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있는 뮤지션의 파워풀한 밴드콘서트
24년 8월 10일 토요일 오후 2시, 인사동거리 엠스테이지의 밴드뮤지컬 “우연히 봄을 만나다” 는 현장감, 생동감으로 가득차 무대였습니다. 보컬, 베이스, 기타, 드럼, 키보드의 5명으로 구성된 멤버가 파워풀한 보이스와 열정으로 무대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엠스테이지의 카운터에서 티켓팅을 담당한 연출가 김인성 감독은 마케팅, 기획 등을 담당한 멀티플레이어입니다. 공연 시작전 무대 앞에서 인사말을 시작한 김감독은 한 편의 스탠딩코미디처럼 중간중간 관객의 환호와 한숨을 불러내며 30분 이상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우연히 봄을 만나다” 의 봄은 계절이 아니라 등장 인물의 이름입니다. 실력있는 뮤지션의 창작곡으로 무장한 파이팅 넘치는 밴드뮤지컬이었습니다. 잘 알려진 노래를 커버하거나 리메이크곡을 불러줄 만도 한데 오로지 밴드의 자작곡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스탠딩 무대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걸 보면 그동안 공연장과 무대에서 오랜시간을 함께한 김인성 감독의 열정과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극중의 밴드이름은 우리만 아는 밴드 (일명, 우아밴)입니다. 우아밴과 함께 할 키보드(건반) 멤버를 찾는 과정을 그린 밴드뮤지컬로 공연기간은 7월 24일부터 8월 10일까지입니다.
공연의 특징은 형식파괴, 자유분방, 뮤지컬과 콘서트의 콜라보였습니다. 다른 공연들은 커튼콜이나 앵콜때만 촬영이 가능하지만 “우연히 봄을 만나다”는 시작 전부터 촬영, 취식, 음주, 음식배달 등이 모두 허용되는 오픈 마인드 공연입니다.
제가 공연장을 찾은 날은 8월 10일 토요일이었고 공교롭게도 이 날이 “우연히 봄을 만나다”의 마지막 공연이었습니다. 공연 시작전 김인성 감독의 인사말이 길어진 배경이 바로 막공 때문이었습니다.
스토리보다 콘서트에 초점을 맞춘 활기찬 공연이 끝나갈 무렵 저는 화장실에 갔다가 먼저 귀가하려고 가방을 들고 일어났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온 후 계단으로 올라가려다 안에서 들려오는 노래와 함성, 신나는 비트와 음악 때문에 그냥 가지 못했습니다. 공연장 문을 열고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면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하는 주옥같은 멤버 소개를 놓쳤을겁니다. 기타, 키보드, 드럼 모든 멤버가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지만 제 눈에 가장 인상깊었던 건 베이스였습니다. 길죽한 베이스기타와 아담한 사이즈의 연주자가 혼연일체 되어 선보이는 퍼포먼스는 스탠딩 관객을 압도하며 무대를 장악했습니다. “우연히 봄을 만나다”는 에너제틱 뮤지션들이 빵빵한 음향시설과 장비로 펼치는 한바탕 파티였습니다.
유명한 극장의 대형 공연은 그 자체로 훌륭하지만 티켓값을 생각하면 선뜻 구매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의 명소인 인사동 거리에 위치한 엠스테이지의 “우연히 봄을 만나다” 는 실력있는 뮤지션의 자신감 넘치는 무대가 공연장을 꽉 채우는 터프하고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권위적이지 않고 관객친화적인 공연, 스토리보다 음악에 집중하는 공연, 작품성보다 열정을 앞세우는 공연, 마케팅보다 실력을 내세우는 공연, 체면보다는 느낌을 중요시하는 공연이 바로 “우연히 봄을 만나다”입니다. 지하2층의 소극장에서 선보이는 생동감과 열정가득한 무대였고 이날을 끝으로 공연의 막을 내리지만 돌아오는 11월에 다시 공연을 선보인다고 하니 아직 못보신 분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