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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눈꽃 Feb 19. 2022

[32-220212] 심리학 독서모임 후기

나라는 존재도 이렇게 속을 모르겠는데.

서른 두 번째의 온라인 독서모임의 공통 장르는 ‘심리학'이었다.

주제를 정할 당시에 멤버 중에 오은영 선생님의 <금쪽상담소>와 같은 심리상담 관련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사람이 있어서 함께 심리학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주제를 '심리학'으로 정했다. 심리학 책도 정말 다양한 게 많기 때문에 다들 무슨 책을 읽고 올지 기대가 되었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한성희

4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인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글의 형식이라고 한다. 굳이 정신과 의사가 아니더라도 엄마가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고 해서 심리학이라는 것이 멀게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접근하기 쉽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들 몇 가지를 들려주었다. 결혼하기 전에 스스로 물어봐야하는 것이 그 사람과 대화가 되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병적 꾸물거림'이라는 용어가 심리학에서 쓰이는 용어가 있는데 그 증상(?)이 자신과 비슷해서 놀랐다고 했다. 내일 시험이 코앞이라도 책상 정리를 하는 사람, 나도 완전 공감하는 나의 모습이었다. 사실 이러는 사람 한 둘 아닐 것 같은데, 이게 용어가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그 용어가 너무 직설적이어서 뭔가 더 쑥스러웠다. 병적으로 꾸물거린다니, 거 말이 좀 심한 거 아니오?


뭐, 난 극한까지 미루는 편은 아니지만... 나도 어느 정도는 무슨 일을 미리미리 하기보다는 마감일이 닥쳐야 바쁘게 하는 스타일이긴 하니까 조금 찔리는 건 사실이다. 실행 전 머릿속으로 미리 생각을 하긴 하지만, 이 과정이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기 때문에 스스로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초조해지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 아무것도 안하는 거 아니야. 다 머릿속으로 구상중이라고!'하는 생각을 해서 불안해하지 않는 편이다. 억지로 행동을 바꾸려고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내가 생각을 전환하는 게 확실히 효과가 더 좋았다. 불안해하거나 죄책감을 갖는 시간을 생각하는 데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계획은 촘촘히 해서 마감일에 늦지 않게 관리하려고 애쓴다.


그외에도 '하고 싶은 일은 주저하지 말고 해라.', '혼자 있는 시간을 되도록 많이 가지고 그 시간을 잘 보내도록 해야한다.', '내면아이가 말하는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등의 이야기들도 기억에 남았다고 이야기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을 제대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고, 어떤 감정이든지 드러내지 않으려고 억압하게 되면 그 감정이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억누르게 된다고도 말했다. 나는 이 부분이 좀 와닿는 편이었다. 감정표현을 크게 안 한다고 생각해서 더 그런 것 같다.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것을 너무 억누르는 것도 좋지 않지만, 처음부터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스스로라도 그걸 알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뻔하지만 살면서 자주 잊고 살게 되는 말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책 같았다.



 

<신경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

내가 읽은 책과 다르게 두 사람은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들이 있어서 서로 다른 책을 이야기하면서도 같은 '소재'가 나오기도 했다. 각자 서로의 책에 어떻게 쓰여 있었는지 비교하면서 듣는 재미가 있었다.


여기에서도 '미루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프로미술가가 되는 게 꿈인 사람을 예시로 들었는데, 생업을 포기 않고 계속 하면서 결국은 프로로 데뷔하지 않고 무명 예술가로 남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인기 없는 프로 미술가가 아니라, 데뷔하지 않는 무명의 예술가가 되는 게 편하다는 것. 그 바닥에 직접 뛰어들어서 결과를 보지 않고, 데뷔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쓰는 분야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글을 쓰면서도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고 혼자 쓰고, 데뷔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작가지망생으로만 남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내용과 일맥상통한다고 느꼈다.


책 읽을 때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재미있다고 느끼는데, 이 책이 그런 발상을 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다. 행복하려고 하지말고 덜 불행할 방법을 찾으라고 하고, 고통을 피하지 못하니까 덜 고통 받으라고 말한다고 했다. 난 항상 틀렸다고 생각하라고도 했다.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다 틀린 걸 텐데, 그러진 않을 테니까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라고. 그러니 어떻게 덜 틀릴지를 생각하고 한단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결국은 비슷한 말을 하고 있긴 하지만, 처음에 발상을 이렇게 두니까 확실히 이야기를 듣는 나도 빨려들어가는 듯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본인의 삶의 목적, 기준을 목표로 정하지 말고 '가치'로 정하라는 메시지도 인상 깊었다. 피카소의 일화와 함께 이야기를 들었는데. 카페에서 냅킨에 그린 그림을 누군가 사겠다고 하니, 비싼 값을 불렀다고. 그러면서 그림을 그린 시간을 얼마 안 걸렸지만, 그 그림을 그리기까지 6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피카소가 그림을 그려서 돈을 벌겠다는 게 목표가 아니었고, 꾸밈 없는 표현을 하고 살겠다는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내 삶의 가치,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를 느꼈다.


