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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당 노동자 Jan 03. 2020

장훈 세월호가족협의회위원장, "기억해달라는 이유"②

② 검찰·정치·사법·언론 모두 개혁 대상…국민 모두 분노해야

장훈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세월호 참사 2차 국민 고소·고발 및 고소인 조사 관련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2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사단법인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지난 달, 전 감사원장과 전 기무사 참모장들, 해경, 정치인 등 총 47명에 대해 2차 고소·고발을 진행했다는 소식에 이어 세월호 유가족의 갑작스러운 비보가 알려지며 모두를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다짐을 하며,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장훈 위원장님과 함께한 그 두 번째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대검찰청 산하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의 출범    


특별수사단을 생각한 건 한 3년 됐다. 1기 특조위가 강제해산 당하고 2기 특조위를 준비하던 기간에, 조사기구의 한계를 여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조사만 가지고는 기소까지 갈 수 없다.      


또한 우리가 ‘이 사람은 죄가 있다’는 확정을 짓고, 처벌을 들어가려면 누군가는 수사하고 기소를 할 수 있어야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것을 할 수 있는 곳은 검찰밖에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 두 가지를 다 가진 건 검찰이기 때문에.      


특검을 하게 되면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특검도 결국 ‘검찰’이다. 특별검사지 않나.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했을 때 생각해 낸 게 대통령직속특수단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약간의 반 헌법적인 요소가 있더라. 선례를 만들어서 대통령직속으로 만들어버리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질 수 있게 되어 버리기 때문에. 순기능만 작용하면 좋겠지만, 악용이 되면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까.      


그래서 금년 5주기 때 대통령직속으로 특수단을 만들어달라는 청원을 넣었지만 청와대에서 대통령직속은 불가능하다 했던 것이다. 실질적으로 검찰이라는 조직은 법무부장관의 밑에 있기 때문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아래에 있는 조직이다. 그렇다면, 검찰은 대통령직속이나 마찬가지라는 판단 하에 차선책으로 검찰특수단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했었다. 그런데 이것이 검찰총장이 바뀌는 와중과, 법무부 장관이 바꾸는 와중에 조금 수면 밑으로 내려갔었다. 그런데 3년 전부터 준비했었던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임명이 되면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여러 국회의원들에게 ‘세월호 참사 재수사 의지가 있는가’에 대한 질의를 받은 것이다. 여기에 “지금 사회적참사특조위(이하 사참위)가 있으니 거기서 수사 의뢰나 고발이 들어오면. 법대로 하겠다” 이렇게 대답 했다.사회적참사특별법에 따르면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에서 고발을 하게 되면, 검찰총장이 검사를 지정해서 6개월 안에 기소까지 하도록 명문화 돼있다. 이것은 1기 특조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때는 실효가 안 됐었다. 고발을 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검찰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     


대검찰청 산하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 임관혁 단장은 목포에 내려가서 급하게 마련된 자리에서 한 번 뵈었다. 특수단이 만들어지고 나서 며칠 만에 마련된 첫 미팅이었는데, 이 자리에서 우리 유가족들이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인 부분이 있었다. 단장님이 먼저 제안해서 미팅을 목포에 있는 세월호 선체에서 진행하자고 했던 것이다. 지난 2014년부터 숱한 세월호 참사에 관련된 재판이 있었지만, 담당 검사 중에 한 명도 세월호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기에 그러했다.    

 

물론 선체가 물속에 있었으니 못 갈 수도 있었고, 인양 되어서도 조사 중이니까 안 갈수도 있었지만 목포에 있는 세월호 선체라는 존재 자체는 우리 가족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마지막에 머무른 자리’이기도 하고, ‘꼭 보존해야할 사건의 핵심 증거’라는 두 가지 의미가 같이 병합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들은 내 아이가 어디서 나왔는지 다 안다. 세월호는 정말 눈 감고도 그릴 수 있다. 가서 이야기 하는 그날 처음으로, 한 번도 안 가져갔던 우리 아들 명찰을 가지고 갔다. 애비 마음은 또 그렇더라, 아이가 무서워할 것 같아서 못 가지고 갔었다. “검찰이 왔으니 무서워 하지마”라고 아이에게 말하면서 가지고 갔다. 그리고 검찰 앞에서 얘기했다.      


