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영화 두사부일체의 한 장면을 2024년에 마주하다.
[기자수첩] 학교에서는 화내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 오피니언 < 시니어뉴스 < 기사본문 - 이모작뉴스
2001년 영화 두사부일체의 한 장면을 2024년에 마주하다.
학교에서는 화내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고, 우리는 그런 법을 배우지 못했다. 우리는 짜증과 분노가 흘러넘치는 사회에 살고 있으며, 솟구치는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분노조절장애는 사회적 질병으로 자리잡았다. 도로에 넘쳐나는 차량들은 분노의 원인 중 하나이며, 주차문제로 인한 시비는 폭행과 살인의 원인이 되었다.
“너, 이년!”
2001년에 히트한 영화 두사부일체에서 화가 난 학부모(女)가 수업 중인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와 교사한테 내던진 한 마디다.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수업중인 교사의 뺨을 때린 학부모는 교무실에 가서도 소란을 피운다. 학부모는 자신의 감정만 소중여겼을 뿐 교사와 학생들은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다.
2024년 12월 28일 토요일 오전, 경기도의 도서관에서 북토크가 열렸다. 강연이 진행 중이던 강당의 문을 열고 들어선 남자가 갑자기 큰소리를 쳤다.
“0000 차량 주인이 누구야! 당신이야?”
“차를 이중으로 주차해놓고 전화를 안 받으면 어쩌자는 거야!”
“당신 때문에 내가 오늘 일을 제대로 못보게 생겼잖아! 당신이 책임질거야!”
남자는 강단의 작가를 한 대 때릴듯한 기세로 성질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 주말 아침에 작가의 북토크를 듣기 위해 모인 40여명의 청중은 어리둥절했다. 도서관에 차를 가지고 온 작가는 5분 늦게 도착했다. 급하게 주차를 한 후에 강연을 시작했고 전화가 올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지하주차장에서 여러번 전화를 했던 남자는 화가 잔뜩나서 도서관 직원을 수소문했고, 결국 강연 중인 강당 문을 열고 들어와 큰소리를 쳤다. 청중 한 명이 남자에게 자제 좀 하라고 말을 했지만 그는 그 청중한테도 큰소리를 퍼부었다. 그날 작가는 주차빌런이고 차주는 매너빌런이었다.
강연시간에 조금 늦은 작가는 주차를 소홀히 했고, 바쁜 마음에 여러번 전화를 했던 남자는 자신의 짜증과 분노 때문에 강연장의 상황을 살피지 못했다. 아무리 정당한 민원이라도 상식과 절차를 지켜야 하며, 절차를 무시하면 명분은 사라진다. 화내고 분노할 일이 차고넘치는 사회에서 화가 우리의 삶을 망치게 놔둬선 안된다. 마땅한 일에 적절하게 화를 내는 법을 살아가면서 익혀야 하고 화를 내더라도 마음의 배가 복원력을 유지하도록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