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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지도사로 일하기, 업무용 차량 운전>

초행길 운전에 적합한 네비게이션

by FM경비지도사

경비지도사를 비롯한 아웃소싱 관리직에게 운전은 필수입니다. 때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하루에 2~3곳의 현장을 관리하려면 차량을 이용하는게 유리합니다. 운전을 할 때는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경로를 참고하되, 지도를 찾아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방향감각과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길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회사에서 외근다닐 때 저는 개인차량을 이용합니다. 구형 차량이라서 내장형 네비로 처음 가는 곳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휴대폰 네비로 목적지를 찾아다닙니다. 몇 번 방문했던 곳은 일부러 네비를 끄고 스스로 운전해서 다닙니다. 네비를 끄면 도로의 이정표와 주변의 풍경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네비만 보고 다닐 때하고는 다른 느낌입니다. 사무실을 벗어나 출장을 갈 때는 목적지 주변와 이동 경로를 지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휴대폰 앱을 따라가서 목적지에 도달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네비.jpg <차량용 네비게이션 화면>

얼마 전 제 아들(중2)이 신길중학교에 다녀왔습니다. 휴대폰 앱은 7호선 장암행을 타고 보라매역에서 내리라고 안내했습니다. 신길중학교는 보라매역과 신풍역 중간에 위치했습니다. 한 정거장 전인 신풍역에 내려도 도보 거리는 비슷합니다. 앱으로 경로를 확인하고 지도를 확인하면서 스스로 경로를 선택해야 합니다. 주변 지리를 익히는 건 덤입니다.

94년 군번인 저는 97년에 면허를 땄습니다. 그때는 매년 자동차보험을 갱신하면 보험사로부터 자동차도로지도를 한 권씩 받았습니다. 네비없이 지도로만 길을 검색해서 찾아다녔고, 팩스로 약도를 주고 받는 일이 흔했습니다. 회사마다 두꺼운 클리어 파일에 거래처 약도를 모아놓고 외근가기 전에 찾아봤습니다. 약도를 보고 가다가 길이 헷갈리면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할 때 옆 차선의 택시기사한테 길을 물어서 다니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아날로그 시대의 풍경입니다.


故 이어령 장관의 책 제목인 ‘디지로그’는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하는 걸 뜻합니다. 휴대폰 앱은 편리하지만 목적지 주변과 이동 경로에 소홀 할 수 있습니다. 네비에만 의지해서 운전을 한다면 내가 동쪽으로 가는 지 서쪽으로 가는지 알기 어려우며, 목적지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대안 경로는 얼마나 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휴대폰 기기와 배터리가 없어도 목적지의 방향과 경로를 알고 찾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휴대폰 앱은 디지털 기술이지만 지도를 살펴보는 건 아날로그 정서입니다.

외근 출장을 위해 지도를 살펴보는 건 숭고한 일입니다. 자신이 갈 길을 스스로 찾아보고 경로를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목적지를 찾을 때는 책이 곧 지도입니다. 먼저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서 들여다 봅니다. 자신에게 영감을 준 사람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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