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라벤더가 피는 계절이다. 남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라벤더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다. 뜨거운 태양이 눈부신 이곳에서 많은 예술가들은 영감을 받았다. 멀리서 보라색만 보여도 심장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다른 꽃들도 그렇지만 라벤더가 피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마음은 저절로 바빠진다.
라벤더가 필 무렵이면 남프랑스 발랑솔 지방도,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삿포로도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진다. 보랏빛 라벤더가 피기 시작하면 농부들은 추수를 위해 손길이 바빠진다. 그래서인지 남프랑스에는 벼룩시장에만 가도 라벤더를 이용해서 만든 비누며 오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라벤더는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향으로도 쓰임새가 다양하다. 흔히 라벤더는 불면증,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에 기인한 불면증에 큰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아로마나 향기 요법 등에서 빼놓지 않고 쓰이는 게 라벤더이다. 또한, 라벤더 오일은 화상의 통증을 덜어 주고 감염을 예방하며 빠른 치유를 돕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근육의 통증 완화나 감기와 기관지염, 인후염 등에도 효과를 본다고 한다. 실로 라벤더야말로 인류에게 참으로 유익한 식물이 아닐 수 없다.
6월에 찾은 신안군 반월도는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퍼플섬을 대표하는 색인 보라색 라벤더가 섬 이곳저곳에 피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기는 예전에도 퍼플섬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버스정류장을 비롯해서 보락색이 지천으로 보이기는 했다. 보라가 퍼플섬을 상징하는 색이니만큼 군에서 마을 입구부터 전략적으로 배치를 한 때문이다. 일상에서 보라색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색이니만큼 눈에 확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라벤더를 심어서 만든 것이니만큼 다를 수밖에 없다.
퍼플섬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퍼플교가 나오는 데, 바다와 어우러져 산뜻한 느낌을 준다. 반월도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포토죤인 ‘I PURPLE YOU’는 ‘I LOVE YOU’의 신조어다. 이 말은 우리나라 K팝 대표적 가수 방탄소년단(BTS)의 뷔가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현재 방탄소년단(BTS)에서 활동하는 뷔는 ‘I PURPLE YOU’(보라해)를 상대방을 끝까지 믿고 함께 사랑하자는 의미로 사용했다고 한다. 일곱 빛깔 무지개의 마지막 색이 보라색인 만큼 그 말이 담고 있는 의미 또한 작지 않다.
우리는 이름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에 익숙하고, 그것은 그날 이후로 상징으로서 자리 잡는다. 한때 이용의 <잊혀진 계절> 노래가 나온 이후 우리는 시월의 마지막 날이 오면 그냥 보내면 안 되는 걸로 인식하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날이면 일부러라도 술자리를 마련하거나 없는 모임을 애써 갖기도 했다. 우리에게 생일이나 기념일 또한 마찬가지의 의미를 지닌다.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새로운 역사가 이루어진다. 누군가 처음 그걸 시작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을 타면 그건 대유행으로 이어진다.
퍼플섬은 반월도와 박지도를 한데 일컫는 말이다. 가까운 거리에 있던 이 섬은 지금은 다리로 이어져 있다. 라벤더 개화시기를 맞아서인지 지금 섬 전체는 보라색 일색이다. 이처럼 색으로 유명한 동네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부라노이다. 부라노는 베네치아 인근에 있는 섬이다. 이 섬이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화려한 원색으로 칠한 건물 때문이다. 어부들은 돌아올 때 자신의 집을 쉽게 찾기 위해서 강렬한 원색을 칠했는데 이게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도 이곳에서 광고를 찍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색은 단순히 색 그 자체로 머무는 경우는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빨갱이’이다. 북한 국기의 배경색도 빨간색이다. 일찍이 한국전쟁의 아픔을 겪은 바 있는 우리는 빨간색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한때는 ‘빨갱이’라는 단어는 상대방을 혐오하고 증오하는 시선을 담고 있는 단어였다. 지금이야 상황이 다르지만 한동안 빨간색은 외면당해야 했다. 그래서 이 단어가 등장하면 다른 단어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가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열리면서 빨간색은 붉은 악마라는 이름으로 전 국민에게 사랑을 받았다.
패션에서도 보라색은 아무나 소화하기 힘든 색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6월 라벤더가 피는 시기에 신안을 찾은 이라면 그 모습을 쉽게 잊기 어려울 것이다. 라벤더는 시기를 맞추지 못하면 제대로 볼 수 없는 꽃이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그 황홀한 만남을 기약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