감정을 직면하라는 말도 좋았다. '감정'이라는 것에 반응하게 되는 것은 내가 감정 표현을 잘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감정을 인지했을 때 그 이유를 계속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도 그 이유를 자주 묻는 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내면아이도 위에 책에 연결되는 느낌이었는데, 사람들의 기억은 왜곡이 되기 쉽기 때문에 그것을 핑계로 쓰지 말라는 말도 했다. 딸을 성폭행했다고 말했지만, 알고 보니 기억이 왜곡되었다는 한 사례도 함께 이야기 해주었다. 덧붙여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어린시절을 기억할 때, 불행했던 것만 떠올리게 된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당연히 현재의 문제의 이유를 과거에서 찾기 때문에 좋은 일을 떠올리기 보다는 안 좋은 일만 떠올리려 할 테니까, 그렇다면 기억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런 걸 핑계대지 말라는 말.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 모두 같은 결과를 가져 오지 않는다는 말도 기억에 남았다. 불행한 어린시절을 겪었다고 모든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처럼. 




<에니어그램의 지혜>, 돈 리처드 리소, 러스 허드슨

내가 읽은 책은 <에니어그램의 지혜>라는 책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 단순했다. 난 웹소설을 쓰고 있고, 최근에는 드라마 교육원 수업을 듣고 있다. 선생님이 캐릭터 설정을 위해서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는 것도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에니어그램 관련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그 전에도 웹소설 캐릭터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에니어그램의 유형이 활용이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고, 그때는 책 대신 유튜브 영상 같은 것을 통해 대충 알고 있었다. 머리형, 가슴형, 장형 이렇게 3가지 정도로 구분해서 활용해보려고 했고, 이게 좀 부족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 이번에 에니어그램으로 9가지 유형을 좀 활용하고 싶었다. 요즘 유행하는  MBTI 유형도 있지만, 에니어그램은 고대부터 내려오던 이론과 현대 심리학이 접목된 분야라고 해서 더 기대가 되었다.


읽자마자 곧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는데, 나에게 이 책은 무척 어려웠다. 혼자 읽으면서 공부를 하긴 했지만, 단기간에 읽고 끝낼 수 있는 깊이가 아니었다. 이해를 위해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이해시키려고 애썼다. 하지만 여전히 여러 유형의 얕은 특성만 알 수 있을 정도에 그쳤다. 에니어그램은 총 1~9까지의 번호로 성격유형을 나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2번에 가까운 1번, 9번에 가까운 1번 이런식으로 다양하게 파생되어서 정말 자세히 알게되면 너무 많은 유형이 나오기에 끝이 없었다.


책 안에서는 내 성향을 점수를 매길 수 있도록 하는 칸도 있어서 해봤는데, 예상과는 다른 유형이 나와서 아주 흥미로웠다.

내가 점수가 높게 나온 유형은 몇 번이었을까?

나는 7번, 9번 3,4번 이렇게 순서대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 중에서 7번과 9번에 대한 내용을 읽었을 때 확실히 내 성격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3, 4번은 완전히 아니었고. 7번은 너무 재미와 흥미로운 일만 쫓는 것이 나와 닮았고, 9번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내 모습과 닮았다. 위에서 말한 머리형, 가슴형, 장형 이 3가지 중에서는 난 예상했을 땐느 가슴형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예상했지만, 머리형, 장형이 나와서 의외였다. 두 가지 성향 모두 어느 정도는 '오, 맞는 것 같아' 이러면서 읽었기 때문에 내가 어떤 유형이라고 확실하게 하나를 선택할 순 없었다. 여러 성격의 유형을 알고 싶다고 선택한 책이 오히려 나 자신도 정의하기 힘들어지게 만든 것 같아 혼란스러웠다. 시간을 좀 더 내서 나 자신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학 책은 대부분 심적으로 흔들릴 때 위로가 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내 기분과 내 마음이 왜 이러는지 모를 때, 도움이 될만한 책들이 많다. 심리학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려하는 행동, 다른 사람을 이해해보려고 애쓰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든 사람, 나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거나 내 행동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겠는 상황이 올 때도 심리학 책을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변한다. 다른 사람들과 만나건 만나지 않건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계속 속내를 들여다보고 관심을 가져주어야 그 변화를 눈치챌 수 있다. 내가 지금 내 마음을 궁금해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스스로를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져주면서 스스로를 토닥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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