도대체 이 배가 왜 갑자기 급 전타해서 쓰러졌고, 왜 침몰됐고, 왜 사람들을 구하지 않았고, 왜 진상규명을 그렇게 죽도록 방해했는지 충분한 답이 필요하다고. 250명의 우리 아이들을 포함한 304명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답을 검찰 혼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검찰은 사람 위주의 수사 그리고 기소가 이루어지는 곳이니까. 출범식에서도 얘기했듯이 임관혁 단장께서는, ‘백서 쓰는 심정으로 수사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들이 원하는 건 사참위와 특수단이 공조를 좀 해서 조사하는 기구와 수사하는 기구가 병행적으로 조사 내용과 수사 내용이 한꺼번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조사를 하다가 위법사항이 보이면 수사로 넘기고, 수사하다가 수사 자료들 중, 기소에 필요한 자료는 아니지만 중요한 나머지 자료들이 나오면 넘겨주는 식으로 서로 도움을 주며 진행이 됐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들을 전달했는데 이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이셨다. 세월호에서 만나자고 했던 상징적인 면을 포함해서 이런 점들을 유가족들은 남다르게 느꼈다.     


솔직히 검찰을 100%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더 많지 않은가. 사실 우리도 검찰을 100% 믿지 못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쓸 수 있는 수단이 더 이상 없다. 마지막 수단이다. 검찰이 해야만 한다. 어떻게 할 것인지 우리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겠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왜 그렇게 수사하냐’고 검찰청 앞에서 집회를 할 수도 있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세월호참사 책임자들을 직접 고소·고발한 이유         


사참위에서는 무혐의가 나와 버릴까봐 고발을 하지 않고 수사의뢰를 넣었다. 검찰을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검찰의 의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런데 우리 유가족들 입장에서 보면 사참위는 너무 더디고, 검찰은 또 안 받아줄 것 같은 거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고소하자’, ‘책임자들 명단을 발표하고, 지정하고, 확정 하고, 고소 고발을 직접 넣어버리자. 그럼 검찰이 안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었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가 5년이 넘게 걸렸다. 맨 처음에는 정부를 믿었다. 그런데 부실수사를 하고 말도 안 되는 123정장하나에게만 책임을 물었을 뿐, 나머지에게는 책임을 묻지도 않았다. 특조위가 수사는 못하지만, 조사를 하다가 강제 해산 당했다. 그 다음에는 또 배를 인양했고, 인양한 배를 조사하기 위해서 또 선체 조사위원회를 만들었고, 선체 조사위원회 자료들이 또 이번엔 사참위로 넘어갔다. 조사만 계속 되는 것이다. 조사가 4~5년이 넘도록 계속 되고 있는데, 정작 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들의 명단 등에 대해서는 하나도 발표를 못하고 있다. 책임이 분산되고 회피되고 있는 것이다.     


공동책임을 진다는 것은 결국 명확하게 책임자가 책임을 진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 같이 책임을 안 지겠다, 책임을 희석시키겠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우리 유가족들이 2019년에 가장 중점적으로 했던 것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맨 처음에 18명의 책임자 명단을 발표했다. 이어 발표를 하다 보니 133명의 기관과 명단이 취합됐다. 1차적으로 우선, 2019년이 가기 전에 고소·고발을 하기로 했다.    

