기에 적당하지 않기 때문에 갓길에 대는 수밖에 없다. 이곳을 방문하는 이라면 대중교통도 가능할 것이다. 만약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라면 버스 시간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짱뚱어다리에서 짱뚱어해수욕장까지 바다 위로 다리가 이어져 있다. 신안에 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신안은 바다 위에 다리를 놓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 지난번에 퍼플 섬이 그랬고 무한의 다리 역시 바다 위에 다리를 놓았다. 육지에서 다리를 놓는 것도 예산이 만만치 않다던데 바다 위에 이렇게 다리를 놓을 정도면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들었을까 의문이 생긴다. 잠시 걸었다 싶었는데 어느새 다리 끝이다. 한참을 걸어도 끝이 안 보이는 퍼플 섬과는 비교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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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어다리의 진정한 매력은 해질 무렵에 빛을 발한다. 짱뚱어다리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근사하기 때문이다. 일몰 맛집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다리 위에서 찍는 사진은 인생 샷이라 할 만큼 멋지다. 게다가 갯벌에 드리운 바다의 흔적까지 더해지면 사진은 하나의 작품사진으로 변한다. 짱뚱어다리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보면 어김없이 일몰을 다루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무조건 자신이 보았던 사진처럼 나온다는 생각은 잠시 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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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어다리만 보고 다녀왔다면 당신은 짱뚱어다리의 매력을 반만 본 셈이다. 진정한 매력을 느끼기 위해서는 짱뚱어다리를 지나 있는 짱뚱어해수욕장을 다녀와야 한다. 우연히 주차장 옆에 해송 숲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그냥 평범한 산책길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소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길을 걷는 것이야말로 힐링 그 자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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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따라 걷는 숲길은 갯벌박물관까지 이어진다. 나는 갯벌생태전시관에 관심이 많았으나 지금은 유감스럽게도 내부 보수 공사 중이었다. 슬로시티를 지향하는 증도의 또 다른 매력을 맛볼 수 있는 기회였으나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짱뚱어해수욕장에서 갯벌 전체 거리는 대략 3km 정도 걸리는 여정이니 자신이 없다면 무리하지는 말자. 길은 평지나 다름없다. 다만 가는 도중 산길과 달리 모래를 많이 만날 수 있다.


가는 도중 외국인 부부를 만났다. 남편은 해변가에 등을 기대고 쉬고 아내는 해먹에 누워 책을 읽고 있었다. 한 번쯤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었으나 그들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들에게 이 해변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식처와 같을 것이다. 눈 밝은 그들은 한국인도 많이 모르는 이곳을 가끔 찾아 낯선 한국에서의 외로움을 달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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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걸으면서 이채로웠던 건 집을 짓고 있는 박새 부부를 만난 일이었다. 집을 빠져나온 박새는 건설자재가 쌓여 있는 해변을 부지런히 들락거리면서 집을 짓는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한 마리라고 생각했는데 잠시 후 다른 한 마리가 더 들락거렸다. 지금이 포란 시기이니 어쩌면 새끼를 기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한참 동안이나 정신이 팔려 박새 부부의 건축과정을 지켜보았다.


해변 따라 솔숲 길을 가다 보면 아주 놀라운 걸 만날 수 있을 게다. 바로 누워서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는 자리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찾은 이라면 파도소리를 들으며 누워서 하늘을 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누가 이런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상이라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전체 숲길을 걷는 도중에 이처럼 별자리를 관측하는 공간은 두 군데쯤 나온다. 인근에 빛이 없기 때문에 호젓하게 밤하늘을 즐기기에 딱인 그런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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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을 하는 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해수욕장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이라면 다시 돌아와야 한다. 같은 길을 다시 걷는 일은 그다지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내 경험으로는 갈 때는 솔숲 길로 간 후, 돌아올 때는 해변을 걸어서 오는 게 좋겠다. 이렇게 하면 숲과 바다를 다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또 해수욕장을 따라 맨발로 걷는 경험이야말로 평소에 돈 주고도 사기 힘든 어려운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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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아니라면 어찌 맨발로 그렇게 과감하게 걸을 수 있겠는가. 대략 3km나 되는 해변을 걷는 경험을 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짱뚱어해수욕장에서 우전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해변의 모래는 거칠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맨발로 전혀 무리가 없다. 넓이 또한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압도적이다. 최근에 내가 가본 해수욕장 중 한국에서 가장 넓은 해수욕장이 아닐까 싶다.


짱뚱어 해수욕장의 또 다른 매력은 차박을 하거나 캠핑카를 가지고 다니는 이들이 생활하기 편리하다는 점이다. 넓은 주차장과 화장실 등 여러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명소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짱뚱어다리에서 만나는 일몰과 짱뚱어해수욕장의 솔숲 걷기, 그리고 해변 즐기기는 사람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나름대로 자신만의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이에게 한 번쯤은 꼭 권하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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