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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y 01. 2024

북극곰의 ‘얼음 침대(Ice bed)’가 주는 교훈

어린 북극곰 한 마리가 빙산에 기대어 자고 있다. CG를 떠올리게 하는 이 사진은 영국의 아마추어 사진작가 니마 사리카니가 3일을 기다린 끝에 찍었다는 작품이다. 사람들은 이 작품에 “숨이 멎을 것 같은 작품”, “기후 온난화와 서식지 손실이 미치는 피해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라는 찬사를 보냈다. 이 사진은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이 주최하는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대회에서 특별상 ‘피플스 초이스’ 수상작이기도 하다.      


사진 속 북극곰은 편안해 보인다. 누구도 깨뜨리기 힘들 것 같은 세상의 평화와 온화함이 거기 있다. 눈부신 하얀 얼음과 대비되는 북극곰, 눈을 감고 편히 기대고 있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미소를 짓게 한다. 하지만 이 평화는 한시적이며 찰나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안도할 수 없게 만든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이의 피해 사례를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동물이 바로 북극곰이다. 떠내려가는 얼음 위에 홀로 남겨진 북극곰은 환경 광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1순위 대상이다. 그만큼 북극곰이 지구온난화의 피해자로서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곰의 설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떠돌거나 얼음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북극곰은 보는 것만으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이웃한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곰 때문에 작년 한 해에 3명이 죽고 17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곰을 함부로 잡는 것을 금지한 이후 개체수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홋카이도 대설산에 갔을 때, 숲이나 도로에는 곰의 출현을 경고하는 문구와 그림이 곳곳에 있었다. 사실 그때는 그렇게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한국에서 숲에서 곰을 만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살았기 때문에 설마 하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배낭에 매달린 종소리가 곰의 접근을 막는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으나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렸다. 그저 심리적인 안정을 위한 애교 섞인 장난감 정도로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말자는 최소한의 예의였는 데 말이다.      


하지만 다녀오고 난 후, 굶주린 곰이 민가로 내려와 사람들을 해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몸이 오싹하기까지 했다. 이런 일은 홋카이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러시아에서 백두산 호랑이가 출몰하여 사람들을 해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동물과 공존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런 고민이라도 하는 게 어디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절멸된다면 그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후손들은 북극곰을 사진으로밖에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처럼 갈수록 먹이를 구하기 힘들고 살아갈 서식지가 파괴된다면 어떤 생명체라도 버티기 힘들다. 앞으로 지구상의 생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전 어느 세대보다 더 혹독한 경쟁을 치르고 치열함을 갖추어야 할지 모른다.      


가끔 지금 우리가 잘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언론에서 떠드는 지구온난화의 위기,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보다 이 사진 한 장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 이 사진 한 장은 우리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언이자 더 늦지 말라는 경고일 수도 있다. 부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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