  

여태까지 모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재판이라든지 검찰 조사를 가면, 우리는 참고인 자격으로만 갔다. 그래서 법적 한계를 두고 시작했다. 우리가 검찰한테 가서 피해자 조사를 받고 해도, 피해 당사자임에도 우리의 증언들은 참고인 자격의 증언으로 밖에 인정이 안 되었기 때문에. 그래서 여실히 느낀 것이다. ‘아 이것 가지고는 도저히 재판에 제대로 활용이 안 되겠다’고. 우리는 책임자 처벌을 원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직접 고소하고 고소인으로서 조사를 받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세월호 참사 사건 중에 특조위를 방해한 세력들에 대한 재판이 있었는데, 재판장에서 판사가 피해자를 특정하질 못했다. 직권남용을 한 것인데, 그럼 1기 특조위 분들이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1기 특조위가 사라졌기 때문에 특정할 피해자가 사라진 것이다. 죄 지은 사람들만 있는 것이다. 죄 지은 사람들이 피해자에게 보상이든 배상이든 책임을 져야 하는데 특정할 피해자가 없어져 버렸으니, 판사는 ‘국민 전체’를 피해자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어마어마한 피해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피해총량의 법칙이란 게 있나 보다. 이 커다란 피해를 많은 수의 국민이 전부 나누니, 매우 작은 피해가 되는 것으로 축소를 시키는 게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가족들만 고소를 하지 않기로 했다. 유가족들만이 피해자가 아니라고 여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사고 난 세월호에 있는 승객들을 구하지 않아서 생긴 참사다. 그런데 승객들을 구하지 않는 장면을 우리나라 5천만 국민들이 강제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잘 생각해 보면, 여태까지 대부분의 참사들은 그 참사가 끝난 다음에 카메라가 왔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는 다르다. 참사가 이뤄지는 장면을 처음부터 다 보여줬다. 이로 인해 우리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국민들까지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리하여, 국민들도 진상규명을 해나가는 과정에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 했다. 그래서 고발인단을 구성하여 가족들은 고소를 하고, 국민들은 고발을 하기로 했다. 유가족들로 고소인단을 모집했고, 국민 고발인단을 모집했다. 가족 고소인단은 377명, 국민 고발인단은 5만 4천 4백 16명이 되었다. 인위적으로 의도치 않았지만, 뒷자리 숫자가 416이 되었다.                




정치개혁·검찰개혁·사법개혁이필요한 때   


피해자가 가지는 권리가 있다. 가장 근본적인 권리는 ‘진실을 알 권리’다. 두 번째는 ‘피해를 입힌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권리’다. 이걸 보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들께서 잘 아셔야 될 게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권리’라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자신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 이 피해에 대해서 자각을 못하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정치권력, 검찰 권력, 언론 권력, 사법 권력의 폐해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      


여태까지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던 이유는, 이런 적폐 세력에 대한 항거였다. 그런데 이러한 세력들이 하나도 죽지 않고 있다. 정권이 박근혜 정권에서 문재인 정권으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고 느낀다. 그 밑에 있는 국회권력, 검찰권력, 사법권력, 언론권력은 그대로 바뀌지 않고 있으니까. 세월호 참사는 단순히 정권 때문에만 생긴 것이 아니다.      


국회권력은 바뀌지 않았다. 칼자루만 왔다 갔다 하고 있을 뿐이다. 거기에 편승한 사법권력은 더 어마어마하다. 난공불락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완전히 훼손하는 엄청난 짓을 했는데도 판결이 나오는 것을 보면, 어디 가서 사기를 조금 친 정도밖에 안 나온다. 반 헌법적인 어마어마한 일을 저지른 것인데.     

 

검찰권력은 또 어떠한가. 세월호 참사 조사를 우병우, 황교안이 방해했고. 2015년에는 조사를 막아버렸다. 이런 생각을 한다. 오히려 검찰이 새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하는. 오히려 본인들이 전에 저질렀던 잘못을 드러내고 그것을 해결함으로써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언론도 개혁 대상   


또 다른 개혁 대상은 언론이다. 고소 고발 명단에 MBC, KBS, MBN까지 해서 사장단, 보도국장을 다 넣었다. 그날 저녁에 바로 YTN에서 사과방송을 하더라. 그러면 2014넌 4월 16일에 오보를 낸 걸, 6년이 지나서야 사과방송을 한 거다. 그것도 고발을 하니까 그때서야.      


세월호 유가족은 어디가서 웃지도 못한다. ‘유가족이 왜 웃어?’라고 비난하니까. 노란 리본 배지를 차고 다니면 ‘그만 좀 해라’ 비난한다. 하물며 마블 영화에 이르기까지 해외 영화에서는 그 오랜 시간동안 숱하게 홀로코스트에 대해 다루지 않나. 그런데 세월호에 대해서는 언제까지 얘기할 거냐고 비난을 퍼붓고, 피해자를 오히려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프레임을 항상 씌운다. 욕심을 낸 사람들인 것처럼.      


또 세월호 광장에 있는 기억관 옆에서 시끄럽게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와서 “너희 세월호 때문에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며 욕설을 한다. 아니, 그런데 헌법재판소 전문을 보면 세월호 얘기가 없는데. 나중에 소수 의견으로 달렸지. 우리는 오히려 그때 당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헌재 판결문에 넣어주지 않은 것 때문에 슬프고 분해서 울었는데. 그러면 다른 이유 때문에 파면 된 건데 우리 때문이라고 가해자 취급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 시키고, 비난을 유도하는 것을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언론의 보도다. 언론에서 취재를 나오면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 신문사 기자는 ‘이거 가족들이 복수하는 겁니까?’라는 질문을 하더라. 우리는 복수의 마음으로 지금 이걸 하는 게 아닌데.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왜 희생자들을 구하지 않았는지, 배가 왜 빨리 침몰했는지 등 진실을 알고 이와 같은 참사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복수였으면 내가 차라리 개인적으로 한다.      


이러한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검찰은 검찰대로, 유가족들은 유가족들대로, 사참위는 사참위대로 움직여야 하겠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법과 제도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기억공간의 광경

모든 우연들이 쌓여 대형 참사가 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우연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우연을 가장한 방치였다. 참 불행한 일이지만, 이러한 방치는 사람 목숨 값이 너무 싸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배를 타고 가다가 한 명이 물에 빠졌는데 잘못 되었을 때, 선사가 몇 십억 원을 물어줘야 한다면 안전장치를 안 할까? 산업재해 문제가 심각한데, 어떤 산업 현장에서 한 사람이 잘못 됐을 때, 산업현장의 업체가 현재 보상금의 100배 이상을 줘야한다면 지금처럼 위험한 일 안전장비도 제대로 없이 시킬까?      


이와 같은 인식들을 개선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언론이 해야 한다. 그렇기에 요청을 좀 드리고 싶다. 제발 제대로 체크하지 않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부하지 않고, 함부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어떠한 위기가 닥쳤을 때 제대로 문제 상황을 드러내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신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에 대한 발전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한 꺼풀 업그레이드를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우리나라의 많은 권력기관들은 이 과정이 불투명 했었다.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기이다.       




국민들에게 요청한다



분노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사안에 대한 분노. 그래야 똑바로 볼 수 있고, 잊지 않을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다. 맨 처음 2014년도에 4월 16일 참사가 터지고 나서 국민들이 맨 처음 했던 이야기가 ‘잊지않겠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였다. 왜 잊지 않겠다고 했겠는가. 슬퍼서? 아니다. 슬픔만 가지고는 잊게 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분노해야한다. 유가족들이 계속 이 싸움을 이어오는 이유는 내 자식을 잃었는데, 보편타당한 이유로 잃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한 진상을 알고 싶은데, 진상을 알면 알수록 분노가 더 생긴다. 그럴수록 의지가 생기고 끝까지 가게 된다. 우리 국민들께서도 분노를 갖고 끝까지 가주셨으면 좋겠다. 폭력적인 의미의 분노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개선을 위한 또 다른 동력을 말 하는 것이다.      


또, 참여해주시길 요청드린다. ‘참여’라는 말은 별 다른 게 아니다. 힘내라는 지지와 연대가 엄청난 힘이 된다. 힘없고 약한 사람들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식만이 도움과 참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얘기를 들어주는 것, 응원의 말 한마디 하는 것, 옆에 있어주는 것도 참여다.     


세월호 리본을 부착한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힘이 된다. 마음만으로도 참여해주시는 것이다. 가족협의회, 416연대 페이스북 등 SNS 상으로 많이 알리고 있는 소식들을 보고 좋아요도 눌러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다. 또 우리가 광화문 광장에서 매주 토요일 촛불문화제도 하고 있고, 연극 등 다양한 방식의 문화 행사도 많이 하고 있다. 우리 어머니들은 또 전국을 돌아다니신다. 합창단도 하시면서. 우연찮게 만나시더라도 따뜻한 한마디라도 건네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문화 행사에 함께 참여하는 우리 대학생 친구들이 재주가 많은 친구들이 많다. 우리 유가족 어머니들은 의외로 경찰들을 좋아한다. 어떤 경찰들을 좋아하냐면 어린 의경, 전경들. 그래서 우리가 투쟁할 때에도 전경 아이들이 앞에 서면 밀고 나가지를 못했다. 우리 아이들 같으니까. 그래서 그 또래들의 대학생들이 와서 참여해 주면, 에너지가 용솟음친다.     



      

정의당에 대한 당부       


일단 정의당에게 감사한 것이 있다. 우리가 집회나 행사 같은 것을 주최하면, 우리도 사람들을 모신다. 그런데 정치색이 너무 진해서 안 올 거라는 분들도 많이 있다. 우린 정치색이 없는데. 그런데 이정미 의원, 윤소하 의원 등 정의당 의원님들께서 자주 와주신다. 오히려 불러만 달라하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정의당의 콘텐츠이다보니, 정의당에 대해 당부를 좀 하고 싶다.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이 원내교섭단체 이상의 의석수를 차지하게 된다면, 제발 이 두 가지는 해줬으면 한다. ‘차별금지법’과 ‘징벌적손해배상’ 제도. 이 두 가지를 해내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불공정함은 고쳐질 수가 없고, 계속 반복될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탕으로 이후에 여러 가지 모티브가 나오겠지만, 우선 차별금지법 하나로 인해서 바뀌는 세상이 엄청나게 클 것이다. 소수자들, 피해자들, 약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실효성 있게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사회일수록 더 건강하고 강하다. 누군가만 얘기하는 게 아니고, 나도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 이걸 가능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법이 바로 차별금지법이라는 것이다.      


또, 앞서 우리나라는 피해총량의 법칙이란 게 있는지, 피해를 전부 나누면 아주 작게 축소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차별금지법에 기반을 둔 징벌적 손해보상과 같은 제도가 있어서 한 사람만 피해를 당하게 되어도 그 피해를 오히려 확대시켜서 책임을 지도록 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그걸 축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을 바탕으로 징벌적손해배상 제도 또한 꼭 도입되어야 한다.


이런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건 내가 당해봤기 때문이다. 피해 강도의 문제가 아니라, 당했다는 사실자체가 문제다. 게다가 피해자임에도 2차 피해를 당해야 한다는 건 정말 죽고 싶은 정도의 고통이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고 있을 독자들에게     


우선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자리를 갖게 되어 너무 영광스럽다.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아까 말씀 드렸듯이 문제가 되는 사안이 발생했을 때, 그 사안이 잘못됐다 생각되면 분노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분노하는 마음을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라 제도권 안에서 어떻게 녹여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인지 계속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걸 보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분노하는 마음이 없으면 잊어버리게 되고, 망각하게 되면 그 문제 사안은 다시 발생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분노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잊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잊지 않아야만 행동할 수 있으며, 행동한 다음에야 바꿀 수 있다. 분노하지 않으면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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